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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다운CEO Feb 25. 2022

워라밸을 위해 이제 일주일에 딱 4일만 일합시다!?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의 진정한 의미 찾기

지난 2018년 2월, 국회는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고자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현재, 아직 국내 모든 사업장에서 주52시간제의 도입과 정착이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주4일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뿐만이 아닙니다.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주4일제 도입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이슬란드는 이미 국민의 90%가 주 35~36시간만 일하고 있고, 벨기에는 지난 15일, 근로자 필요에 따라 주4일제를 선택할 수 있는 노동법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 2022년 12월 31일까지 30인 미만 사업장은 돌발 상황, 업무량 폭증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노사합의를 통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 허용)
 
사실, 근로시간에 대한 ‘제한’은 정부 주도 하에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장시간 근로로 인해 소모된 근로자의 건강과 행복을 되찾는 동시에, 작업 시간을 제한함으로써 가능한 일자리 공유(work sharing)를 통해 고용 창출의 효과를 기대한 것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동안 수차례 진행되었던 근로시간 단축의 결과는, 근로자들의 만족도 상승이나 기업의 신규 고용 창출에 대해 기대했던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인건비 감소, 생산량 감소로 인해 노동비용만 증가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우리는 지난 2년의 시간 동안 팬데믹을 겪으며 많은 것을 경험했습니다. 노동시장 또한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근로자들은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재택근무를 하면서, 일과 삶의 경계에서 보다 유연하게 균형 잡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일과 삶의 관계는 ‘서로 독립된 영역’에서 ‘상충 관계’로, 다시 ‘상호작용 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일과 삶을 바라보는 최초의 입장은, 각 분야가 서로 영향을 받지 않는 완전히 분리된 영역으로 간주하였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영역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으며 다른 한 영역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보았습니다. 그러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 ‘분리 이론’에 입각한 관점은 설득력을 잃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일과 삶은 서로 분리된 영역이 아니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데, 하지만 그 영향은 상충 효과를 나타낸다는 관점에 힘이 실리게 됩니다. 즉, 일과 삶 중 어느 한 영역에서 불만족을 느끼게 되면, 다른 한 영역에서 만족을 통해 보상을 받게 된다는 ‘보상 이론’의 논리가 그 근거입니다. 마치 제로섬(zero-sum)처럼 일과 삶이 서로 만족과 불만의 땅따먹기 게임을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 둘의 관계는 항상 상충의 영향만 주는 것이 아니라, 한 영역에서의 만족이 다른 한 영역으로의 만족을, 혹은 한 영역에서의 불만이 다른 한 영역으로 불만의 영향도 존재합니다. 따라서 일과 삶의 관계는 서로 긍정 혹은 부정의 영향을 주고받는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전이 이론’의 관점으로 진화합니다. 즉, 한 영역에서의 역할로 인해 발생하는 정서, 행동, 태도 등이 다른 한 영역의 정서, 행동, 태도 등에 고스란히 영향을 주는 심리적인 이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전이의 방향은 일이 삶에 영향을, 혹은 삶이 일에 영향을 주는 것도 가능합니다. 따라서 일이 삶에 도움이 될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삶이 일에 도움이 될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있는 4개 차원의 전이가 존재하게 됩니다.
 
팬데믹 환경에서 재택근무가 하나의 뉴노멀(new normal)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가운데, 재택근무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업무와 일상을 분리하라는 조언이 가끔 보입니다. 그러나 ‘전이 이론’ 관점에서 업무와 일상은 분리가 어려운 공존의 관계입니다. 일에서 삶으로 혹은 삶에서 일로 부정 전이에 대한 통제가 안 되면 재택근무의 가장 큰 골칫거리로 나타납니다. 그러나 일과 삶 관계에서 긍정 전이의 효과는 일주일에 4일만 일을 해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효과적으로 생산성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나서서 꾸준히 근로시간을 줄여나가는 까닭은, 아무래도 근로자들의 일과 삶이 서로 긍정 전이되는 ‘진정한 워라밸(Work & Life Balance)’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워라밸이 아닌 ‘워라밸 초이스(Work & Life Balance Choice)’라는 단어가 유행이라고 합니다. 일과 삶을 서로 반드시 동등한 무게로 균형을 잡아가야 할 것이 아니라, 일과 삶의 비중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설정하여 추구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진정한 워라밸은 일과 삶이 공존하며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긍정 전이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긍정 전이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워라밸 초이스처럼 개인의 선택과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신뢰한다면, 주4일제는 물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다양한 인적자원관리 제도의 시행과 그에 따른 효과적인 결과의 기대도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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