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국인이다
설날이 다가온다.
한국에 살 때 나에게 있어 ‘명절 = 연휴’였다. 다시 말해, 주말 포함 며칠을 쉬는지’만’ 중요했다. 미혼 시절에는 어디로 얼마나 길게 여행을 갈지 계획해야 했고,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에는 이모님 없이 집안일과 육아에 시달려야 하는 기간이 얼마인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명절을 쇠는 이유나 명절이 가지는 의미는 굳이 따져본 적도 없고, 민족 고유의 전통이나 문화는 그저 고리타분한 허례허식에 불과하다고 느꼈다.
그랬던 내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두 아이의 클래스에서 Lunar New Year를 소개하기로 했다. 지난해 주원이 반에서는 한국의 Lunar New Year인 ‘설날’과 ‘세배’, ‘떡국’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관련된 그림책 한 권을 읽은 후, 딱지 치기를 했었는데 대여섯 살 아이들 수준에 딱 맞는 딱지 치기로 순식간에 교실 분위기가 달아올랐던 기억이 난다. 설날, 고유의 음식, 그리고 전통 놀이를 이번에는 과연 어떤 식으로 전달할까 고민하다 보니 이래서 ‘해외 나가 살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있구나 싶다.
https://brunch.co.kr/@howyoung/112
비단 명절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유대인 친구에게 ‘너희는 크리스마스 축하해? 어떤 식으로 축하해?’라는 질문을 받기 전까지 나는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에 기독교 및 천주교 신자가 많긴 하지만, 종교에 무관하게 전 국민이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고,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선물을 주고받는 것에 대해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대만 친구에게 ‘한국의 대표적인 간식 좀 추천해 줘’ 요청받았을 때에야 나는 한국에 살 때도 프랑스에서 들어왔다는 마카롱을 사 먹고, 새로 오픈한 도넛 가게를 다녔다는 게 떠올랐다. 유과나 약과, 식혜 같은 전통 다과는 어쩌다 한 번 먹게 되면 먹지만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이런 한국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궁금해하는 친구들 덕분에 요즘 나는 한국인으로서 나의 정체성을 다시 찾아가는 기분이다. 단일 민족 국가를 강조하고 이에 대해 자긍심을 갖도록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으로서 그야말로 다양성의 끝판왕인 LA에 와서 정체성을 찾는다는 거, 참으로 흥미로운 아이러니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