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말하지 못한 비밀은 병을 부른다

by 생각속의집


어떤 나라에 임금이 살았습니다.
그 임금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수치스런 비밀이 있었습니다.


귀가 당나귀 귀처럼 커다랬던 것입니다. 임금은 신하들과 백성들에게 자신의 비밀을 감추기 위해 늘 전전긍긍했습니다.

하지만 커다란 왕관 속에 감춘 이 진실을 이발사에게만은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발사에게 비밀을 누설할 경우 목숨을 내놓아야 할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목숨을 걸고 임금의 비밀을 지켜야만 하는 이발사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왕관 속에 감춰진 진실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혼자서만 간직하고 있던 이발사는 그것이 마음의 짐이 되어 끝내 육체적인 병을 얻고 말았습니다.


2.jpg


이발사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어느 날 인적 없는 깊은 숲으로 들어가 땅에 구덩이를 팠습니다. 그리고는 그곳에다 비밀을 속 시원하게 털어놓은 다음 다시 구덩이를 메웠습니다. 이발사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날아갈 듯 가벼운 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그 땅 위로 갈대가 자라나고, 언제부턴가 바람이 불면 갈대숲이 술렁이며 이상한 소리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이발사가 쏟아낸 말들이 되살아나 메아리처럼 퍼져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온 나라에 소문이 퍼졌고 결국 임금도 수치심 때문에 숨겨왔던 자신의 비밀을 모두 털어놓게 되었습니다.
임금은 그렇게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나서야 비로소 건강하고 당당해 졌습니다.




어른이든, 어린아이든 우리 모두에게 억압된 이야기와 감정,
말할 수 없는 진실들이 있습니다.


대면하기 고통스러워서 스스로 망각한 이야기들, 무거운 쇳덩이처럼 내 마음속 심연에 가라앉은 죄책감,
용서하거나 용서받고 싶은 긴 사연들, 어린 날의 공포심과 수치심, 고백하지 못한 사랑이나 그리움,
다시는 만날 길 없는 사람에게 꼭 해명하고 싶은 말 등 그 수많은 이야기들을 우리는
내면 깊이 숨겨둔 채 다 잊었다고 생각합니다.


3.jpg


하지만 때로는 상대방에게 털어놓은 나의 아픔이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다시 메아리 되어 내게 되돌아와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릴케는 “마음아, 누구를 향해 외칠 것인가” 하고 묻는지도 모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저널 쓰기 (일기 쓰기)입니다.


4.jpg


답답하고 이유 없이 울고 싶다면, 세상에 나만 남은 듯 외롭다면, 나의 고통이 누군가에게 웃음거리가 된 것 같다면, 그래서 어떤 비난도 하지 않는 안전한 친구가 필요하다면 이때 저널이 필요합니다.
펜을 꺼내 공책에 글을 써보십시오. 펜 끝에 숨어 있는 말들을 해방시켜보십시오. 일생 동안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나를 지지해주는 최고의 비밀 상담사 ‘나만의 저널’에 모든 비밀을 안전하게 털어놓는 것입니다. 분명히 보다 더 자유로운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문학치료사 이봉희 교수의 <내 마음을 만지다> 중에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아직도 잊지 못하는 이별의 상처가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