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평균 기온 1.5℃ 상승하는 게 무슨 문제가 되나요?
사실 지구는 똑똑한 별이기 때문에 스스로 정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자연정화작용, 줄여서 자정작용이라고 해요. 말 그대로 지구가 스스로를 치유하는 능력입니다. 지구 대기도 스스로 청소할 수 있어요. 비록 인체에는 해로운 물질이지만 수산화이온(hydroxyl ions, OH-)은 밤에 바다 표면에서 자연적으로 형성되는데, 공기를 정화하는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열대 우림(tropical rain forests)의 수많은 수목들이나 서해안의 드넓은 갯벌도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요.
열대 우림(tropical rain forests)
열대 우림의 정식 명칭은 저지 적도 상록우림(lowland equatorial evergreen rain forests)입니다. 지리적으로는 일 년 내내 따뜻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곳에 형성되는 지역을 의미해요. 이곳에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바꾸어 지구의 허파 구실을 합니다. 또한 지구의 동식물 중에서 절반 이상이 살아가고 있어요.
또한, 크리게 바이라디칼(Criegee biradicals)이라는 물질은 이산화질소나 이산화황과 같은 물질들과 반응해 이를 산화시킵니다. 이뿐만 아니라 황산염, 질산염 등의 화합물들을 만들어내는데, 이 화합물이 구름의 형성을 가속화시켜 태양광을 반사시키는 역할을 하게 할 수 있어요.
산화(酸化(실(산)), Oxidation)
물질이 산소와 화합하는 것을 말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널리 전자를 빼앗기는 변화 또는 그것에 따르는 화학변화를 가리킵니다. 산화의 반대말은 환원(reduction)인데요, 환원은 물질이 산소를 잃고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같은 형태의 글자로 산화(散花(흩을 산(散), 꽃 화(花))가 있습니다. 꽃이 떨어지는 것에 빗대어 전쟁터에서 장렬하게 사망한다는 의미예요.
지구의 자정작용 - 출처: [재미있는 과학]
하지만, 산업 혁명 이후 지구의 자정 능력 범위를 벗어난 수준의 온실가스가 지속적으로 발생되면서 더 이상 지구의 자정 능력만으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없다는 심각한 경고가 있었습니다. 특히, UN 등의 국제사회에서는 지구온난화가 한순간에 극적으로 변화하는 순간이 발생하는 임계점을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시점이라고 보고, 그 임계점에 도달하면 기후 시스템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요. 그래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Paris Agreement)에서 '우리 모두 1.5℃' 이상은 오르지 않도록 유지하자'라고 합의한 것이고요.
지구 평균 기온 1.5℃ 상승이 가져올 문제
① 토지의 침수
물에 잠기는 지역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1.5℃의 온도 상승은 사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매우 큰 변화예요. 지구의 평균온도는 약 15℃이니 겨우 1.5℃의 변화에도 지구 전체로 봤을 때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을 테고, 지구 가운데 위치한 나라들은 더 뜨거워질 거예요. 특히, 섬나라나 해안가 도시들은 해수면이 높아져 삶의 터전을 잃을 수도 있으니 더욱 두려움에 떨고 있을 거예요. 혹시 작은 나라나 도시들 몇 개쯤 물에 잠기는 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② 핵심 농작물의 수확량 감소
지구 온난화의 또 다른 문제는 수 만 년간 익숙하게 살아온 방식이 변한다는 거예요. 우리의 의식주는 사실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해도 선조 대대로 기후대에 적응하면서 발현된 결과이거든요. 지역마다 음식, 건축 양식, 의복, 예절 등이 다 다른 이유도 결국 기후대와 큰 관련이 있으니까요. 특히 기후대가 변하게 되면 기존에 농작물이 잘 자라던 지역에서 더 이상 같은 농작물을 키울 수 없으니 밀이나 쌀과 같은 핵심 농작물의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 거예요. 엄청난 혼란이 올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농사를 짓는 문명은 기후대에 따라 동서 방향으로만 퍼져나갔습니다. 흔히 최초의 문명이라고 알려진 메소포타미아 문명(Mesopotamian Civilization)에서 시작된 농사 기법이 같은 기후대를 중심으로 동서 방향으로만 퍼져 나갔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세요. 반대로 남북으로 긴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으로는 쉽게 퍼져나가지 못했죠. 남북으로 긴 지형은 조금만 위나 아래로 이동해도 기후대가 달라 같은 방법으로는 농사가 잘 안 되거든요. 이렇듯 한 지역 고유의 기후가 변하면 농사가 잘 되던 온대였던 곳이 사막과 같은 건조 기후대로 변하게 될 수 있다는 거죠. 식량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에서 우리는 인간의 존엄성을 여전히 보여줄 수 있을까요?
