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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젊지 못해 미안해: 18주차

건강한 아빠가 되기로 다짐한 날

by 퇴근은없다

지난주에 딸이 아니라 아들이라고 조금 아쉬운 소리를 했더니, 친구가 '아들 키우다 보면 체력 좋아져서 건강해진다'며 체력을 준비해두란다. '내가 널 20대에 낳지 않아 미안해. 20대 부모가 아니라 미안하구나' 혼잣말도 했다며 말이다. 그런 소리 말고 운동이나 좀 하라는 의도였겠지만 나는 조금 슬퍼졌다.


내 나이 만 서른다섯, 한국 나이로 서른일곱. 이제 곧 태어날 아기와 띠동갑이다. 엄마가 서른에 나를 낳았으니 엄마가 나를 만났던 것보다 6년은 늦었다. 지금 태어난 아이들도 6년을 자라면 초등학교 들어갈 나이다. 내가 초등학생이 되었을 때까지도 엄마는 나에게 완벽한 엄마였다. 엄마는 스물일곱부터 형과 나를 키우면서 인생을 보냈다. 스물 일곱. 내가 아직 직장을 갖기 전에도 엄마는 내 엄마였던 거다. 그 덕분인지 나는 유년기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른 살에는 아직 알지 못했다. 20대는 젊었고 서른이 되어서 바뀐 건 그저 숫자 앞자리뿐이었다는 것을. 서른이 훌쩍 넘은 지금에서야 나이가 든다는 게 이렇게 시작되는구나 느낀다. 재작년에는 허리 디스크가 찾아왔고. 작년 환절기부터는 틈만 나면 감기가 찾아온다. 요즘은 오전에 외출이라도 하면 피로를 이기지 못한다. 점심 먹고 눈이라도 조금 붙여줘야 한다. 나는 아직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체력부터 걱정이다.


하지만 사실 알고 있다. 마흔도 안 된 내가 이런 얘기하기에는 아직도 젊다는 것. 어디 가서 욕먹기 쉬울거다. 그리고 내 나이 때 엄마도 아마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라는 걸. 그저 자식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고 강한 척했겠지. 엄마 역시 낡아가는 몸을 가진 평범한 어른이었을 거다. 나는 엄마의 나이를 이제 이해한다. 비록 내가 6년 늦기는 했지만. 6년 그거 뭐 별 건가. 어쩌면 아이가 나를 어른으로 기억할 때까지, 나도 그런 척을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4월이고 뛰기 좋은 날씨가 되었다. 이제 핑계 댈 것도 없어서 오늘은 30분 즈음 뛰고 돌아왔다. 많이 뛰지도 않았는데 다리가 무겁고, 숨이 차다. 나는 뛰면서 생각한다. 이렇게 뛰는 이유는 내 몸을 위한 것만은 아니라고. 몸이 조금 더 젊었으면 좋겠다고, 좀 더 건강한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이가 커가는 속도만큼 내가 늙어가는 게 아니라, 같이 뛰면서 함께 자라 가는 어른이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렇게 땀을 흘리고 나면 조금은 더 나은 어른이 된 기분이다. 엄마처럼 젊은 날의 에너지를 빌릴 순 없지만, 아직 늦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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