38. 그리고 다시 파도를 맞으러 간다

by 최서연

후회? 그 사람한테 다가간 거 후회하냐고? 모르겠어. 차라리 처음부터 없었다면 할 때는 당연히 있지. 뇌에서 그 부분만 뽑아서 버릴 수 있다면 아주 못할 일이 없을 것 같지. 근데 그게 지나고 지나고 지나서, 아주아주 옅어져서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라고 얘기할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게 너무 어렵잖아. 언젠가는 그런 순간이 오게 되리라는 걸 어렴풋이 알면서도, 어렴풋이 아는 것에 비해서는 너무나 선명하게 의심하고. 그래서 절대 이건 괜찮아지지가 않을 것 같고, 당장에 끝내버리고만 싶은 기분을 버티어낸다는 게 너무 어렵잖아. 그래서 그만둬버리고 싶어. 버티고 버티고 버텨서 그래도 후회하진 않는다고 얘기할 수 없어도 괜찮으니까 지금 당장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저 그만두고 싶어. 그때 그 사람한테 다가간 게 너무 후회가 돼서, 그 당시에 내가 원망스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아. 그래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어떻게 버틸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왜 버텨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곳에 도착한 나는 지금 여기에 서있는 나한테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 거라고, 조금만 힘내라고, 그렇게 말할까? 하지만 여기에 있는 나는 그곳의 나한테 이렇게 말할 거야. 괜찮다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으니까 그냥 여기서 그만두게 해 달라고. 그건 지나고 나서야 할 수 있는 말이라고. 아직 이 터널을 지나지 못한 나는 여기를 지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내가 여기서 그만둬도 원망할 자격 없다고. 그렇게 말할 거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모래성을 우리는 열심히 쌓는다. 조금씩 바닷물도 섞어가며, 여러 번 두드리고 털어내며, 단단하게, 무너지지 않게. 그렇게 겨우 만들어 놓고는 또 파도를 맞으러 간다. 아무리 단단히 만들어도 파도에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영원히 무너지지 않으려면 파도를 맞으러 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우리는 파도를 맞으러 또 다가가게 되는 걸까? 계속, 계속.




keyword
이전 16화37. 엄마가 나를 안아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