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따뜻해지는 날
포옹의 힘이란. 열 마디의 말보다 따뜻하고 강하다. 예전에 엄마한테 정말 그냥 아무 말도 없이 안기고 싶었던 날이 있었다. 그날만큼은 제발 , 내가 아무 설명도 하지 않아도, 그저 말없이 꼭 안아 주길 바란 적이. 그날의 엄마는 내 뺨을 내리쳤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그 생각을 해도 아프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가 며칠 동안 바빠서 얼굴을 통 못 봤다면서 두 팔을 벌려 대문을 들어오는 나를 반겨주고 그 품에 안겼을 때 나는 그때 맞은 뺨이 아무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아프지 않은 줄 알았는데. 그 날이 아니면, 그 후에 안아주는 것은 아무 소용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구나. 토닥토닥. 새살이 금방 돋아날 것만 같은 마데카솔이 내 뺨 위에 두텁게 발려져서 이제는 무슨 일이 생겨도 다치지 않을 것만큼 감싸 안 아지는 기분이었다. 엄마는 항상 나에게 현명하고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하는 어른이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사람이었다. 나랑 똑같이 어느 때는 실수를 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좋은 사람이고 싶어서 무리를 하기도 하고, 그러다 지쳐버리는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자기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후회할 때도 있는, 그냥 나랑 똑같은 한 명의 사람.
그래서 엄마는 나에게 상처를 줄 때도 있었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줄 때도 있었다. ‘아직도 나약해 빠져서 말 한마디에 이렇게 무너지는구나.’라는 크고 깊은 한 대접 가득의 절망감에, ‘엄마는 나한테 왜 그런 모진 말을 하는 걸까.’라는 한 숟가락의 원망을 더한 눈물이 내 마음에 넘실거리다가 엄마가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바람에 흘러내려가 사라져 버렸다. 이렇게 그저, 내가 애쓰지 않아도, 따뜻해지는 날도 생기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