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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뚱이 Sep 29. 2021

지극히 개인적인 리더십 이야기 ③

-  조직장은 팀원과 하는 일이 다르다

회사에 사람 좋은 후배 P가 있었습니다. 다른 부서였지만 팀원 시절부터 잘 아는 친구였기에 기획실장으로 발령 났을 때 진심으로 축하와 건승을 기원해주었지요. P는 좋은 품성과 엄청난 직무 역량을 보유하고 있어서 경영진의 누구도 승진 발령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P는 치명적인 약점 또한 갖고 있었으니...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팀원 시절 P는 날밤을 세워서라도 자기가 맡은 일을 해내고 마는 독종이었고, 꼼꼼한 성격과 함께 계수 감각 또한 뛰어나 기획 보고서 작성을 시킨다면 무조건 1타로 지명되는 최고의 선수였습니다. P의 후배들은 그의 전문성과 기획 역량을 배우기 위해 따로 줄을 선다는... 소위 조직의 S급 인재였던 것이지요.  


그런데, 그가 실장 승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속 팀원들의 불만이 하나 둘 나오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만두는 사람, 전보 요청하는 사람들이 쇄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일인가요?


경영진은 이 현상에 의아해했고, HRD 부서장인 나 또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여러 차례 공식적 비공식적 인터뷰와 사내 레퍼런스 체크 끝에 결국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그의 꼼꼼한 성격에 의한 마이크로 매니지먼트가 그 현상의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머리에 미리 아웃풋 이미지를 그려놓고 팀원들에게 그 방향에 맞는 것만 요구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그 이미지가 수시로 바뀐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의 전략을 짜기 위하여 수없이 날밤을 세웠던 팀원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며칠 안되어 폐기되는 것을 목격해야 했고, 또 다른 방향으로 자료조사, 대안 탐색 등의 작업을 계속 반복해야 했어요. 그것도 꼼꼼한 실장의 빨간 펜에 매번 죽죽 수정질을 당하면서 말이죠. 




조직장 직책 선임은 경영활동상 상당히 비중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가끔 직책자의 팀원 시절의 뛰어난 전문성과 직무역량만 가지고 보직을 선임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팀원 시절 일을 잘했으니까 팀장을 시켜도 잘하겠지 라는 순진한 생각(일종의 망상임)을 하기 때문이지요. 팀원과 팀장은 다릅니다. 높은 사람 낮은 사람이 아니라 '하는 일' 자체가 다른 것이지요. 팀원이었을 때는 '일 잘하는 것'이 가장 큰 덕목이라면 팀장이나 조직장은 '일 잘하게끔 하는 것'이 가장 큰 역량입니다. 


 그래서 구글, 애플, 아마존, 삼성 등 일류 기업은 매년 리더십 역량 진단을 통해 철저하게 직책자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진단한 후 부족한 부분을 코칭이나 교육, CDP 등을 제공해가며 직책자가 더 큰 직책을 맡도록 성장시키는 것입니다. 이른바 Succession Planning이지요.   


리더십 이론가인 Tannenbaum은 '반 보' 정도 앞서가는 리더가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너무 똑똑해서 몇 보 앞을 바라본다는 리더들은 그것을 기준점으로 삼아 팀원들을 닦달하기 때문에 팀원들의 소진(Burn-Out) 현상과 함께 경직적이고 수동적 태도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아요.


세상은 자기보다 더 똑똑한 팀원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그 똑똑한 팀원들이 모여 집단 의사결정을 하도록 할 경우, 똑똑한 1명의 리더의 결정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지요.


리더 여러분, 자기만의 옹고집스런 전문성은 이제 그만 내려놓으시지요.

그저 팀원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일할 수 있도록 부채질만 해주는 것이 스마트 팔로워들을 이끌어가는 지혜랍니다.


- 2021. 9월 용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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