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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엉뚱이 Sep 29. 2021

지극히 개인적인 리더십 이야기 ②

- 무리(crowd)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

오랜만에 팀 회식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나 즐거워야 할 회식 자리가 몇몇 팀원 때문에 소란스러워져 버렸습니다. 한 달 전쯤 작은 프로젝트를 대리 둘에게 맡겼는데 서로의 일이 아닌 줄 알았다고 말다툼을 하는 것이었죠. 회식 자리에서 이게 뭐냐고 짜증을 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 리더인 저의 잘못이 더 큰 것 같았어요.


둘에게 하나의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 문제의 원인이었던 것이죠. 개별적으로 한 명씩 명확하게 역할과 책임을 나누어주어야 하는데 이건 너희 둘이 해봐~라고 일을 던져버렸던 것이에요. 그러니 서로 책임을 미루다가 결국 다툼으로까지 이어진 것이었죠.  




링겔만의 법칙 또는 링겔만 효과(Ringelmann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그룹 성원 개개인이 자신들의 그룹의 크기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성과는 덜 생산적으로 되는 상황을 말하죠. 프랑스의 농공 학자 막시밀리앙 링겔만(1861–1931)이 발견한 이 효과는 흔히 줄다리기 같은 경기에서도 목격할 수 있어요. 팀 인원이 많아질수록 자기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힘을 내지 않거나, 줄에 그냥 나방처럼 붙어있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볼 수 있는 것이죠. 


심리학의 방관자 효과도 비슷한 개념인데, 주위에 사람들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요타 상사 살인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어느 날 모종의 횡령 사건으로 도요타 상사의 회장 나가노 가즈오가 경찰에 연행된다는 소식에 약 30여 명의 기자들이 회장의 집 인근에 모여들었대요. 그때 갑자기 두 명의 사나이가 나타나 도요타 상사 회장을 죽이러 왔다면서 집 안으로 침입, 태연하게 살해를 한 후 걸어 나왔답니다. 하지만 기자를 포함한 주변의 30여 명의 목격자들은 멀뚱하게 범행을 지켜보기만 하였다는 거죠.


참으로 이상하지 않나요?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답은 '책임의 분산'때문이랍니다. 사람이 많아질수록 책임이 분산되기 때문에 상대방이 하겠지... 누군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조직은 철저하게 개인 한 사람 한 사람까지 명확하게 직무를 잘게 쪼개어 부여해야 해요. 그리고 그 일의 결과와 책임을 그 개인에게 최종적으로 물어야 이런 역시너지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 사람이 수행할 수 있는 범위를 넘을 때가 종종 있지요. 이럴 경우에는 '사수-부사수' 개념으로 짝을 이루어 일을 수행하게 하면 되고요, 이때 가급적이면 직급이 상이하거나 선후배로 조를 이루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누군가는 일을 주도하게 만들고 다른 한쪽이 Support 하는 형식이 일의 효율면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어쨌건, 이러한 원리를 활용하여 저는 집에서도 잘 써먹고 있어요. 아이들과 대청소할 때 그냥 청소해!라고 하지 않고 큰 녀석은 마루 청소 담당, 작은 녀석은 유리창 청소 담당, 막내는 현관 청소 담당 등으로 세분화하여 일을 시키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소파 위에서 빈둥거리며 TV 보는 담당이지요. 랄랄라...(그러다 마나님께 등짝 스매싱 얻어맞고 화장실 청소하고 있어요) 


- 2021. 9월 용모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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