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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빠 되는법: 16주

박보검 같은 아들이어라

by 퇴근은없다

16주 차, 드디어 성별을 알 수 있는 때가 되었다. 벌써부터 뭐가 부끄러운지 다리 사이를 안 보여주려고 아기는 아빠 다리를 한다. 우리에게 성별 알려주고 싶은 의사 선생님과 한차례 실랑이를 하더니, 이내 다리 사이 거부할 수 없는 증거를 내보인다. 아들이다.


사실 난 딸일 줄 알았다. 아무런 근거도 없없지만 그냥 그럴 것 같았다. 속으로 딸을 원했던 나의 마음 때문에 그랬나, 딸을 원했던 미래의 딸바보 아빠는 있지도 않았던 첫째 딸을 잃었다. 그렇다. 유튜브에서 부럽게 보던 애교 많은 딸은 나의 몫이 아닌 것이다. 딸을 낳겠다고 둘째를 시도할 자신은 없다. 혹시라도 둘째도 아들이면 어떡하나! 애초에 아들을 원했으면 원했지, 딸을 원했지만 아들만 둘 있는 아빠는 되고 싶지 않다.


요즘 나도 '폭싹 속았수다' 보는 재미로 일주일을 기다린다. 금명이는 관식이의 20년 짝사랑이다. 관식이는 짝사랑 결혼식 때 눈물을 보이고 만다. 금명이 시집보내는 건 천국을 남 주는 거라고 한다. 그렇게나 관식이는 금명이가 좋았나 보다. 그런데 잠깐, 여기 함정이 있다. 우리가 관식이에게 공감하는 이유는 금명이가 아이유이기 때문이 아닐까. 드라마의 개연성은 주인공의 매력이 있기에 실제로 우리가 금명이를 20년 키우지 않았으면서도 금명이기 아이유이기 때문에, 그토록 쉽게 관식이에게 이입할 수 있다.


반대로 나는 내 아들을 박보검이라 생각해 본다. 내 아들이 박보검이라고? (박보검님 죄송합니다.) 저렇게 인성 논란도 없이 든든하고, 잘 생기고, 착하고 연기도 잘한다니. 어린 나이에 애순이 데리고 가출만 안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남자가 남자를 볼 때 잘 생겼다고 느끼기 쉽지 않다. 그런데 나에게 박보검은 그게 되는 사람이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이쁘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 내 아들도 나에게 박보검은 아닐까.


내 아들이 박보검이라면 어떨까. 잠든 모습을 보면서도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몰래 사진을 찍어댈 게 뻔하다. 아들이 자라면서 학교에서는 여학생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운동회나 학예회 날이 되면 다른 아빠들 앞에서 의기양양하게 “제 아들입니다!” 하고 으쓱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진짜 박보검님의 아버지는 어떤 기분일까. 박보검이 아무리 잘생기고 멋진 배우라도, 박보검님의 부모님은 아마도 잘생긴 얼굴이 때문이 아니라 아들이라서 사랑할 거다. 내 아들이 잘생기고, 착하고, 연기도 잘해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아들이기 때문에' 사랑할 거라는 말이다.


앞으로 6개월쯤 지나면 내 아들도 세상 밖으로 나와 나를 보며 울고 웃고 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아마 ‘이렇게 완벽한 아들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 매일 감사의 인사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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