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포장만 바꾸면 이게 파리 쥬르 제품인지, 뚜레 바게트에서 만든 건지 구분이 안 갈 수도 있습니다.
굳이 개성을 많이 담는 품목이 아닙니다.
가정에서도 간단한 시설만 있으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케이크입니다.
그런데, 저희가 또 빤하게 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명색이 유학파로써 어디에나 있을 법한 파운드를 하는 것은 낭비다 싶어서 또 사서 고생을 했습니다.
매장 이름은 스퀘어이미로 했습니다.
파운드케이크의 유래가 밀가루, 달걀, 버터, 설탕을 1파운드씩 같은 비율로 만들었다는 점과,
점선면이 가장 안정적인 형태가 정사각형이라는 것이 유사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square imi로 이름을 지었습니다.
디저트의 맛에 있어서 밸런스라는 요소를 중시하는 것과도 궤를 같이 합니다.
새로운 매장을 시작하면서 넣고 싶었던 가치는 ‘완성도'였습니다.
식품첨가물에 의존해서 만든 것들은 그럴싸보여도 허전할 수밖에 없고, 좋은 재료를 내세우는 곳 중에서 맛이 있는 곳이 드물었습니다.
좋은 재료와 숙련된 기술로 만들어진 완성도 있는 제품을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완성도가 있으면서 특별한 파운드를 만들기 위한 과정은 꽤나 험난했습니다.
새로운 밀도와 식감을 주기 위한 반죽을 만드는 것도 오래 걸렸고
파우더나 색소가 아닌 천연재료로 맛을 내다보니, 하나의 완성품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종류별로 테스트가 필요한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특히 기존의 파운드와 다른 모양을 만들기 위해 틀을 자체 제작했는데, 기존의 방식으로 오븐을 돌리면 원하는 결과물이 안 나와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습니다.
스퀘어이미를 시작하면서 이승림 셰프가 이미와 결별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독립의 성격이 있었지만 여전히 카페의 디저트를 만들었고, 음료의 베이스가 되는 재료의 준비도 지원해 주었습니다.
많고 많은 디저트 중에 왜 하필이면 파운드케이크일까?
우선은 이승림 셰프가 파운드케이크를 좋아했고, 손님들에게 파운드케이크의 매력을 전달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럼 다른 디저트는 안 좋아하냐. 그건 또 아닙니다.
그런데 매장을 하게 되면 주력 메뉴를 정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은 지속가능입니다.
수익을 내서 생계를 이어가고,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동안 이미를 통해서 선보였던 (그리고 사실은 현재까지도) 이승림 셰프의 디저트는 손이 많이 가고 꽤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것들이었습니다.
많이 팔고 싶어도 많이 만들기가 어려워서 쉽지 않습니다.
재료 준비에서 최종 마무리까지 많은 품이 듭니다.
작은 매장에서 스펀지, 시폰, 무스, 치즈, 파운드, 크레이프, 타르트, 푸딩, 쿠키 이렇게 다 다른 형식의 디저트를 완성도 있게 충분한 양을 만들려면 혼자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해서는 재료와 레시피의 범위도 너무 넓고 일이 너무 고되죠.
지속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파운드케이크를 기본으로 하되,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적용하여 한 장르에서 다양한 맛과 즐거움을 보여주기 위해서 파운드를 선택한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카페를 창업하기 위해서 제과제빵수업을 듣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런데 기술을 익히고 나서 숙련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디저트 샵이 목표가 아니라면 모든 디저트를 다 잘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가게의 콘셉트에 맞는 품목을 선택하여 집중해 보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Square imi. 이승림
스퀘어이미 대표인 이승림 셰프는 저의 동생입니다. 앞에서 몇 차례 말씀드렸으니 이미 알고 계시겠죠? 10년 간 저와 함께 이미를 만들고 키워왔습니다. 형제라고 소개하면 놀라는 분들도 많이 있었습니다. 외모나 성격이 많이 다르다고들 하십니다.
이걸 다행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 모두 ‘커피와 디저트를 좋아해서 같은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보통의 형제들처럼 한 가정에서 나고 자라며 많이 싸우고 다투면서 커 왔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싸웁니다.
