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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서아빠 Apr 03. 2024

지극히 중요한 지속가능성④

4) 기후 위기를 대처하려는 노력 _ 기후 협약

우리는 그동안 탄소(carbon)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왔을까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 - COP의 탄생

IPCC 6차 보고서 표지 _ 우리나라의 구례 아침 안개

1990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에 의해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가 발간되자 전 세계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보고서에는 인간의 활동이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증가시키고, 그중 이산화탄소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적혀 있었거든요. 최초에는 10년 단위로 섭씨 0.3도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해 다 같이 힘을 합치자고 했어요. 하지만 아직 온실효과에 대한 이해가 낮았기 때문에, 이때의 합의는 1990년 수준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안정화하자는 느슨한 수준이었습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세계기상기구(WMO)와 그 산하기관인 UN환경계획(UNEP)이 1988년에 설립한 조직입니다. 인간활동에 대한 기후변화의 위험을 평가하여 그 영향 및 실현가능한 대응전략을 주기적으로 보고하고, UN기후변화협약(UNFCCC)의 실행에 관한 보고서를 발행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어요. 2007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IPCC평가보고서에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포괄적인 최신의 정보를 제공하며, 전 세계 학계, 정부 및 산업 부문에서 기후변화와 관련된 모든 사항에 대해 표준 참고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제5차 평가보고서의 경우 80개 이상의 국가에서 800명 이상의 과학자가 저자 팀으로 선정되었고, 1000명의 기여저자, 1000명 이상의 전문가 검토자가 참가했으며, 3만 편 이상의 과학논문을 평가하여 만들어진 가장 종합적인 평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UNFCC 로고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을 체결하여 ‘인간이 기후 체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으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자'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협약에 소속된 국가들의 모임인 당사국총회(COP, Conference of Parties)가 등장했어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첫 출발이었지요.


교토에서 열린 세 번째 당사국총회(COP3)

1997년, 세 번째 당사국총회 COP3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온실가스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선진국 위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합의했어요. 이때 합의한 문서를 개최지의 이름을 따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라고 해요. 교토의정서는 55개국 이상의 비준 당사국 중에서 미국, 영국, 일본 등 38개 선진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을 점유할 경우에만 발효되는 합의서입니다. 특히, 교토의정서에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5.2% 이하로 감축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어요.

교토의정서의 정식명칭은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to the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입니다. 지구 온난화의 규제 및 방지를 위한 기후변화협약(UNFCCC)의 수정안으로 기후협약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국제 협약이었어요.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는 총 141개국으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61.6%를 차지하는 국가들의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국가는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여섯 종류의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며 배출량을 줄이지 않는 국가에 대해서는 비관세 장벽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 비준(批准, Ratification) : 외국정부와 교섭하거나 국제회의에 참석하여 의사결정을 해야 할 때 항상 국가의 원수(대통령, 수상 등)가 참석할 수는 없죠. 그래서 이를 대신해 참석하는 사람을 전권위원(plenipotentiary)이라고 합니다. 비준이란 전권위원이 서명한 내용을 해당 국가의 원수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비준은 무조건 또는 전체적으로 해야 하고, 조건부 또는 부분적 비준은 비준의 거절 또는 새로운 조약 내용의 제안이라고 여겨집니다.  

오히려 우리에겐  '국회 비준'이라는 용어가 더 익숙할 수 있는데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가 대부분 중요 조약을 비준하기 전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는 국가원수의 비준 행위에 대해 동의만 할 수 있어요. 물론 국회에서 비준을 동의하지 않으면, 대통령도 비준을 거절할 수밖에 없지만요.

비준과 비슷해 보이는 말로 인준(認准)이 있습니다. 인준은 '승인'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며 입법부가 법률에 지정된 공무원의 임명과 행정부의 행정 행위를 인정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인준'은 사람에 대한 승인, '비준'은 조약이나 체결에 동의하는 행위를 나타나는 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 발효(發效, be effective) : 효과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말인 발표(announcement)는 발효가 언제 될 것 인지를 알려주는 것으로, 발효와 발표 간에는 시기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교토의정서에서 기후변화협약의 수정안을 채택하고 발표한 것은 1997년이지만, 이 수정안이 실제로 효과가 생기게 된 건 2005년인 것이 발효와 발표를 구분하는 좋은 예입니다.

같은 말이지만 뜻이 완전히 다른 단어로 발효(醱酵, fermentation)가 있는데요, 발효는 미생물이나 균을 통해 당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얻는 과정을 말합니다. 분해된 산물이 사람에게 유용하면 '발효', 인체에 유해하게 되면 '부패'라고 해요.


그런데 세계 최대의 이산화탄소 배출국가인 미국이 2001년 협약에서 탈퇴하면서 발효가 불투명해졌어요. 그래서 실제 발효는 2005년에서야 겨우 되었죠. 이후에도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인 2017년에도 파리 협약에서 탈퇴를 선언하기도 했어요. 올해 미 대선의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늘었죠?




국제사회가 함께 온실가스를 줄이자고 합의한 '파리 협약'


ETS 배출권 거래 개요

사실 우리는 최초의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가 나온 뒤 25년 정도를 큰 위기감을 못 느끼고 살았어요. 전 지구적으로 두드러진 온실가스 감축 성과도 없었지요. 물론 2005년부터 시행된 유럽의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ETS)와 같은 제도적인 발전도 있긴 했었습니다.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ETS, Emissions Trading Scheme)
온실 가스를 배출하는 회사들에게 일정한 온실 가스 배출권을 (처음에는 공짜로) 할당하고, 추가로 필요하거나 남는 온실 가스 배출권을 사고팔도록 하는 제도예요. 온실가스 배출량의 한도를 정한 겁니다. 우리나라도 2015년부터 EST제도를 도입하여 K-ETS제도를 시행하고 있어요.

