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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잡남 Sep 23. 2018

내가 경험한 세번째 직업

- 택배 상하차

  때는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이었다. 용돈이 필요했던 나는 주말에는 하지 않지만 일할 수 있는 알바를 참으로 열심히 찾고 있었다. 지금이나 그때나 알바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았다. 분명 알바 공고는 수천가지가 하루에도 수십번씩 바뀌며 올라오는데 내가 일할 곳 한 곳 없었던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하루 4시간씩 저녁타임만 담당하는 알바였고 위치도 괜찮았다. 그래서 바로 다음날부터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택배 상하차는 모두다 알겠지만 물건을 보내는 사람이 택배차를 이용해 보내면 집하장에서 정리 후 다시 중간 집하장에 빠르게 도착하여 작은 차에 실어서 배달을 시작한다. 내가 담당한 일은 첫 번째 집하장에서 기사님들이 짐을 실어오면 10톤짜리 윙이 달린 트럭에 차곡차곡 테트리스 하는 것처럼 쌓아올리면 되는 작업이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몸이 여간 고단한게 아니었다.


  첫날이 되자 사수로 보이는 사람이 내게 다가와 큰짐을 차량 주위로 쌓고 가벼운 짐을 한 곳에 몰아넣으면 된다고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거진 10년전 택배 시스템이었지만 최근에 하루짜리 알바를 경험했던 것을 비추어 봤을 때 달라진 것은 특별히 없다. 아무리 자동화가 되었다고는 하더라도 사람손길이 필요한 택배박스들이다. 아무튼... 이야기는 간단했고 일도 간단했다. 하지만 간단한 것치고는 너무나 그들은 무거웠다. 우선 가장 무거웠던 짐은... 사이즈는 적당하지만 하드케이스로 만들어진 아이들 동화책 한박스. 그야말로 10kg를 가볍게 넘기는 무게를 자랑했다. 택배 상하차의 가장 문제점은 아무리 무거운 박스가 들어와도 뒤이어 오는 박스들이 넘쳐나기에 빠르게 쌓아야만 했다. 10kg짜리를 나르며 그렇게 속으로 궁시렁 욕을 했었다. 10kg짜리를 나르고 나면 박스디펜스마냥 작은 박스들이 쉬지않고 물밀듯이 밀고 들어온다. 그러면 답이 없다. 가벼운 박스는 던져야 된다. 분명... 던지지 말라고 경고 표시가 붙어있어도 던져야 했었다. 무슨 놈의 박스와 택배들을 이리 시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모든 것들은 40kg 모터 앞에서는 그저 귀여운 아가들에 불과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내가 깨달았던 것은 생각보다 택배시스템 구축이 어렵게 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각 박스별로 보내는 위치와 받는 위치를 위한 번호를 만들고 번호들을 관리할 수 있는 ERP시스템을 통해 Input, Output을 계산하여 손실율을 최소화 하면 된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 국내의 택배 시스템은 쿠팡의 등장으로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되었다. 로켓배송이라는 미명하에 오전에 출하하여 오후에 도착하게 되는 기가막힌 속도를 자랑하는 시대가 되었다. 이마저도 곧 "드론택배"라는 시스템이 생기게 되면 혁신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정량의 무게의 택배물건들을 중간 집하장에서 처리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방법의 변화는 있으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금에 와서 오히려 더 자세히 깨닫게 된다.


  혹시나 물류에 관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답은 간단하다. 1차 집하장 > 2차집하장 > 배송식으로 물류를 배달하게 되면 시간의 손실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로켓배송은 직접 택배차량을 이용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긴 하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택배기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시간싸움'에서 승리할 자신감이 있다면  물류사업에 뛰어들어보길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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