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에 관한 심리 그림책
우리는 두려움의 대상이 막연하고 모호하면 불안을 느끼게 됩니다. 이렇게 불안은 알 수 없는 미지의 대상에게 막연한 두려움이 올 때 시작됩니다.
프로이트는 불안을 ‘우리의 무의식이 보내는 일종의 경고 신호’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 불안이란 우리의 의식을 넘어선 잠재의식에서부터 시작되는 감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불안 때문에 우리는 다가오는 위험을 미리 예측해서 더 잘 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불안이란 어쩌면 생존에 필수적인 감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의 정도가 너무 심해서 압도적이라면, 우리는 반대로 무기력해집니다. 그래서 불안은 늘 낯설고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불편한 불안의 민낯을 우리가 잘 보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최대한 빨리 불안에서 벗어날 궁리부터 하겠지요.
불안의 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분리 불안’
도대체 불안은 왜 생기는 것일까요? 심리학에서는 불안의 발생원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분리불안(separation anxiety)을 꼽습니다.
혹시 어린 시절 길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경험이 있나요? 어린아이는 사랑하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금방 불안해집니다. 그래서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어디선가 엄마가 마치 마술처럼 나타납니다. 언제든지 신호(울음)를 보내기만 하면 엄마가 금방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은 아이의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렇게 금방 반응을 보이는 좋은 엄마를 가진 아이는 어른이 되어 다른 사람들과 기본적인 신뢰관계를 형성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울어도 엄마나 혹은 엄마 역할을 대신해 줄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얼마나 끔찍할까요? 이런 경험을 자주 한 아이들은 필연적으로 심각한 분리불안을 겪게 됩니다.
심리학에서 ‘그림자(shadow)’란 내 안의 감춰진 또 다른 모습 즉, 외로움, 상처, 불안, 수치심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숨기고 싶은 어두운 모습입니다. 이 책에 나오는 ‘그림자 아이’는 어릴 때 겪은 심각한 분리불안이 그림자 아이로 남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숨어 지냅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그림자 아이가 다시 나타납니다. 신기하게도 피하면 피할수록, 그림자 아이는 점점 더 힘이 세져서 괴물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피하지 않고 직면해서 잘 공감해주면, 오히려 그림자 아이는 점점 더 희미해져서 결국엔 사라집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그림자 아이’를 안고 삽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낼 필요는 없습니다. 무조건 숨기거나 없애야 할 대상만도 아닙니다. 오히려 나의 소중한 일부이기도 합니다. 그림자 아이와 마주한다는 것은 내 안의 소중한 일부와 만난다는 것입니다. 나의 어두운 모습도 피하지 않고 만날 수 있을 때, 나의 몸과 마음은 보다 더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유범희, <그림자 아이가 울고 있다> https://c11.kr/8fz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