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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널뛰기로부터 균형을 찾기

좋은 말은 누가 못 해 평정심 찾는 게 어렵지

소속감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늘 울타리 너머로 눈길을 보냈다. 성격의 결함과, 일의 성패와는 아무 상관이 없었다. 호기심이 워낙 많아서 시도해 보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그것을 직업으로 삼고 싶었던 게 큰 이유. 딴짓을 많이 하고 싶었다. 인생의 가성비를 따진다면, 나는 BEST에 속할 것이다.


집에 있어야 하는 날에도 나는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드물게 청소를 하거나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낮잠을 잤다. 또 퍼즐을 맞추기도 하고 정리정돈을 하거나 철 지난 옷을 옷장에 정리하기도 했으며, 오래된 종이를 치우고 분리수거를 하기도 했다. 집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나는 참 많은 활동을 한다.


회사에서도 나는 강 건너 불구경 가서 직접 불을 끌 정도로 활동적이었다. 일을 하면서도 다른 곳을 기웃거렸다. 자기 계발 모임이 있는지 회사 밖에서 친구들과 번개를 추진하거나 퇴근 후 서점에 가거나, 직장인 호주머니 밖에서 나오는 파이프라인을 찾으려 여러 군데에서 제의를 받기도 했다.


선 안에 서있는 나는 안정된 위치에서, 선 밖을 바라보며 늘 판타지를 꿈꿨다.


최근 회사와 팀의 상황이 좋지 않음을 감지하고, 미리 탈출을 감행했다. 소속을 벗어나면 나동으로 날개가 돋을 거라는 환상, 소속을 벗어나 조금 느슨하게 연대하는 방식으로 일을 하고 싶다는 상상, 내 작업을 꾸준하게 할 수 있겠다는 예상까지. 나를 위해 선택했고 자신 있게 나왔다. 후회의 틈은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


미약하지만 조금씩 일이 들어오면서 숨통이 트일 무렵, 나는 그동안 수많은 생각들이 왔다 갔다 널뛰기하는 걸 알아차렸다. 내 머릿속에는 여유가 생기면서 비집고 들어온 생각과 걱정들이 무한정으로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지금 이 일을 해도, 다음번에는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시간에 이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좋아. 그런데 일 끝나면 이 시간에 무엇으로 채우게 될까?
“나 그냥 회사 다시 들어갈까?”
“내가 언제까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생각이 가장 무서운 동력을 갖기 시작할 때는, 그 생각의 파동이 커져서 행동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생각의 파도에서 나는 너울너울 울렁울렁 흔들거렸다. 갑자기 우리 집으로, 갑자기 내 방으로, 갑자기 내 이불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졌다. 그런데 들어가서 뭐 해? 들어가도 어쩔 수 없었다. 도망갈 일도 아니었고, 피한다고 없어질 생각들도 아니었다. 생각의 매듭이 엉키고 엉켜서 머릿속에서 걸려서 빠지지 않을 때가 오지 않도록, 머리를 힘껏 도리도리 휘저었다. 강력하게 그렇게 놔둘 순 없었다.


지금도 매우 평화로운 루틴을 지키며, 소소하게 일을 하고 있고, 소소한 약속과 함께 살고 있다. 적당한 공부와 책과 영화와 드라마까지 일상은 사실 내가 원하는 대로 꽉 채웠다. 울타리도 없고 아무 제약이 없는 24시간 안에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그 방향 또한 내가 정해야 하기 때문에 잘 살고 있는지, 이게 맞는 지를 증명하거나 확인할 길은 없다. 끝없이 자신감을 디폴트로 살거나, 조금 흔들려도 부러지지 않는 나뭇가지 혹은 줄기처럼 강직해야 좋다.


생각들이 무작위로 머릿속을 돌아다닌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일은 후루룩 챱챱 잘 끝난다. 애초에 한 가지 일 말고 여러 가지 일을 하려고 시간을 잡았으니까 더 바쁘게 지내야 하는 건가.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무턱대고 가져왔다가 프리인데도 번아웃이 오는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다. 오늘도 생각이 이리저리 맴돌고, 나는 몇 번이고 일기장을 들었다 놨고, 이번에는 키보드로 내 생각을 펼쳐보았다.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하고,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지. 막연하게 들어오는 생각들은 나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활동적인 나의 성향에 발목을 걸 정도의 생각의 매듭이 내 몸에서 자라나지 않도록, 나는 어떻게 해야만 좋을까?


아니 꽉꽉 채워야 한다는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연습이 필요한 건가. 자발적 노예 출신인 나는 오늘도 마음을 동동 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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