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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Nov 21. 2018

이민가면 뭘 해서 먹고 사나?  - Part 2

이전에 올린 '이민가면 뭘 해서 먹고 사나요?'라는 글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운 좋게 Editor's Pick에 선정되어 메인에 올라간 덕택이겠으나, Editor의 눈에 들었다는 점도 이 주제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예정에 없었지만 이 주제에 대해서 내가 아는 범위내에서 좀 더 써볼까 한다.


앞선 글에서는 '이민가면 뭘 해서 먹고 사나요?'라는 제목을 통해 마치 구체적인 답안들을 알려줄 것처럼 낚시질(?)을 했으나, 글의 내용은 사실 '한국식 마인드를 버리고 캐나다식 마인드를 탑재한 후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게되면 길이 보일 것이다'라는 일반론적이면서 추상적인 수준에서 머물렀다. 사실상 딱 부러지는 정답을 내 놓을 수는 없는 문제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좀 더 손에 잡히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먼저 전제해 둘 것은, 이 글에서 할 이야기들이 내 자신의 일천한 경험과 식견, 주워들은 '카더라 통신', 그리고 insider가 아닌 outsider로서 들여다 본 관찰에 기반한 것이라는 점이다. 다시말해 너무 곧이곧대로 접수하지 말고 참고로만 삼으시라는 이야기다. 이민가서 먹고 사는 수 많은 방법 중에 겨우 몇 가지를 다루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1. 자영업은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먼저 자영업(비즈니스)부터 이야기를 해 보자. 가장 많은 한인 이민자들이 자영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Walmart가 입점해 있는 중간 규모의 쇼핑몰이 하나있는데, 이 몰만 봐도 상당수의 한인분들이 입점해서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신문가게 겸 우편취급소, 담배가게, 신발수선가게, 건강식품 가게, 푸드코드의 일식집, 프랜차이즈 빵집 등을 모두 한인분들이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이 쇼핑몰만의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 광역밴쿠버 전반에 걸쳐 일반적인 모습이다. 특히 '스시집'이라고 부르는 일식당의 경우에는 대략 80% 이상을 한인분들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인들이 특히 자영업에 많이 진출해 있는 것은 첫째로 취업이 가능한 수준의 언어능력이 없고, 둘째로 한국에서 재산을 정리해서 이민을 오면 자영업 한 두번 정도는 시도해 볼 수 있는 자본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제 3세계에서 온 이민자들은 이 정도 규모의 자본이 없다.)


현실이 이러하지만, 나는 '자영업은 웬만하면 하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나 한국에서 사업이나 자영업을 운영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섣불리 손대지 말아야 할 것이 자영업이다. 한국이 자영업자의 지옥이라고 말하지만, 캐나다의 대도시 역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아보인다. 대형쇼핑몰과 대형프랜차이즈 중심으로 소비활동이 집중되면서 근린상가의 영세소매업장들은 운영에 많은 어려움들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거지역을 다니다보면 셔터를 내리고 폐업한 지 오래되어 보이는 편의점들이 꽤 많다. 낡고 오래된 상가의 점포가 비면 쉽게 채워지지 않는다. 새로지은 번듯한 주상복합 건물의 상가 역시 꽤 오랫동안 비어있다가 완공 후 수 년이 지나서야 겨우 점포가 다 차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자영업 경기의 부진함을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업종이든 일단 자영업을 시작하면 온 가족이 운영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직원을 쓰면서 까지 운영을 할 형편이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부부가 시간을 나누어서 가게를 지키고 아이들을 돌본다. 아이들까지 운영에 동원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가족 전체가 식탁에 둘러 앉아 함께 저녁을 먹는 일상도 사치가 된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쇼핑몰의 운영방침에 따라 정해진 시간동안은 문을 열어야하기 때문에 마음놓고 휴가를 가기도 어려워진다.  이렇게 많은 것을 희생시켜며 온 가족이 함께 고생을 해도 벌어들이는 수입은 어지간한 월급쟁이 한 명의 수입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물론 모든 자영업자들이 이렇다는 것은 아니다. 잘 되는 분들도 있고, 특히 요식업 쪽으로는 꽤 큰 성공을 이루어내고 2호점, 3호점을 열거나 프랜차이즈사업으로 키워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들은 예외적이며, 특히나 자영업 운영의 경험이나 특정 업종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경우라면 이런 예외적 성공을 이루어 내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내 견해이다.



2. 마트에 취업해서 먹고 살기 


캐나다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업종이 바로 Retail, 즉 소매업종이다.  Walmart나 Costco같은 대형마트를 비롯한 다양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모든 크고 작은 규모의 모든 소매업이 이 범주에 포함된다. 처음 이민을 와서 가장 취업하기 쉬운 업종이 Retail 업종이다. 영어를 전혀 못 한다면 안 되겠지만, 기본적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만 되어도 취업이 가능하다.  가장 취업하기 쉽다는 것은 그만큼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이고, 그것은 그만큼 처우가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 BC주의 최저시급은 $12.65이다.  Retail 업계에 취업한다면 최저시급에서 시작한다고 보면 거의 틀림이 없다.  그래서 최저시급을 주는 이런 retail 업종의 일자리들을 통칭하여 Survival Job, 혹은 Entry Job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형 Retail업체들은 처음부터 정직원으로 고용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benefit도 없고 유급휴가도 없는 part-timer로 고용을 한다. 주 35시간 정도의 일을 주고 얼마나 일을 잘 하는지 지켜본다. 그러다가 정규직 자리가 비게되면 part-timer들 중에 성실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로 충원을 하는 식이다. 