동업자로써 싸우고, 형제로써 싸우고 말 못 할 사정이 없는 사이는 자주 싸우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각자의 노력과 헌신을 가장 잘 아는 사이기도 합니다.
고급 재료를 쓰는 보통 케이크
이미를 시작할 때부터, 커피도 디저트도 저희 사정이 되는 한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경험이 많은 셰프들은 하나같이 좋은 재료의 중요성을 얘기합니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노포 사장님들도 장보기에 공을 많이 들입니다.
비싸다고 반드시 좋은 재료라는 보장은 없지만 좋은 재료가 싼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운영 측면에서는 비용은 줄이고 수익은 늘려야 하기에
비싼 재료를 사용하면 비싸게 파는 것이 상식인데 그게 참 어렵습니다.
그래서 초창기에는 저와 동생이 자주 의견 대립을 했습니다.
저는 전체 운영 측면과 제품의 가치를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하거나
기존의 것들의 인상을 건의하고, 동생은 보통 반대를 했습니다.
재료 원가, 들이는 공과 기술력, 제품의 퀄리티는 둘 다 공히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우리 케이크를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가격이 높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방법은 통상 두 가지입니다. 싼 재료를 쓰거나, 일을 더하는 거죠.
그런데 싼 재료로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저희 둘 다 원치 않았어요.
요즘은 가격 책정으로 대립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재료를 사용하여 완성도 있는 디저트를 계속하려면 적당한 가격에 판매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거든요.
가격에 합당한 가치를 선사하는 것에 힘쓰려고 합니다.
또한 이승림 셰프는 지난 10년간 그래 왔던 것처럼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일을 더더더 하고 있습니다.
사서 쓰자.
재료의 원물을 직접 가공하여 사용하는 방식은 여러 모로 장점이 많습니다.
재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맛의 디테일을 구현함으로써 개성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때에 따라서 제철 식재료를 잘 확보한다면 비용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잘 해내려면 전문적인 교육을 받거나 많은 경험을 해야 합니다. 숙련된 이후에도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합니다.
스퀘어이미는 가을이 되면 몽블랑을 만듭니다.
몽블랑은 밤을 주재료로 만든 케이크입니다. 몽블랑에서의 맛의 핵심은 밤 페이스트입니다.
시중에는 제과용 밤 페이스트가 많이 나와 있고, 본고장인 프랑스 현지의 유명한 파티쉐리에서도 질 좋은 시판 제품을 많이 사용한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승림 셰프가 예전에 밤 페이스트 만드는 것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어요.
온도 변화를 주면서 익혔다 식혔다를 수회 반복하여 조린 밤을 체에 받쳐 곱게 내리는데, 이 과정을 셀 수 없이 반복한다고 합니다.
통상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7시간 정도가 소요되는데 그래서 얻게 되는 밤 페이스트는 500그램 정도라고 했습니다.
대충 손이 많이 가겠구나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런 스토리를 읽고 ‘그래, 그래서 맛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소비자의 관점이고요,
창업을 하고 운영을 하는 입장이라면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만들면 그나마 비용을 줄일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너무 에너지가 많이 들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 그로 인해서 인력이 더 필요해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업무강도가 높아져서 다른 업무에 지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품목이 많은 매장에서 모든 것을 수제로 한다고 무작정 좋은 선택이라 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맛있으면 다냐
평가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습니다.
물론 합리적인 평가나 이의제기는 저희에게도 자극이 되어서 맛과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가끔 ‘어디 어디가 이미 보다 낫더라.’ ‘이미에서 여기로 갈아탔다'
식으로 비교하면서 평가를 할 때는 다소 예민해집니다.
아주 드물지만 가끔은 비교대상이 되는 매장의 제품을 사 먹어봅니다.
정말 우리가 뭔가 소비자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지 궁금하고, 또 인간인지라 ‘어디 얼마나 잘하자 보자'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소비자의 평가가 수긍이 가는 경우도 더러 있지만, 솔직히 대부분 완성도 측면에서 어떤 특별함을 느끼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까지 강력한 팬덤이 생길 일인가. 이게 그렇게 줄을 서서 먹을 맛인가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우월감이나 질투심에 드는 생각은 아니고요, 그냥 제품만 놓고 봤을 때 그렇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저희도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고수했더랬습니다.
