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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향을 말하는 가장 편향된 자들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뉴스공장까지

by 빵부장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자신에게 불편한 공영방송을 없애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 하원이 NPR·PBS 등 공영언론에 대한 11억 달러 지원을 끊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서울시는 TBS에 대한 예산을 전면 중단해 사실상 '폐국' 위기로 몰아넣었다. 명분은 '예산 절감'이지만, 실상은 '정치적 불쾌감'이 그 동력이다.


미국 PBS는 우리에게 익숙한 아동용 방송 '세서미 스트리트' 방영으로 유명하다. NPR과 PBS는 1970년 공공방송법에 따라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 공영언론으로, 정파에 치우치지 않고 사실 보도에 집중해 온 매체다. 미 정치권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축에 속했지만, 트럼프는 지난 3월 "(두 방송은) 매우 불공정하다"며 지원 중단 의사를 밝혔다.


서울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2020년 서울시 사업국에서 재단법인으로 독립한 TBS가 개국 30년 만에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오세훈 시장이 2021년 보궐선거 당선 후 TBS 전체 예산의 70%를 차지하던 서울시 출연금을 30% 넘게 삭감했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후 아예 지원 근거를 없앴다.

표면적으론 "교통방송의 기능 전환"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겨냥한 정치적 보복이었다. 대표이사 사퇴, 논란 진행자들의 하차, 프로그램 연쇄 폐지가 이어졌다. 현재 TBS는 인건비조차 부족해 임금 체불과 임대료 연체 위기에 몰렸다.


오 시장의 본심은 지난 6월 서울시의회 답변에서 드러났다. "그 편향된 진행자가 '나 다시 돌아올 거야'라고 말했다. 이게 불을 질렀다"라고 밝혔다. 이는 정치권력이 개인적 감정을 공적 정책에 투영한 전형적 사례다.


트럼프와 오세훈은 공영방송의 '편향성'을 문제 삼지만, 그 자체로 가장 편향된 정치적 행위다. 절차적 합법성을 앞세우지만 내용상 정당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언론은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편향적인 프로그램이 문제라면 그 내용을 논해야 하는데, 그 기능 자체를 닫아버리는 것은 민주주의를 오염시키는 가장 위험한 방식이다.


다만 TBS처럼 정부나 지자체 예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구조는, 정권 변화나 정치적 입김에 따라 존폐까지 좌우될 수 있다는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공영방송이 진정한 독립성을 확보하려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율은 물론 재정적 구조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언론은 결국 ‘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점에서, 지금의 위기는 공영방송의 체질을 돌아보게 하는 경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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