$12.65를 시급으로 받으면서 주 35시간을 일하면 월급으로는 대략 170만원, 연봉으로는 2200만원을 받는 셈이다. 밴쿠버를 기준으로 본다면, 혼자서 방세내고 식료품사고 교통비 쓰고나면 거의 남는게 없을 정도의 금액이다. 물가가 훨씬 싼 소도시로 간다면 좀 더 여유가 생길지도 모르겠다.


part-timer로 열심히 일해서 정규직이 되어도 시급이 크게 올라가지는 않는다. 치과와 약품에 대한 보험, 직장연금 등의 benefit이 주어지고, 연 2주의 유급휴가가 주어진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정규직이 된 다음에 또 열심히 일을 하다보면 department manager가 될 기회가 생긴다. 여기까지 가는데 얼마나 걸리느냐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빠르면 2~3년 안에 갈 수도 있다. Department manager가 되면 시급도 $15 정도로 올라간다. 연봉으로 치면 310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게 된다. 


Department Manager 다음은 Assistant Manager다. 우리말로 하면 '부점장' 쯤 되겠다. 그런데 이 부점장은 한 명이 아니고 여러 명이다. 부점장이 되면 대략 5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 역시 개인차가 있겠으나 빠르면 4~5년 만에도 가능한 것 같다. 이민자 출신으로 영어가 완벽하지 않아도 여기까지 가는 사람들은 꽤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레벨까지 가면 성과와 관련하여 조직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한 것처럼 보였다.


그 다음이 '점장'이라고 할 수 있을 Store Manager인데, 1억 전후의 연봉을 받을 수 있다.  Part-timer에서 출발해서 Store Manager까지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 하지만 이민자의 경우에는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어지간해서는 여기까지 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Retail 업종에서 근무할 때 안 좋은 점 중의 한가지가 shift 근무이다. 일반 직장인처럼 평일에 9 to 5로 근무하는 것이 아니고, 미리 짠 스케쥴에 따라서 shift근무를 하게 되는데, 어느 날은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근무를 하고, 또 어느 날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근무하기도 한다. 주말 이틀 중에 하루는 거의 반드시 근무하게 되고, 남들 다 쉬는 공휴일에도 거의 쉬지 못한다. 



3. 요식업계에 취직해서 먹고 살기


   요리사가 아닌 서버로서 식당이나 카페에 취업하는 경우이다. 한가지 실례를 들어보겠다.  내가 직접 만나봤던 어느 한인 젊은이는 전문대에서 Electrical Technician이 되는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에서 서빙알바를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전공을 살리는 쪽으로 재취업을 하는 것이 좋을까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는데, 그 이유가 서빙을 하면서 버는 수입이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카페나 식당에서 서빙을 하면 기본 급여는 최저시급 수준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북미에는 독특한 '팁문화'가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식당에서는 이 팁으로 받는 수입이 오히려 기본급보다 많기도 하다. 객단가가 높은 고급레스토랑의 경우에는 서빙만으로 1억이 넘는 연봉을 버는 전문 웨이터들도 꽤 있다고 한다. 헐리웃 영화에 등장하는 고급 레스토랑의 미중년 신사스타일의 웨이터들이 바로 이런 사람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잘 되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수입측면에서만 보면 꽤 괜찮은 직업일 수 있다. 물론 서버로서 일하려면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영어실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4. 재교육 후 기술직 블루칼라로 먹고 살기


직업학교나 전문대에 진학한 후 새로운 기술을 배워 취업하는 방법이다. 앞선 글에서도 썼지만 캐나다는 블루칼라의 전문성에 대해 인정해 주는 나라이다.  특별한 자격이나 기술없이 취업시장에 나오면 최저시급 신세를 면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블루칼라 기술직으로 자격증을 취득해서 일하면 6~7천만원 선의 연봉을 받을 수 있으며, 경력이 쌓이면 자기사업체를 차려 꽤 큰 경제적 성공을 이루어 낼 수도 있다. 전기, 배관, 목수 등 주로 건축과 관련된 기술직이나, 자동차 정비, 판금 등의 직종들이 이 범주에 속하는 직업들이다.


하지만 몸을 써서 하는 일이다보니 몸이 좀 고달프다는 것과, 자격증 취득까지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5~6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도 이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데, 기술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자격과 영어능력만 갖추어져 있다면,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이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리스크가 적고 안정성도 높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앞으로 내 자신의 직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더 자세한 내용으로 글을 써 보도록 하겠다.



5. (특히 영주권 스폰서를 담보로 한) 한인 업체 취업은 권장하지 않는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캐나다에 있는 한인 업체들은 캐나다 기업과 한국 기업의 장점을 결합하기 보다는 캐나다 기업과 한국 기업의 단점을 결합하고 있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다. 특히 소규모 업체일 경우에 더 심한 경향이 있으며, '영주권 스폰서'를 조건으로 일하는 경우에는 노예계약에 가까운 경우도 많다고 한다. 영주권 스폰서를 빌미로 하여 최저시급도 안 되는 급여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고, 법정 노동 시간인 주 40시간을 넘겨 주 70시간에 가까운 노동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어떤 경우라도 나의 생사여탈권을 남의 손에 전적으로 넘겨주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영주권 스폰서'를 조건으로 고용주에게 코가 꿰는 일이 바로 이런 경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게중에는 좋은 고용주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입장이 다르면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고 생각이 다르면 갈등이 싹틀 수 밖에 없다.  



이상으로 이민와서 먹고사는 백인백색의 다양한 방법들 중에 내가 아는 몇몇 부분에 대해서만 설명해 보았다. 글머리에서 언급했듯이 그냥 참고하는 수준으로만 접수해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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