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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Aug 03. 2020

1강 욥기를 아시나요?

욥기가 어떤 성경인지 대충이라도 흝어봅시다

욥기에 대한 오해


 욥기라는 성경을 아시나요? 욥기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욥이라는 사람의 이름은 들어 보신 적이 있을 것입니다.

 교회 웬만큼 다니고 있는 분들께 욥기에 대해 아는 대로 말해보라고 하면 아래와 같은 말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위대한 의인이죠."


"죄 없이 고난 받았어요."


"하나님이 사탄과 내기를 하셔서 고난을 당한 건데, 굳이 왜 그러셨을까요?"


"그렇게 고난을 당하고도 하나님을 부인하지 않았죠."


"길고 어려워요."


"좋아하는 말씀이 몇 있어요.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정금같이 나오리라' 등등등"


"친구들이 나빠요"


"하마랑 악어라고 불리우는 존재들이 나오는데 얘네들 공룡 아니에요?"


"하나님이 결국 다 회복시켜 주셨지요"


 욥기는 주일학교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설교 내용입니다. 실제로 욥은 하나님이 인정하신 사람이었지요. 욥은 여러 별명을 갖고 있지만 대표적인 것은 '고난받은 의인'입니다. '고난'은 욥을 설명할 때 떼어 놓을 수 없는 개념인데, 그는 실상 아무 죄도 짓지 않았음에도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처참한 고난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의 인상적인 부분은 그가 그런 고난을 당하고 나서도 하나님을 원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분을 찬양하고 경배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는 '이 세상에서 더할나위 없이 하나님을 경외한 모본'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결국 하나님은 모든 시험을 마치신 후에 그가 원래 갖고 있었던 재물의 갑절을 베풀어 주셨습니다. 이런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이 '욥기'라는 성경입니다.


 그러나 욥기는 이 내용이 전부가 아닙니다. 아니, 만약 여러분이 이것만 알고 있다면 욥기를 심각하게 오해할 위험이 있습니다.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스토리는 욥기의 저자가 진정으로 하고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틀'에 불과합니다. 또한 욥기 전체는 42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위 내용은 단 세 장뿐입니다. 엑기스 내용들은 나머지 서른 아홉 장에 담겨 있다는 의미이지요. 저는 지금부터 시작하려는 글들을 통해 욥기가 담고 있는 심오한 진리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알아보려고 합니다.




욥기는 어떤 성경인가?


 욥기는 누가 썼을까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습니다. 욥기는 언제 기록되었을까요? 이것도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합니다. 욥기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얼핏 고난이 주제 같지만 욥기가 말하는 바에 대한 해석들은 더욱 다양합니다. 욥기의 배경은 어디인가요? 이것도 확실하지 않습니다. 욥기는 가장 난해한 성경 중 하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이 욥기 전체를 한 번 제대로 훑어볼 수 있다면 성경의 커다란 산 하나를 넘는 것입니다. 물론 방금 말씀드렸듯이 명확하게 결론내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은 성경임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욥기가 우리가 손댈 수 없을 정도로 미스테리한 성경은 아닙니다. 고맙게도 많은 신학자들이 욥기를 연구했고, 지금 우리가 욥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적지 않은 성과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비록 명확하게 결론내려진 것들이 적다고 해도, 저는 그들의 수고를 발판삼아(그리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욥기 안에 있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청종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언제 기록되었나?


 욥기의 배경은 고대입니다. 좀 더 좁혀보면 아브라함이 살던 족장 시대와 모세의 출애굽 사이쯤 되는 시점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 욥의 이야기는 이스라엘 안에서 구전(이야기)을 통해 계속 전승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욥기가 하나의 성경으로서 완성된 것은 포로기, 즉 유다가 바벨론에 멸망하여 백성들이 끌려간 이후라는 주장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의 마음을 지배하던 고민 때문입니다. "왜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허락하시는가?"라는 질문 말이지요.


 이스라엘은 우리가 잘 아는대로 하나님께 범죄하여 멸망이라는 심판과 징계를 당한 것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단순한 해석은 이스라엘 백성들 마음속에 더욱 큰 물음표를 자라게 했습니다. 현재의 상황에 대한 해석이 죄악에 대한 징계뿐이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줄줄이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우리를 버리셨는가? 하나님의 사랑은 조건부였던가?'


 '우리는 범죄했고 충분히 벌을 받았지만, 세월이 흘러도 시련은 없어지지가 않는다. 지금 받고 있는 이 고난도 죄에 대한 징계란 말인가?'


 '하나님의 백성인 우리는 심판을 받는데, 왜 하나님을 섬기지도 않는 바벨론 사람들은 이토록 승승장구한단 말인가? 하나님은 정말 세상을 공의로 다스리시는가?'  


포로기 이스라엘 백성들의 질문들


 어떤가요? 그 당시 백성들이 충분히 해볼 만한 질문들 아니었을까요? 이런 측면에서 고대를 배경으로 한 욥기 이야기는 포로기 이후의 이스라엘 백성들이 현재를 해석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을 것입니다.



 

배경은 언제, 어디인가?


  앞서 말씀드렸듯, 욥기는 고대 족장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욥 이야기의 지역이 흥미롭습니다. 욥기 1:1을 먼저 볼까요?


