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명도 이름입니다
성별도 알게 되었으니 슬슬 이름을 고민할 시기가 왔으나, 골치 아픈 일은 뒤로 미루고 먼저 태명 이야기를 할 때다. 태명은 6주 차에 벌써 정했다. 회사의 복지 정책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태명을 등록해야 했기 때문이다. 못 마친 야근은 안 아쉽지만 못 받는 혜택에는 민감한 나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회사 인사 시스템에 등록하기 위해 태명을 고민했다. 사람들은 '태명'이라면 좀 더 의미 있고 부모의 사랑이 담겨있는 것을 상상할지 모르겠지만, 현실은 이렇다. 쫌생이 같은 아빠라 미안해.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했으나, 역시 태명도 이름이라고 아무렇게나 지을 수 없었다. 태명은 된소리, 거센소리가 들어가면 아기가 잘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리고 의미상 아무래도 부모의 소망이 담긴 이름이 된다. 조금 옛날 자료지만 태명에도 트렌드가 있다.
1등은 역시나 튼튼이다. 아기는 역시 튼튼한 것이 1번이다. 찰떡이가 많이 치고 올라왔는데, 난임이 많아지면서 엄마한테 찰떡 같이 붙어있으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열무는 '열 달 동안 무사히'의 준 말이라 한다. 무난한 사랑이와 쑥쑥이 축복이가 뒤를 잇고 있고 행복이가 순위가 떨어지는데 조금 슬프다. 우리 좀 더 행복을 챙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는 역시나 이런 흔한 이름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특별한 아이디어도 없으면서 결정도 못하는 날이 며칠. 나는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알잘딱깔센'으로 하고 싶었으나 아직 알아서 잘할 나이는 아니니, 딱깔센이 어떠냐고 주장했고, 아내는 입덧으로 딸기를 많이 먹던 때라 딸기가 어떠냐고 했다. 좁혀지지 않는 견해차에 아내는 포기하지 않고 옆에서 태명을 뭘로 할지 쫑알쫑알 대기를 한참. 이제 그만 정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침내 타협점을 찾았다. '그럼 쫑알이 어때'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다 보면, 이거다 싶은 때가 찾아온다. 이렇게 저렇게 수많은 이름을 던져봤지만, 무슨 그게 태명인가 싶던 이름뿐이었는데. '쫑알이'는 입에서 나오자 마자 이거다 싶었다. 들어본 적 없는 태명이면서 귀엽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어서 더 정감이 갔다. 쫑알쫑알 수다쟁이 엄마 덕분에 태어난 ‘쫑알이’니까, 앞으로 태어날 쫑알이도 자기 목소리를 잘 내며 살아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