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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Jul 30. 2020

프롤로그

욥기를 열며

서문


욥기는 우리가 익히 아는 스토리의 성경입니다. 하지만 막상 본문을 읽어보면, 생각외로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시련을 이겨낸 한 위인의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욥기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시적 대화)들이 길고도 어렵습니다. 누가 옳은 말을 하는 것인지 분간해내기도 헷갈립니다. 모범적인 자세로 아무런 대꾸 없이 버틸 것 같은 욥이 분노하거나 자기 변호를 하는 모습이 -다른 성경 위인들의 모습과 비교해- 낯설기도 하고, 도가 지나친 듯한 친구들의 말이 정말 틀린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논쟁의 진행이 어디까지 왔는지 길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일쑤입니다. 이는 욥기라는 성경이 갖고 있는 독특성 때문이고, 욥기라는 성경을 잘못된 시각으로 대해온 우리의 고정관념 때문입니다.

 욥기는 '고난'을 소재로 하지만, 그것을 주제로 내세우는 성경은 아닙니다. 욥기는 고개를 끄덕거리게 만드는 수많은 말씀들을 쏟아내지만 그것이 다 옳은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욥기는 하나님의 통치가 이땅에서 정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우리에게 다시 생각해 볼 것을 촉구합니다.


 욥기는 정답을 제시하는 성경이 아닙니다. 그러나 무질서하게 보이는 이 세상을 하나님과 인간의 관점에서 가식없이 다뤄주고 있습니다. 욥기가 다루는 이슈들은 우리가 신앙의 길을 걸으며 피할 수 없는 주제들입니다. 성경 66권 중 이런 부분들을 파고드는 책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큰 위로가 아닐까요?

 그러나 욥기는, 그 묵직한 메시지에 비해 평신도들에게 여전히 어려운 성경입니다. 욥기 관련 서적들이 많지만, 번영신학에 기초한 잘못된(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해석으로 채워진 책들이 대부분이며, 괜찮은 내용의 서적들은 일반 평신도들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비록 신학생이나 목회자는 아니지만, 어떻게든 평신도의 눈높이에서 욥기라는 탁월한 성경을 소개할 수 있는 자료를 하나 만들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키보드를 들었습니다. 최대한 대중적인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했고, 부족한 실력이나마 이해를 돕기 위한 삽화도 그려서 넣었습니다.


 제 신학 지식의 한계로 인해, 참고문헌들은 학술 서적이나 논문이 아닌, 일반 평신도들을 위해 쓰여진 책들이 대부분입니다. 우선 가장 유명한 하경택 교수의 「질문과 응답으로서 욥기 연구」(한국성서학연구소), 제가 욥기를 처음 접하게 해 준 데이비드 앗킨슨의 「욥기 강해」(IVP), 진보적인 욥기 연구에 도움을 주었던 권지성 박사의 「특강 욥기 」(IVP)를 가장 많이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CBS에서 방송되었던 김기석 목사의 성서학당(욥기 편)도 욥기 집필에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평신도라는 위치에서 일반 생활 신앙 에세이가 아닌, 성경 본문에 관한 을 쓴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큰 부담이었습니다. 그러나 저의 조그만 시도가 많은 이들에게 욥기라는 성경의 메시지를 보다 친숙하게 전달하게 되는 결과를 만든다면 더할나위없는 영광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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