‘맛있기만 하면 언젠가 알아줄 것이다.’
‘우리는 맛으로만 승부하겠다.’
‘그것이 진정성이다.’
이런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요. 개인의 가치관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다른 결과가 많이 나타납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비로소 깨닫게 되었고,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소비자가 어떤 제품과 브랜드를 인정하고 사랑하게 되는 이유가 오직 ‘맛’ 때문은 아니라는 것을.
어머니가 담그신 김치가 최고로 맛있는 이유가 ‘완성도' 때문일까요?
수십 년 김치만 만들고 연구해 온 전문회사의 제품보다 뛰어나긴 어려울 겁니다.
커피와 마찬가지로 디저트도 비슷한 가격대일 때 전반적인 상향 평준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맛의 차이가 아닌 ‘경험'의 차이로 승부가 갈린 다는 것이죠.
판매가 부진할 때, 기술자들은 어떻게 맛을 개선할지, 신메뉴를 만들지 고민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것을 살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맛과 특성을 잘 알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는가
패키지는 튼튼하게 제품을 잘 보호해 주는가
보관과 취식에 대한 안내는 잘 마련되어 있는가
케이크의 디자인과 패키지까지의 디자인은 흥미로운가
새로운 메뉴는 어떤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는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밝은 얼굴로 맞이하고, 재방문 손님을 잘 기억하는가.
카페와 마찬가지로 디저트 역시 생산만큼이나 판매하는 행위가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유명해지세요.
이승림 셰프에게 방송 출연 제안이 왔었습니다.
이전에도 그가 만든 디저트가 만든 수요 미식회를 비롯한 매체에 소개된 적이 있었지만,
제품과 홍대 이미 가 주목을 받았지 독립된 제과 브랜드로써 과자점 스퀘어 이미 가 알려질 기회가 적었습니다.
이전에도 여러 곳의 제안이 있었지만 책이나 잡지와 달리, 다소 과장되고 선정적인 방송 프로그램 출연은 계속 거절해 왔습니다.
그런데, 생존이 중요하잖아요. 스퀘어이미는 작업장과 판매장으로 구성된 매장이라 손님들이 먹고 갈 수가 없는 매장이에요.
그만큼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서 알릴 기회가 적어서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촬영을 했고, 매장은 방송을 탔습니다.
시즌 메뉴와 맞물려서 소개가 되는 바람에 정말로 폭풍 같은 몇 주를 보냈습니다.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방송의 힘은 어마어마했습니다.
밤새 준비한 케이크와 과자들이 1시간도 못 되어 동 나버리고 온갖 칭찬과 온갖 항의와 비난을 동시에 받았습니다.
너무나 힘들었지만, 동시에 왜 진작 수락을 안 했을까 싶은 생각도 한편 들었습니다.
방송은 부담스러웠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한 내 것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나를 지지해주고 아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힘들었지만, 동시에 힘이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관심은 좋은 것입니다.
매출에 도움이 되며 이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내적 동기를 강화시키고 성장의 계기가 됩니다.
그러니 유명해지십시오. 유명해질 기회를 잡으십시오.
방송이나 매체로 인해서 브랜드의 정체성이나 철학에 흠집이 날 수도 있습니다. 그걸 지켜내는 것도 사장의 몫이지요.
그렇지만 유명해지십시오.
스퀘어이미는 처음에 목표한 대로 ‘완성도' 있는 제품을 만들어 왔습니다.
제과 브랜드로써 ‘기술력'이라는 확실한 강점을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주력 메뉴인 파운드케이크는 기존의 파운드케이크와 확실한 차별성을 가지고 있고,
지난 10년간 이미 커피를 통해 선보인 디저트들은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하면서 꾸준히 성장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직접 로스팅한 커피에 어울리는 디저트를 매주 새롭게 만들어내는 작업을 해내고 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죠.
다만, 창업 전에 알아야 할 부분은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수록 확장성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커피나 디저트나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재료를 써야 하고, 높은 기술을 가진 스텝이 필요하고, 적절한 시설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작은 규모를 가진 대부분의 매장들은 오너의 열정과 헌신에 기대어 이 부분을 해결해 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