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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몫 챙겨 먹는 법: 14주

임산부 영양제 챙기기

by 퇴근은없다

아내가 입덧이 심할 때는 무엇이든 좋으니 먹을 수 있다면 좋았다. 파파존스 아저씨도 아니면서 매 끼니 피자만 먹거나, 원숭이처럼 바나나만 먹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게워내지 않고 먹을 수만 있다면 감사했다. 하지만 점차 입덧이 나아지면서 먹을 수 있는 것도 많아지고, 뱃속 아기도 더 많은 영양소가 필요해졌다. 이제 뱃속 아기와 임산부의 건강을 위해 영양에 신경 써야 할 때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고 했던가. 입덧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먹지 않게 된 음식도 있다. 바로 입덧이 심할 때 주구장창 먹었던 음식들이다. 그동안 단백질을 책임져줬던 계란찜과 처음 먹을 수 있게 된 피자, 간편하게 골고루 먹을 수 있게 해 줬던 월남쌈. 이 음식들은 이제 물린다며 아내는 거부했다. 그동안 고마웠다.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


대신 평범한 식단이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못 먹었던 육류를 식단에 포함시켰다. 삼겹살이라던가, 고기 넣은 미역국, 고기 넣은 카레, 고기 넣은 김치찜. 한 풀이하듯 못 먹었던 육류를 섭취하기 시작했다. 보통은 집에서 건강한 식단으로 밥을 먹지만, 마음의 행복도 중요하기에 외식도 편하게 했다. 쌀국수, 닭강정, 칼국수, 돈가스, 떡볶이, 막국수. 먹고 싶은 건 고민하지 않고 먹는 행복한 시기가 도래했고. 이에 발맞춰 아내의 몸무게도 빠르게 늘었다. 임산부 권장 몸무게 늘어나는 속도보다 2배는 빠른 것 같다.


물론 영양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평소 안 먹던 견과류를 먹기 시작했고, 손이 많이 가서 잘해 먹지 않았던 나물 반찬도 식탁에 올렸다. 우유도 평소 먹던 우유가 아닌 유기농 A2 우유로 바꿨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걸 먹어볼까. 가격은 2배이지만 이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먹어보니 맛은 똑같은 것 같은데. 뭐가 이리도 비싼지..!


영양제도 이제 곧 철분을 추가로 먹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 그동안은 입덧이 심해질 수 있어 먹지 않았으나. 혈액을 많이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철분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칼슘은 20주 차부터인데 칼슘이 부족하면 엄마 뼈에서 칼슘을 빼 간다고 한다. 옛날에 엄마들이 출산 후에 골병드는 게 칼슘 부족 때문이란다. 아래는 먹고 있는 혹은 먹을 예정일 영양제리스트다. 다른 영양소도 물론 필요하지만 임산부에게 부족하기 쉬운 영양소들이다.


엽산: DNA 합성과 세포 분열을 돕고, 건강한 태반 형성에 기여

비타민D : 태아의 뼈와 치아 형성에 필수

오메가3 : 태아 두뇌 & 눈 건강 발달

유산균: 임신 중 소화 문제 해결

철분:태아와 산모 모두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적혈구 생성

칼슘: 태아 뼈와 치아 형성에 필수


스크린샷 2025-03-17 오전 8.14.08.png 이정도는 챙겨야 안심이다


철분은 먹기 쉽지 않은 영양제라고 하여 먹기 쉬운 액상형으로 골랐고. 오메가3는 식물오메가가 동물성보다 흡수는 안 좋지만 대신 중금속이 없다고 해서 식물성으로 골랐다. 유산균은 특별히 좋은 게 있다기보다 먹는 사람한테 잘 맞는 걸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걸 최고로 좋다는 걸 고를 필요는 없다. 칼슘이나 비타민D는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 적당히 골랐다.


평소 영양제 잘 챙겨 먹지 않는 아내였지만. 그래도 임신하니 꾸준히 잘 챙겨 먹고 있다. 옆에서 보고 있으면 대견할 정도다. 임산부에게 특별히 좋은 음식이라는 것 없다. 평소 안 먹던 특별한 음식 먹고 탈 나는 것보다는 부족한 영양소가 없게 평범한 음식 든든하게 먹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음식으로 채우기 어려운 영양소는 영양제로 보충해 주면 되니. 영양제 먹는 걸 잊지만 않으면 이제 걱정할 것이 없을 것 같다.


적당히 끼니 때우듯 식사를 해결하던 시절은 끝났다. 어른은 챙겨 먹기 귀찮은 날 한 두 끼는 라면 좀 먹고 건너뛰기도 하겠지만. 임산부와 태아의 시간은 어른에 비해 하루하루가 너무도 중요하다. 이제 출산까지 200일도 안 남았기에 하루에 0.5% 씩 몸을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몸을 만드는 영양소가 내가 챙겨주는 음식이다. 이제 피자와 바나나만 먹던 시절은 안녕. 하지만 또 누가 알겠나? 출산 후 산후조리할 때 ‘이제 고기 물려!’ 하면서 다시 바나나를 붙잡을지도. 어쨌든 오늘은 오늘의 영양을 챙기고, 내일은 내일의 식단을 고민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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