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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Mar 24. 2022

나는 당신이 부럽다

'부럽지가 않어'라는 당신에게

요 며칠, 장기하의 새 앨범을 듣고 있다.

발매 후 1개월이 더 지났으니 새 앨범이라고 하긴 좀 그런가?


아무튼, 나는 ‘아무것도 부럽지가 않다’고 말하는 그가 몹시 부럽다.




정확히 기억난다.


양팔을 휘적거리며 ‘달이 차오른다’를 부르는 걸 보고 충격에 휩싸였던 순간이. 한창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던 시절, 팀별 스터디를 해야 하는데 경영대 쪽에 자리가 없어서 공대까지 올라갔다. 거기서 ‘장기하와 얼굴들’ 포스터를 처음 봤고, 노래를 처음 들었다.


노래도, (이라기보다는 ‘몸짓 가깝지 않을까) 충격적이었지만, 그가  대학 사회과학대 선배라는 이야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똑똑한 사람이 왜 저런 기괴한 음악을 하는 거야?’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음악이 대중화가 된 건지, 대중이 장기하에 익숙해진 건지,

나이가 들면서 나의 취향이 바뀐 건지, 포용력이 커진 건지,

점점 장기하의 음악이 꽤나 괜찮게 느껴졌고, 지난해에는 그의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까지 찾아 읽게 되었더란다.


그리고 그때부터 부러웠다, 그가.


어릴 때부터 일종의 ‘모범생 트랙’을 탄 사람들에게 그 트랙을 벗어난다는 건 참 어렵다. 언젠가 친구들이랑 ‘우리는 다람쥐 쳇바퀴를 돌고 있고, 멈추면 떨어질까 봐 바퀴를 계속 굴리는 거다’는 류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십 수년 전의 이야기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부를 잘한다.
부모님과 선생님을 비롯한 사람들의 기대가 생긴다.
계속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긴다.
열심히 노력하고 더 잘하게 된다.
주변에 잘하는 peer group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서 이 peer group에서 소외되고 싶지 않은 마음까지 더해진다.




뭐, 아무튼 그래서 신기하고 존경스럽고 부럽다.

분명 그도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범생’이었을 텐데

전혀 다른 길을 선택하고,

그 분야에서도 선구적이고 유니크한 장르를 개척하고,

정점에 있을 때 그룹을 해체하는 결정을 하고.



‘상관없는 거 아닌가?’라는 에세이 제목처럼 어쩐지 크게 연연하지 않고, 흐르는 대로 사는 몸을 내맡기는 듯한데(물론 더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솔로로 낸 앨범마저 훌륭하다니!


그 와중에 타이틀곡 제목이 ‘부럽지가 않어’라니!!!



사회적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소신 있는 선택을 하는 그가 부럽다.

그럼에도 결국 사회(대중)로부터 인정받는 그가 부럽다.

왠지 그런 속세의 기준들에 연연하지 않고 초연할 것만 같은 그가 부럽다.




그래도 이런 부러움을 스스럼없이 내뱉는 나, 나도 칭찬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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