우스 땅에 욥이라 불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1:1)


 '우스'라는 지역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명쾌하게 어디라고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비교적 유력한 학설은, 명칭으로 추정컨대 에돔 지역의 일부였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즉 욥기는 이스라엘 땅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욥 또한 이스라엘 사람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욥기의 배경이 '외국'이고, 욥기의 내용이 '하나님과 어떤 이방인의 이야기'라는 것은, 이스라엘이 제 3자의 입장에서 이 사건을 보다 신선한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 주1)




욥기의 장르와 구성


 욥기는 성경에서 '지혜 문학'으로 분류됩니다. 지혜 문학에는 욥기, 시편, 잠언, 전도서, 아가가 있지요. 그 중에서도 욥기는 조금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전체적인 틀을 산문이 감싸고 있고 그 안에 시 형식의 기나긴 대화들이 오갑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알겠지만 산문으로 구분되는 부분은 앞에서 살펴본 1장과 2장, 그리고 42장입니다. 처음과 끝은 '스토리' 형식의 산문이지만 그 속은 모두 욥과 친구들과의 논쟁(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나타나신 하나님의 말씀)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이처럼 욥기는 산문과 시가 섞인 지혜문학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 주2)


욥기의 구성


 그러면 3장부터 41장까지는 어떤 내용이 있느냐, 위의 그림을 보시면서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끔찍한 재앙을 당한 욥은 3장에서 자기 신세를 한탄하며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때까지 욥을 위로하기 위해 가만히 있던 친구들은 '아무리 그래도 말이 너무 지나치다. 욥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조언을 해줘야겠다'는 의도로 충고를 하기 시작합니다. 엘리바스가 먼저 '사람이 일단 고난을 받으면 하나님 앞에 잘못했다고 비는 게 맞더라'는 식의 완곡한 조언을 건넵니다. 이에 욥은 발끈하지요. 그러자 빌닷이라는 사람이 엘리바스를 거들며 충고를 합니다. 하지만 욥은 오히려 반박하며 그 충고를 받지 않습니다. 소발도 나섭니다. 욥은 '너희는 차라리 말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며 친구들의 성의(?)를 거부합니다. 욥이 이런식으로 나오자 친구들은 점점 거친 언사로 욥을 몰아붙이고 욥은 가뜩이나 만신창이가 된 자신에게 친구들이 고통을 더한다며 하나님께 탄식과 질문을 쏟아놓습니다. 이런 대화가 세 바퀴 정도 반복됩니다. 그러다 지금까지 소개된 적 없던 엘리후라는 사람이 불쑥 나타나 '당신들 얘기하는거 보니 답답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웁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욥에게 말씀을 하십니다. 이것이 산문 틀 속에 있는, 시문학 형태의 욥기 알맹이 입니다.

 대충 전체적인 구성이 파악 되시나요? 이 틀을 기억하고 계신다면 앞으로의 본문 연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욥기의 특징 - 난해함과 더불어 곳곳에 있는 신학적 쟁점


 반복해서 말씀드리게 되는데, 욥기는 해석상 어려움이 많은 성경입니다. 욥기 안에서만 사용되고 다른 성경에는 전혀 없는 단어가 170개나 됩니다.  (이는 이사야 다음으로 많은 것입니다) 주3) 그리고 욥기가 최초 완성본 이후 2차 편집, 삽입이 되었다는 주장들이 있습니다. 산문과 시가 혼용된 형태가 이를 증명한다는 주장입니다. 또한 엘리후의 말 역시 사후 편집자에 의한 삽입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엘리후는 그가 등장하기 전까지 전혀 소개되지도 않을뿐더러, 하나님께서 마지막에 옳고 그름을 판결하실 때에도 그의 이름을 언급하시지 않습니다) 또한 욥과 친구들과의 논쟁이 한창 진행될 때, 이게 욥의 말인지 친구들의 말인지 헷갈리는 부분들도 있습니다. 본문의 세세한 해석으로 들어가면 이슈들은 더 다양해집니다. 이처럼 욥기는 한 편으로는 난해함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풍성한 해석의 길이 열려있는 성경입니다. 겸손하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한다면, 욥기는 우리에게 분명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해줄 것입니다.  




살펴볼 주제들


 저는 욥기를 아래의 일곱 개의 질문들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대부분 욥기가 진행되는 순서대로이지만 욥과 친구들의 대화 부분은 분량이 많은 만큼 세세하게 살펴보기보다, 주요한 부분만 다룰 계획입니다.


1. 무죄한 고난은 존재하는가? (1:1-2:10)

2. 신자의 절망은 바람직하지 못한 것인가? (3장)

3. 팩트(Fact)는 항상 유용한가? (4-27장)

4. 회의하는 신앙은 위험한가? (4-27, 29-31장)

5. 지혜는 어떻게 경험하는가? (28, 32-37장)

6. 하나님은 무엇을 말씀하시는가? (38장-42:6)

7. 하나님은 어떤 사람을 인정하시는가? (42:7-17)


 이렇게 간략히 욥기의 개관을 마쳤습니다. 어느정도 감이 오셨나요? 전문적인 연구 주석서에 비해 충분하지 못한 면이 있지만 나머지 이야기들은 본문을 진행하면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준비되셨지요?



1)  브루스 C.버치 外, 「신학의 렌즈로 본 구약개관 」(새물결플러스) p.567

2) 하경택, 「질문과 응답으로서 욥기 연구」(한국성서학연구소) p.8

3) 하경택, 「질문과 응답으로서 욥기 연구」(한국성서학연구소)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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