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일주일 내내 아팠다
마음과 몸이 아픈 연말이다. 한창 크리스마스 선물을 고르고, 포장하고, 집안 구석에 숨기는 와중에 아이는 감기에 걸렸다. 반년간 아프지 않고 건강했던 터라 방심한 탓일까. 어린이집에 가지 않고 가정에서 보육하며 신경을 썼지만 쉬이 낫지 않았다. 치앙마이 여행 이후 토실토실 뽀얗게 살이 쪘던 아이의 얼굴이 어느새 반쪽이 됐다. 그래도 크리스마스라 선물을 받고 기뻐하며 많이 징징거리진 않았다. 그래, 그렇게 주말이 지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지난 일요일, 뉴스 속보를 들었다.
비행기의 탑승한 가장 어린이가 내 아이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상상력은 현실과 맞닿았을 때 잔인해진다. 마침 우리도 태국을 다녀온 터라 더욱 그랬다. ‘우리가 아니어서’라는 찰나의 생각은 무서운 죄의식의 후폭풍으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우울하고 우울했다. 아이가 아프다는 핑계로, 여의도도, 무안으로도 향하지 못했다. 대신 연말 내내 긴 잠을 잤다. 점심 식사 후에는 긴 낮잠을 자고, 이른 시간 저녁 잠자리에 들었다. 꿈마저 무채색처럼 흐리기만 했다.
“조금… 잘 생겨진 거 같지 않아?”
일주일 넘게 감기를 앓았더니 아이의 턱선이 날카로워졌다. 얼굴이 작아지고 상대적으로 팔다리가 길게 느껴졌다. 아내는 무거운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바꿔보려 농담을 건넸다. 확실히 아이의 얼굴이 ‘아이돌상‘이 된 것 같았다.
미남 배우 차은우의 유년시절 에피소드가 많은 남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이 있다. 적어도, 그나마 어렸을 적 어머니에게 “우리 아들이 제일 잘생겼다!“는 말을 듣고 살았는데, 차은우의 어머니는 그가 너무 건방져질까 봐 일부러 잘생겼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게 내내 마음에 남아 아들이 성인이 된 후 편지로 ‘어렸을 때 잘생겼다 많이 말해주지 못해 미안해’라고 남겼다. 이후 모두는 깨달았다. 정말 잘생긴 아이의 부모는 굳이 잘생겼다고 아이를 칭찬하지 않는다고. 이전 세대 미남 배우 원빈 부모님의 발언이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강릉에 너 같은 얼굴 가진 애가 한둘이 아녀!“
물론 우리의 아이는 무척이나 잘생겼지만, 모두의 눈에 잘생긴 건 아니기에. 밥투정을 하며 자꾸 간식만 먹으려고 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는 대신 되려 “잘생겼다”고 칭찬을 해준다. 그래. 너는 차은우가 아니니까. 2025년 한 해는 더 많이 칭찬해 주고 사랑한다 말해줘야지. 더 이상 말을 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지 않도록, 후회가 남지 않도록. 이 험난한 세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