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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불씨 Jan 31. 2024

넌 도대체 나랑 왜 사냐?

넌 도대체 어디 있니?

문득 글을 쓰며 와이프에게 물어봤어요. 임신 중에 우리가 에피소드가 있었느냐고 생각나는 게 있으면 좀 보내 달라고요. 저도 생각나는 게 입덧 잠깐 했던 거랑 앞에 썼던 편의점 사장님한테 맞았던 거 정도인데

와이프도 크게 생각나는 게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사진첩을 뒤지면 지난 시간을 볼 수 있으니 아이가 우리에게 온 그 시점부터 사진을 보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제가 와이프 운동을 조금 시켜 준거 말고는 서로 찍은 사진이나 와이프 사진이 정말 너무 없었어요.


다 일하고 운동하고 회원들 사진 제품 사진 이런 거 말고는 정말 저희를 찍은 사진이 없더군요.

그리고 있는데 문자가 왔어요. 두 가지 사건이 기억난다고 보내왔는데

하나는 제가 체육관을 운영하니 운동하는 사람들 모임의 자리였나 봐요.

당시에 와이프가 임신 8개월쯤 되었던 때인데 이야기가 길어져 와이프가 저한테 힘들다고 했었나 봐요.

그런데 전 업무적인 이야기부터 회원들 이야기까지 정신이 없다 보니 금방 끝나니 기다리라고 한 게

거의 5시간 이상 지나갔었나 봐요.  와이프가 울었고 그제야 전 진작 말하지 왜 참고 있었냐고 했다는데

사실 저 이게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내가 그랬어?"라고 물어봤다고 욕 엄청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 메세지는 저희 결혼식을 올리지 못했으니 와이프가 저한테 신혼여행도 못 갔으니

만삭 여행을 다녀오면 어떻냐고 물어봤었어요. 

그리고 전 대뜸 바빠 죽겠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와이프를 혼냈나 봐요.

당시에는 주말도 없이 회원들 관리하고 일하고 출장 다니고 남는 시간에 계속 공부하던 시절이라 와이프도

이해는 하고 오히려 자기가 잘못했나 생각했다지만 지금 생각하면 서운하기도 하고 아쉽다고 하더군요.


이런 이야기까지 듣고 나니 난 사랑해서 결혼하고 즐겁게 살자고 하루하루 기념일처럼 살자 말했지만

사진 몇 장 찍은 것도 없고 항상 일만 해왔던 것 같아요.


와이프에게도 항상 입버릇처럼 "지금 열심히 해서 우리는 노년에 즐겁게 보내자." 하고 말했는데

막상 코로나 때 큰 피해를 입고 나니 많이 후회가 됩니다.


여유가 있을 때 충분히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았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불필요하게 남들에게 베풀던 시간들을

조금만 와이프에게 나누어 줬어도 둘의 추억이 더 많았을 거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이 사람이 나랑 왜 살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드네요.


막상 그 10개월에 시간은 와이프가 저를 케어해 주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 모든 시간들이 있었기에 저라는 사람도 지금껏 부족한 것들을 하나씩 해가려 노력하고 있는 거겠지요.

병원에서 서비스로 해줬던 촬영이예요. 덕분에 함께 찍은 사진이 남아 있고

당시에 와이프의 눈에서는 절 바라볼때마다 하트가 뿜어져 나왔었어요.


이제는 제가 정말 좋은 남편이자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 다시 저 눈빛이 돌아오게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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