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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아틀란
May 17. 2023
이사가던 날(1976)
산이슬 노래 - 그 많던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어렸을 때 이사를 자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새댁, 아이는 몇 명이요?”
“예... 둘입니다. 조용해요. ”
방 보러 다니다가 괜찮은 집이
있으면 엄마는
주인과 담판을 짓죠.
전월세 값 흥정하고 나면,
집주인은 아이가 몇 명인지 꼭 물어봤어요.
두명이상은 안된다고 하던 집주인님들, 너무해요.
저는 엄마 치마꼬리를 잡고 숨어서는
동생 둘의 얼굴을 떠올렸어요.
‘어떡하지...’
암튼, 자녀가 많은 가족은 집주인을 속여 먹기도 했죠.
둘이라고 해놓고는 이사후에 희한한 광경이 벌어집니다.
“조카에요.”“먼 친척 동생입니다.”하면서
하나 둘씩 더 데리고 오기도 했고요.
심지어 여행용 가방에 꼬마아이를 넣어서 이사하는 촌극도 벌어졌습니다.
어이 없어 하던 집주인, 당장 나가라고 고함은 쳤지만
시간 흐르면 눈감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라떼는 형제자매가 셋넷이 기본이었고 대여섯명,
2차대전 겪고 한국전쟁 겪은 세대는 예닐곱명도 꽤 많았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들고 기찻길 옆 오막살이에 사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아이들을 많이 낳았습니다.
‘자식이 재산’이라고 여긴 전설 같은 세월이 있었단 말입니다.
부부사이 금슬이 좋아서였냐고요?
글쎄요. 그렇기보다는 종족번식 본능으로 나온 것일 겁니다.
전쟁통에 잃은 수많은 목숨들에 대한...
사실 고생은 어머니들 독차지였죠.
배고 낳고 먹이고 키우고 가르치고...
음, 의학기술이 덜 발전해서일 수도 있겠네요.
예비군 훈련 받으러 갔던 아버지는
요상한 수술을 받고도 오셨잖아요.
자식들이 지독하게 말 안듣고 애 먹이면
어머니는 이런 독한(?) 말씀도 하셨습니다.
“너희 아버지가 그날밤 술만 안먹었어도 너같은 녀석은 안나왔어.”
그 아버지를 닮아 애주가가 되었습니다만,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다들 자식을 많이 낳다 보니, 이사갈 때는 이렇게 골머리를 앓아야 했습니다.
이른바 남의 집살이는
월세, 전월세, 전세살이에 아, 사글세란 것도 있었어요.
돈 걸어놓고 한달씩 빼가던 셈법이죠.
그러기를 몇 번인지 기억도 안 나요.
어느 날, 어머니는 이제는‘이사 안 가도 된다’고 하셨어요.
우와, 늘 집 때문에 허리띠 졸라맨다고 하셨으니,
이제는 고기반찬 실컷 먹나 했는데,
웬걸 반찬 가짓수는 더 줄었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죠.
영양실조로 키 안크고 여드름 많이 난다고 셋째동생이
사춘기로 난리 칠 무렵, 어머니는 말씀하시는 거에요.
‘이제 정말 이 집이 우리 집 됐다’고요.
어머니, 얼마나 행복해하셨는지 몰라요.
집 마련한다고 빌렸던 은행 빚을 다 갚으셨던 거죠.
그렇게 어머니 아버지 머리칼은 히끗해지시고
먹는 약이 느시는데,
자식들은 하나둘씩 집을 떠나왔습니다.
집이 인생 전체는 아니건만
그렇게 살던 라떼가 있었네요.
산이슬의 <이사가던 날>이란 노래, 혹시 아시나요?
<곡예사의 첫사랑>이란 노래로 가요제도 나갔던 박경애씨와 주정이씨가
함께 한 듀엣곡이었습니다.
박경애씨는 이천년대 초반에 먼저 세상을 떠났습니다.
워낙에 이사도 자주 가던 시절이다 보니,
동무 하나 진득하게 사귀기도 힘들었죠.
전학도 많이 다녔고요.
장난감 흔치 않던 시절, 돌멩이와 깨진 사금파리로 소꿉놀이할 때
‘신랑 각시’했던 뒷집 살던 돌이는
덜컹거리던 트럭에 실려 가는 계집애를 눈에서 사라질 때까지 보고만 있었답니다.
그러고는 장독뒤에 숨어서 하루를 울고
애꿎은 탱자나무 꽃잎만 흔들었다고 해요.
그 탱자나무 울타리, 가시 달려 있었을텐데...
요즘은 탱자나무 흔치 않아요. 그래도 5,6월, 탱자나무를 보면
곧잘 떠오르는 노래죠.
장마 오기전 ‘손’없는 날, 이사하던 풍경도 떠오릅니다.
비오면 뭐, 축복이라고 했고,
날이 쨍 하면 그것도 맑으니 좋은 예감 든다고 했습니다.
요즘 이사풍경하고는 영 다른...
그때 그 뒷집 아이 돌이는 지금쯤 어디서 뭘 하는지 궁금해지네요.
https://youtu.be/NBk8NyNWU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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