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엉뚱이 Sep 29. 2021

지극히 개인적인 리더십 이야기 ⑦

- 아부의 기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로 아부에 인색합니다. 아니, 아부하는 사람들을 아예 경멸하지요. 조직에서 승승장구 승진하는 직원들을 보면 사람들은 대체로 "쟤는 윗사람에게 아부를 잘해서 승진했대 글쎄..." 이따구 뒷담화가 난무하기 마련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부'와 '아첨'을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입니다. 아부와 아첨은 같은 말 아니었던가요? 아니죠. 달라요... 아부와 아첨은 '대가성' 여부에 따라 구분됩니다. 즉, 원래의 상태나 현상에 대하여 좀 과장하거나 오버해서 칭찬하는 말을 하는 것을 아부라 하고, 여기에다 개인적 기대나 대가를 바랄 경우 아첨이 되는 것이죠.


아첨꾼은 조직의 해악을 끼칠 수 있지만, 자칫 건조해질 수 있는 서로 간의 소통에 살짝 기름칠 역할을 해주는 아부는 오히려 조직의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러한 아부에도 기술이 들어가야 제맛입니다. 그저 칭찬이나 아부가 좋은 효과를 본다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질러댄다면 듣는 이가 민망할 수가 있습니다.


첫째, 당사자가 없는 곳에서 아부하라.


엥? 당사자가 없는데 허공에다 아부하라는 것이야? 그 말이 아니고, 제삼자에게 돌려서 아부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 면전에서 칭찬, 아부의 말을 들으면 대개 쑥스러워하거나 부끄러워합니다. 이럴 때 서로 친한 제3의 인물을 경유해서 아부의 말이 전달하게 되면 그 효과가 몇 배 증폭되는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필자가 H 그룹 기조실에서 근무할 때의 경험담입니다. 어느 날 손님이 찾아와서 게스트 룸에서 잠시 회의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옆 게스트 룸에서 두런두런 회의하는 소리가 살짝 들렸는데, 아마도 기조실 인사부장님께서 참석하고 있는 것 같았지요. (당시 게스트 룸이 방음 처리가 제대로 안되어있는 듯했어요) 


어쨌거나 저는 손님과 대화를 이어갔고, 회의 중간중간에 "우리 부장님께서는 원래 강직하신 분이라~~, " , " 우리 부장님은 그런 것은 안 하시고요, 정직하게 일처리 하시는 것을 기본으로 여기셔서~~" 등, 평소 느끼고 있었던 부장님의 장점을 살짝 부각했어요(일종의 스텔스 아부죠).


그런데 며칠 후, 평소와는 달리 부장님께서 '매우' 다정한 어조로 둘이서 점심을 같이 하자고 하시는 게 아닌가요? 사실 이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부장-대리관계였어요. 어쨌거나  그날 이후 부장님과는 한층 친해지게 되었죠. 그래서 직장생활도 많이 편했고,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도 종종 만나 회포를 풀곤 한답니다. 이것은 아마도 게스트룸에서 저의 전략적인(?) 아부의 기술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네요ㅎㅎㅎ.


두 번째, 반드시 사실(Fact)에 근거하여 아부하라.


없는 사실을 억지로 만들어 아부를 하게 될 경우 주변인뿐 아니라 당사자도 당혹스러울 수 있습니다. 제 아내는 탁구선수 출신입니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아내를 기분 좋게 하려고 "제 와이프는 '국대 출신' 탁구 선수였습니다."라고 사람들에게 띄웠다가 '뭔 개소리야?'라는 아내의 눈총 어린 카톡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국대 출신은 아니었던 것이죠... 집에 가서 오히려 타박만 받은 실패한 아부였습니다. 아부는 철저하게 사실에 기반해야 당사자도, 다른 사람들도 인정합니다.


세 번째, 적절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어느 대통령이 방귀를 뀌니 옆의 보좌진 중 하나가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하였다는 민망한 농담이 있지요. 보좌진은 나름 대통령이 무색할까 봐 얼른 내지른 것이겠지만, 이 아부는 결국 역사적 조롱 감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부는 때를 잘 선택해야 합니다. 사실 제일 좋은 때는 대화의 분위기가 기분 좋게 무르익었을 때입니다. 이때 살짝 숟가락 하나 얻는 정도의 아부... 이것이 아부의 정수이자 스킬입니다.


네 번째, 아예 아부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


우리 회사 경영진 중 아예 자신은 아부를 싫어한다고 천명한 CEO가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은 온갖 스킬이 다 들어가도 실패합니다. 섣불리 덕담이랍시고 아부 섞인 말을 올렸다가는 오히려 앞으로 직장생활이 고단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는가? 이런 분들에게는 아예 처음부터 아부를 안 하는 게 진정한 아부입니다. 그냥 열 일하는 게 정답이죠.


다섯 번째, 자신을 낮춰라.


아부를 잘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질시, 시기를 받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그들도 한방 터뜨리려고 기회를 엿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지요. 이럴 때는 자신을 한껏 낮추어 그들의 경계심을 푸는 한편, 아예 주변 사람들까지도 아부의 대상으로 포함해 버립니다. 하지만 실제 주인공보다는 살짝 단계는 낮추어야 하겠지요... 안 그러면 우리의 주인공이 뻘쭘해질 테니깐요. 어쨌건 이렇게 해서 모두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면 아부의 목적은 달성되는 것 아닌가요? 아부의 진정한 목적은 대화의 기름칠 외 아무것도 아니니까요...


- 9월 용모 생각

 













이전 03화 지극히 개인적인 리더십 이야기 ⑧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