쾨펜-가이거 기후 구분
쾨펜-가이거 기후 구분은 기후학자인 블라디미르 쾨펜이 1884년 처음 도입하고, 루돌프 가이거가 개량한 구분법입니다. 이 기후 구분에 의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크게 5개의 기후대로 구분합니다. 바로 열대(A), 건조(B), 온대(C), 냉대(D), 한대(E) 기후대입니다. 기후대별로 알파벳을 부여하는데 아프리카 열대우림(A)에서부터 사막(B), 남유럽(C), 북유럽(D), 북극(E) 순으로 정리하였어요. 참고로 미국과 중국은 얼마나 영토가 넓은지 한 국가 내에 5개의 기후대가 모두 있다고 해요.
③ 생물 다양성 감소
생물다양성은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기후대가 달라지면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지구의 생태계 전체에도 혼란이 발생한다는 거예요. 지구 곳곳에서 살고 있는 인간과는 달리 대부분의 동물들은 그 지역의 기후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살기 때문이에요.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감소하고, 서식지를 이동하기 때문에 생태계의 변화도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들의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 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아무리 대비를 잘한다고 해도 생물다양성의 부정적인 변화에 대처할 수 없게 되는 거예요.
생물다양성(Biodiversity)
지구에서 생존하는 모든 종, 이들이 서식하는 생태계, 그리고 각 생물이 지닌 유전자의 총체적인 다양성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다시 말해 생물 다양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자연계가 하나의 사슬처럼 촘촘히 엮여 있을수록 외부 영향에 대한 저항력이 강해진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생존과 번영을 책임지는 ‘안전망’을 제공하는 울타리와 같다고 볼 수 있어요. 단순히 동물 애호 차원이 아닌 인류의 생존과도 직결된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지구한테는 인간보다 더 소중한 존재인 꿀벌의 귀여운 뒤태 예를 들어, '살아있는 가장 중요한 생명체'라고 불리는 꿀벌과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은 식물의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지구라는 터전을 위해서는 '인류'보다 '꿀벌'이 더 필요할지도 몰라요. 꿀벌이 생태계에서 사라져 더 이상 수분을 못한다면, 육상 생물들의 먹이가 되는 많은 식물들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식물 → 초식동물 → 육식동물 순으로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꿀벌들은 지구온난화 적응을 잘하지 못하고, 기온이 낮은 지역으로 이주하지 못해서 죽어가고 있다는 해요.
수분(受粉(받을(수), 가루(분)), pollination)와 화분(花粉, Fertilization)
꽃은 수분을 통해 열매를 맺습니다. '수분'이란 꽃의 수술에서 꽃가루(화분)가 나와 암술머리에 묻는 현상인데요, 바람과 나비, 꿀벌 등 일부 곤충들이 바로 인공적으로 수분의 역할을 하는 거예요. 곤충과 꿀벌이 개화식물 87%의 수분을 책임진다고 알려졌어요. 특히,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중 70% 이상이 꿀벌과 같은 화분 매개 동물의 수분활동 도움을 받아 생산되니, 우리의 삶에 너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산호의 백화 현상(우) 바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산호초(coral reef)는 지구에서 가장 높은 다양성의 생태계를 형성합니다. 해양 생물들에게 서식지를 제공하고, 조류의 흐름을 조절해 오염물질의 유입과 퇴적물의 침식을 막는 아주 중요한 곳이죠. 하지만 맑고 얕은 물이면서, 수온은 23도에서 29도 사이여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구온난화로 바다가 더 따뜻해지면, 산호초는 백화 현상이라고 불리는 병으로 하얗게 변해 죽어버립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먹고, 자던 바다 생물들도 위험해질 거고요. 1.5℃의 온도 변화로 약 70%의 산호초가 백화현상에 시달려 결국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침식(浸蝕(적실(침), 꾸밀(식)), erosion)
바람, 유수, 얼음 따위의 흐르는 물체에 의하여 토양, 바위, 침전물과 같은 땅의 표면이 깎임으로써 광물 입자가 떨어지거나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의 토양 침식은 비에 의한 침식이 대부분이라고 해요.
④ 새로운 전염병, 바이러스 활동
시베리아의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고대 바이러스들. 기후가 변하면서 익숙하지 않은 전염병이 발생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길 가능성도 있어요. 실제로 남극과 북극의 빙하에는 수만 년 전 활동하다가 빙하에 갇힌 바이러스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온이 상승하면 이러한 바이러스들이 활동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거예요. 인류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르는 무서운 질병 앞에 우리는 어떠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나요? Covid-19 바이러스 확산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벌써 잊어버리신 건 아니죠?
세계기상기구(WMO)는 2024년 1월이 1991~2020년 1월 평균보다 0.70도 높았다고 발표했어요. 그리고 유럽연합(EU)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C3S)는 2023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2도 올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목표를 정한 지 10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1.5도'라는 마지노선을 넘고 말았습니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