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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도
쓸쓸하다면?

by 생각속의집
사람은 무엇으로 살아갈까요?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등장하는 천사 미하일이 이 지상에 내려와 찾은 답은 바로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을 노래하고, 사랑이란 말로 넘쳐납니다. 하지만 바닷물처럼 넘실대는 사랑이라는 말속에 빠져 살면서도 모두들 정작 사랑에 목말라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사랑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커서 그런 것은 아닐까요?





기대가 클수록 사랑은 멀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도 한없이 쓸쓸하다면 그 원인 중 하나는 그 사람이 내 기대를 채워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기대한다는 것, 그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먼저 이 한 가지를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누구도 나와 같은 존재일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타인이 나의 기대를 채울 수는 없다는 것을. 누군가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면서도 늘 어딘가 비어 있다고 느낄 때 문득 깨달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불완전한 인간은 그 누구도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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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저 자기 방식대로 사랑할 뿐입니다. 그러므로 상대가 줄 수 없는 것을 달라고 하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저 나의 일방적인 기대에 불과합니다. 나 역시도 상대의 기대를 온전하게 채워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종종 그 사실을 잊은 채 상대가 항상 나의 기대에 맞춰주기를 요구합니다. 때로는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상대에게 대신 밀어놓고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과 원망을 그에게 전가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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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도 나에게 기대를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기대합니다. 부모에게, 자녀에게, 친구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하고 실망합니다.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상대도 나에게 그런 기대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상대에 대한 자신의 기대를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나에 대한 상대의 기대는 쉽게 무시합니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지배이지 결코 사랑이 아닙니다.

나의 기대를 온전하게 채워줄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많은 연인과 부부들이 일방적인 기대로 서로에게 실망하고는 섣부르게 돌아서거나 이별을 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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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사랑과 그 사랑의 보금자리를 지켜내는 일은 성(城)을 지키는 것 이상의 힘겨운 싸움입니다. 무엇보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겹습니다. 나의 기대를 포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랑할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사랑은 지독한 자기희생이면서 동시에 그만큼 지독한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의 기대 때문에 소중한 나의 ‘그대’를 잃는 일이 없도록 우리의 사랑에는 항상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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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대’를 ‘그대’와 바꾸지 않기 위해,
또한 그대로 ‘그대의 기대’와
‘나’를 바꾸지 않기를 바라며 함께 노력하는 것,
그것이 사랑입니다.


- 이봉희, <내 마음을 만지다> https://c11.kr/bbg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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