유럽은 2023년 새로운 ETS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은 ETS 적용 산업의 범위를 확대하고,  2005년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2030년까지 62%를 줄인다는 거예요. 아마 가까운 미래에는 탄소를 배출하는 권리를 사들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가 사업성의 유무를 결정하게 될지도 몰라요.


'교토의정서'를 체결하기는 했지만 계속해서 큰 진전이 없자 기존의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고 보완할 새로운 기후체제가 필요했어요. 그게 바로 2016년 체결된 ‘파리협약(Paris Climate Agreement)’입니다. 파리협약은 국제사회 (거의) 전체가 공동으로 노력하는 최초의 기후 합의라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파리협정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는 이란, 터키, 에리트레아, 이라크, 남수단, 리비아, 예멘 등 7개국뿐이니, 파리 협약은 모두가 함께하는 기후 합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파리협약을 통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195개 국가들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하여 지구 평균 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 폭을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산업화를 지난 선진국들과 지금 당장 산업화를 해야 하는 개발도상국 간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심했어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개발 도상국들은 이러한 사회적 여건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 여건(餘件(여유로울(여), 물건(건)), a given condition) : 주어진 조건이라는 의미로, '환경'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조건(條件, condotion/term)이란 (어떤 일을 진행하기 위해 또는 완성하기 위해) 갖추어야만 하는 요소를 의미해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정적인 전력망이 갖추어져야 하는데 이런 조건을 '여건'이라고 합니다.


파리협약 탈퇴를 선언하는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 올해 재선에 도전합니다.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들도 온실가스 저감 정책이 정권의 창출이나 유지에 도움이 될지 여부에 대해 셈이 복잡했어요. 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제도가 나라별로 제각각인 이유도 자국의 경제와 정치와 결부해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지구온난화를 위한 재생에너지 투자에 반대하는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인들도 있지요.


※ 창출하다(創出(시작할(창))-, create) :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생각하여 지어내거나 만들어 내다는 뜻. 정권을 창출하다는 것은 선거를 통해 새로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정부 권력을 수립한다는 의미예요.
비슷한 말로 '창조(創造(지을(조))하다'가 있어요. '창조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전에 없던 것을 처음으로 만듦, 새로운 성과나 업적, 가치 따위를 이룩하다는 뜻입니다.
'창의(創意)'도 비슷한 말인데, 새로운 의견을 생각하여 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창조나 창출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결과가 있어야 하는데 비해 창의는 생각만 하면 되기 때문에 결과의 유무를 따지지 않습니다.

'창출', '창조', '창의' 모두 영어로는 Creativity라고 해요.


그래서 '지구를 구하자는 구호와 시민의 참여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의견은 너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이유도  아무리 좋은 의견도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면 반대하는 우리의 이기심 때문일 거예요. 님비 현상(NIMBY, Not In My Backyard)의 국제판이라고나 할까요?


국문으로 발간된 '지구온난화 1.5C 특별보고서' 표지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2018년 IPCC는 지구 온난화 특별 보고서(1.5 ℃ 특별보고서)를 공개했어요. 이 보고서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2℃ 상승할 경우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이 크게 늘어나며, 1.5℃ 온도 상승 폭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2050년 전에 전 지구적 탄소중립이 필요하다는 아주 강한 의견이 적혀있었습니다.  IPCC의 보고서는 과학자들이 합리적인 과학 실험과 연구를 통해 도달한 결론이기 때문에 각 국의 정부들이 마냥 자국의 이익과 연결되는지 지켜볼 수만은 없었을 거예요.


그래서 2019년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EU,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기후목표 상향동맹(CAM, Climate Ambition Alliance)을 자발적으로 선언하게 돼요. 이를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여 지구온도 1.5℃ 상승을 달성한다는 흐름이 확고하게 형성되기도 했지요. 또한 EU에서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친환경 정책인 유럽 그린딜(The European Green Deal)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바람이 거세어지고 있었고, 지구온난화를 막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여겼지요.


파리협약 재가입을 위한 행정명령에 승인하는 바이든 미국대통령.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11월에 결국 파리협약을 탈퇴하고,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전 세계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습니다. 물론 그다음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바이든 행정부에서 2021년 11월, 1호 행정명령의 서명을 통해 파리협약에 재가입하였지만요.


그래서 2021년이야말로 전 세계적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실질적인 행동이 시작된 해라고 볼 수 있어요. IFCC의 제6차 보고서를 통해 기존 2.0℃ 이하의 목표에서 1.5℃ 목표로 재설정하고, 2050 탄소중립 필요성을 재확인하면서, COP26에서는 글래스고 기후 합의(Glasgow Climate Pact)를 채택하고 지구 온도 상승 억제의 목표를 1.5℃로 제한하게 됩니다. 특히, 글래스고 기후 합의를 통해 개도국의 기후변화 적응(adaptation)에 대한 지원 강화, 기후재원 확대와 같은 비용 문제에 대해 현실적인 접근 방안을 마련하고, 온난화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한 감축(mitigation) 목표를 높여 국가들의 실제 행동을 독려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전 세계적인 흐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이 다시 당선되면 그가 공언한대로 파리협약 탈퇴를 강행할까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의 옆동네인 유럽은 어떤 태도를 가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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