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 남자가 이사오다

J언니는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나고 이제 나와 미얀이만 남은 돌집. 이 집에서 무슨 나쁜 일이 일어나도 옆집에는 들리지 않을 그런 외딴 집. 그래도 한 달을 살았다고 이제 무서운 것도 두려운 것도 없었다. 나에게는 고양이 미얀이가 있지 않은가! 하지만 나는 늘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 모든 문을 잠그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후 이웃집에 맡겨두었던 J언니의 강아지 봉봉이가 갑자기 우리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강아지와 고양이와 함께 살게 되었다. 게다가 읍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어느 날, 이웃 아주머니가 내게 커피 내릴 줄 아냐고 물어서 할 줄 안다고 했더니, 자신이 아는 동생이 카페를 차렸는데 커피를 내릴 줄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하. 커피를 내릴 줄 모르는데 카페를 차렸다니! 그게 뭐야? 아무튼 점심시간에만 도와주면 된다고 해서 나는 갑자기 카페에 취직이 되었다. 아침엔 강아지와 바닷가를 산책하고, 점심엔 카페 알바를 하고, 저녁엔 다시 산책을 하면서 평화로운 제주살이를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에 젊은 총각이 이사 온다는 이야기를 집주인 삼촌에게 듣게 되었다. 집주인 삼촌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이웃 삼촌의 부탁으로 요양원 가신 할머니가 살던 빈집에 젊은 남자가 이사 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초긴장 모드로 돌입했다.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일단 남자다, 총각이다, 무섭다. 그래서 나는 집에 곧장 CCTV를 달기로 했다. 대문도 없고, 집 열쇠도 없는 시골집에 CCTV를 설치하는, 자신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육지에서 온 삼십 대 여자.


어릴 때는 귀신이 그렇게 무서워서 '전설의 고향'이 무서웠는데, 어른이 되니 제일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가 되었다. CCTV를 설치하고도 긴장 모드로 하루하루를 살았다.


하지만 지나가다 몇 번 만난 이웃집 남자는 알고 보니 정말 열심히 사는 순둥이 제주 사람이었다. 나보다 어렸는데 할머니들을 무밭, 당근밭으로 데려다주는 '반장'이었다. 당근밭에서 일할 때면 그는 비상품 당근인 파찌를, 무밭에서 일할 때는 비상품 무 파찌를 한 가마니씩 집 앞에 가져다주었다.


집주인 삼촌에게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갑자기 CCTV 설치했던 내가 부끄러워진다.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건데 말이다. 그렇다고 어둠에 대한 나의 경계가 허물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해가 지기 전 후다닥 집안으로 들어가 모든 문을 잠갔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오로지 나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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