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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pr 06. 2024

HR Analytics, 돈 되는 데이터는 따로 있다?

내 상황이랑 똑같은 거 찾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못 찾아요.

교육 중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해서 논문을 썼다. 그리고 그 데이터를 활용해서 업무 개선을 위한 분류 모델을 만들고 시스템을 개발했다. 논문 작성 과정에서 선행 연구들을 찾아봤을 때, 교육학 분야에서 비슷한 관점의 연구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시스템의 경우 업무적인 부분이다 보니 다른 업계나 회사들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레퍼런스를 찾아보는 게 그들이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 이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어쨌거나 분석을 진행한 입장에서 가치중립적이어야 하건만 그래도 하나하나가 내 자식이라는 생각에 괜히 의미부여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편으론 궁금했다. 나는 내 분야에서 이러한 접근이 새롭고 신선하다는 생각에 공들여 진행한 것들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비춰지는지.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일반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논문 주제를 선정하던 당시, 지도교수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있다. “주제어를 넣고 찾아봤는데 선행 연구를 못 찾았다면, 그건 그냥 검색 실력이 부족해서 못 찾은 것이거나 남들이 해봤는데 의미가 없는 연구인 거다.” 그리고 주제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당시에 주변의 박사과정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을 때, 석사 논문에서 세상에 없는 주제로 연구를 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우니 얼른 졸업하고 싶으면 남들이 했던 주제 살짝 틀어서 연구해 보는 게 안정적이라는 조언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교육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미 논문도 마쳤고, 업무 적용까지 마친 상황이긴 하지만 어쨌든 선행연구를 제대로 못 찾은 상황에서 이게 정말 의미 있는 결과물로 비춰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석사 졸업 후 정말 오랜만에 지도교수님께 먼저 연락을 드려봤다.


교수님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학교에 다닐 땐, 특히 논문 지도를 받는 동안은 어쨌든 피하고 싶었던 상황이었는데 시간이 지나 이번엔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내 모습이 참 신기했다. 그간의 근황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나누는 동안 교수님께서는 연구 관련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최근에 했던 노력에 대한 말씀을 들려주셨다. 실제로 데이터 분석 관련 석사 과정 등록도 알아보셨고, 친분이 있는 주변 교수님의 조언으로 파이썬 관련 학부 수업을 청강도 했는데 어려워서 못 따라가겠더라는 말씀을 들려주셨다. 나야 뭐 이미 경험한 부분이니 교수님 말씀에는 100% 공감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런 이야기들 후에 조심스레 내가 했던 분석 결과를 미리 준비해 간 아이패드에 담아 불판 너머 교수님께 전달해 드리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을 읽어 보신 교수님의 첫 번 째 피드백은...



"니가 HRD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것 같은데?"


물론 교수님 밑에서 논문 지도를 받던 시절 메일로 중간중간 보내드리고 한 줄 한 줄 피드백받던 것과는 전혀 다른, 오랜만에 찾아뵙고 고깃집에서 말 그대로 한 번 훑어보고 해 주신 말씀이었지만 솔직히 감격스러웠다. 어쨌거나 지금 대학원 내에서도 비슷한 시도는 있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이 많지 않다는 말씀을 들려주시며, 어쨌든 실제 분석까지 마친 결과물에 대한 칭찬과 함께 기회가 되면 학교 수업이나 학회에 와서 특강 형태로 발표해주면 좋겠다는 말씀과 아직 퍼블리시 전이면 함께 작업해 봐도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으니 단순 인사치레로 하신 말씀은 아니었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교육학 석사 논문을 쓰던 시절에는 한 번도 듣지 못한 피드백이었으니 솔직히 좋았다. 그래도 터무니없는 건 아닌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들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 쪽으로 좀 더 해봐도 좋으려나 싶은 희망회로를 돌려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내가 근무 중인 연수원에 전문가 자격으로 방문한 학교 선배와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다. 누가 봐도 좋은 학교의 교수님으로 자리 잡은 선배와 몇 년만의 만남이라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요즘의 업무적인 관심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고, 진행했던 분석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지도교수님과 나눈 대화와 차이가 있었다면 이번엔 아무런 자료 없이 말로만 간단히 설명했었다는 정도?



"고생했겠네. 근데 내가 있어보니까 이쪽 데이터에는 크게 관심이 없더라."


차가웠다. 같은 HRD 출신이기는 하지만 막상 교수가 되고서 학계나 기업들과 함께 하다 보니 LMS 상에서 수집된 데이터보다는 성과나 조직몰입, 리더십 같이 뭔가 직접적으로 와닿는 게 있는 데이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 같고, 그래서 본인도 그쪽에 주제에 관심 갖고 연구하게 되더라는 선배의 이야기에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어쨌거나 회사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예산을 줄이고 보는 것이 교육 관련 예산인 것이 불편한 진실인 상황에서 LMS 상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 조직이 직접적으로 누릴 수 있는 효용은 뭐가 있을까. 나야 실무자로서 내 업무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고, 내 업무 개선을 위한 작업이었지만 아무런 자료 없이 들은 얘기만을 바탕으로 그래서 더 객관적으로 파급 효과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옛날 생각이 났다. “HR 제대로 할 거면 HRM 한 번 찍고 와야지” LG전자에서 커리어를 고민하던 시절, 주변에서 날 아끼던 선배들이 해줬던 피드백이 떠올라 고민이 많아졌다. HRM이 그렇게 중요하면, HRD 담당자가 하는 분석에는 의미가 없는 걸까? HR 안에서 인사와 육성, 조직문화, 노경 등등의 업무 구분이 되는 것처럼 Analytics에서도 HR Analytics와 HRD Analytics는 다르게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어쨌거나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함께 담아 피드백을 줬던 선배와 따로 만나 식사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이번엔 교육학 석사과정 지도교수님께 불판너머로 보여드렸던 자료를 담아서 만남을 가졌다.



"이거 퍼블리싱했니? SSCI급에 내봐도 좋을 것 같은데?"


미국에서 자리 잡은 선배는 SSCI급 HRD 학술지의 편집위원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자료를 보고 나서는 연수원에서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피드백을 들어볼 수 있었다. 본인은 지금 편집위원이니 직접적으로 함께 작업을 하기 어렵겠지만 일반적으로 제출되는 다른 연구들을 살펴봤을 때, 이 정도 분석과 인사이트를 담아서 본인에게 블라인드로 제출되었다면 아마도 PASS 했을 것 같다는 피드백이었다. 자료를 보기 전과 후 피드백이 완전히 달라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실제로 함께 연구해 보면 좋을 다른 교수님과 연결까지 해주었으니 역시 빈말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LMS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니까 교육 프로그램 개선에만 활용할 수 있다?


논문이래 봐야 두 번 밖에 안 써본 입장에서 말하기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각각의 논문을 쓰는 동안 선행 연구를 꼭 교육학이나 경영학 분야에만 국한해서 찾아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첫 번째 연구의 주제였던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이을 다룰 땐 서비스나 마케팅 쪽을 찾아봤었고, 두 번째 연구 방법이었던 감성분석은 다른 분야에서는 어떤 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찾아보면서 내 데이터에는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더 열심히 고민했던 것 같다. 하물며 다른 분야의 연구 결과도 열심히 찾아보고 적용하는 마당에 HR을 행하는 입장에서 당신의 분석은 HRD 장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니 HR의 다른 분석에는 적용이 어렵습니다라고 한다면?


애정과 고민을 담아 진행한 분석과 프로젝트들이지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분석의 기법적인 측면에서 새로울 것은 없었고, 어쩌면 사업성과나 조직몰입과는 거리감이 있을 수 있는 LMS 데이터를 활용한 데다가 결과물 또한 LMS 상에 반영되었다. 하지만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내용들은 굳이 콕 집어 HRD Analytics를 위해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HR 업무 장면에서 수집되는 수많은 텍스트 데이터로부터 숨은 의미를 발견하고 싶었고, 그것을 위한 하나의 접근 방식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사실 같은 직무에서 완전히 비슷한 성격의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이 있다면 그만큼 좋은 레퍼런스도 없기는 할 것 같다. 근데 현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아마도 데이터 분석을 배울 때, 교육용으로 준비된 데이터셋을 다루는 경우 외에는 거의 없다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결국 HR Analytics를 하고 싶은 입장에서 데이터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특성을 가리기보다 다른 이들의 분석에 관심을 가지고, 상대방이 했던 고민의 깊이를 따라가며 각자가 가진 직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 데이터에 적용 후 나는 내 업무에 어떻게  활용해서 또 다른 밸류를 더 할 것인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HR의 데이터 기반 문제해결에 왕도는 없다. 남들의 했던 데이터 중심적인 문제해결 사례를 많이 찾아보면서 각자의 조직 환경과 업무 특성에 맞춰 끊임없이 고민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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