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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Nov 22. 2018

이민 가면 한 달 생활비 얼마나 들까?

밴쿠버의 어느 기념품 상점


이민을 준비하면서 가장 궁금했던 것들 중의 한 가지가 '이민 가면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드나?'였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이 나와야만 아래의 두 가지 문제에 대한 답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1) 캐나다에서 살려면 한 달에 얼마나 벌어야 되나?

  2) 지금 가진 돈으로 캐나다 가면 얼마나 버틸 수 있나?

    (언제까지 실생활비 이상의 수입 기반을 만들어야 하나?)


한국에서의 막연한 생각으로는 '주거비' 부분만 해결되면 한국보다 생활비가 덜 들 것 같았다. 일단 식료품 가격이 한국보다 싸고, 기름값도 싸고, 기타 수입품 가격도 쌀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와서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거비를 제외한 생활비는 한국과 비슷하게 든다'라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한국보다 싼 부분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비싼 부분도 있고, 그래서 더하고 빼기를 하다 보면 결국 결과는 비슷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얼마?"라고 물으면 단정적으로 답을 제시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소비성향도 다르고, 가족의 규모도 다르고, 지역별로 물가도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우리 가족의 생활비'뿐이다. 우리 가족에만 해당되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어떤 부분으로 어떤 지출이 얼마나 발생했는지에 대한 부분이 정리가 된다면, 보시는 분들이 캐나다에 온 후에 지출하게 될 금액과 항목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윤곽은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전제


상세한 내역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전제해 둘 부분들이 있다.


1. 초등학교 저학년 생이 두 명 있는 4인 가족의 생활비이다.

2. 생활 지역은 캐나다의 밴쿠버이다.

3. 주거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 별로 크게 차이가 날 부분이고, 거주가 자가인 경우에는 '0'일 것이기 때문)

4. 자동차 구입비는 포함되지 않았다.

    (차는 현금 일시불로 구입했다. 리스할 경우에는 월 리스비를 추가해야 한다.)

5. 사치를 하거나 펑펑 쓰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마른걸레를 쥐어짜는 심정으로 아끼지도 않았을 때의 생활비이다.



이 계산을 해 본 것은 2015년 6월 경으로, 이민 온 지 1년 정도가 된 시점이었다. 월마트에서 월 1200불 남짓한 급여를 받으며 파트타임을 하고 있었고, 기술을 배우기 위한 직업학교 입학을 7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남은 돈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언제까지 생활비 이상의 수입을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지출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고, 그래서 2015년 1월부터 5월까지 월별 지출내역을 항목별로 나누어 합산한 후 5개월 평균을 내 보았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았다.



   - 월평균 지출 내역(2015년 1월~5월)


     1. 보험료 - $777

     2. 관리비 및 Utility - $485

     3. 교육비 - $568

     4. 식료품 - $1,272

     5. 의류비 - $396

     6. 기타 물품구입 - $227

     7. 기타 생활비 - $218

     8. 외식비 - $344

     9. 여가 - $155

     10. 자동차 유지비 - $507


     월 지출 총계 - $4,946 => $59,388/년


우리 가족처럼 쓰면 주거비를 제외하고 연간 6만 불 정도의 생활비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듬해 상반기에도 지출 내역을 다시 살펴봤는데, 이 글에서 분석한 소비패턴과는 또 조금 달라져 있는 부분들이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더하기 빼기를 하고 나니 결과는 비슷해졌다.


보시는 분들의 소비패턴에 따라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항목별로 좀 자세히 설명해 보겠다.



1. 보험료 - $777/월


이민 와서 가장 지출이 늘어난 부분이며, 생활비의 측면에서 볼 때 한국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복병이 바로 이 '보험료' 부분이다. 위의 보험료 총액만 보신 분들은 '무슨 보험료가 저리 많아? 종신보험 같은 처 축성 보험 많이 넣는 모양이네?'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식으로 생각하면 그렇다. 그런데 내역을 들여다보면 모두 저축성 보험이 아닌 보장형 보험이자 지출되면 끝나는 돈이다. 항목별로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1) 자동차 보험 - $333/월($4,000/년)

우선 자동차 보험료가 가장 크다. 캐나다는 자동차 보험료가 매우 비싸다. 장기 무사고 할인을 거의 최대(기본 보험료의 40%)로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한 대 당 $2,000/년, 총 $4,000/년의 보험료를 지출하고 있다.(차가 두 대다. 차가 왜 두 대가 필요한지는 나중에 이야기하자.)


  2) 약, 치과 보험 - $182/월

캐나다는 기본적으로 무상의료지만, 치과와 약은 별개이다. 치과비용과 약값은 보험이 없으면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직장에 다니는 분들은 직장을 통해 보장받는 분들이 많고, 없이 사는 분들도 많다. 나는 생돈 들여 보험을 사는 선택을 했다. 보험료를 내고 낸 돈이 아까워서라도 치과에 자주 다녀서 치아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탈 났을 때 치과 가서 목돈 들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년 후에 보니 보험료를 통해 아낀 비용이나, 보험이 없었다면 치과 가서 깨졌을 비용이나 거의 비슷하다. 다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치료를 받음으로써 치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다.(안경이나 물리치료 등등을 보험료 낸 만큼 알뜰하게 찾아서 챙겨 쓰는 분들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보험 가입하는 것이 이익일 것 같다)

보험은 보장 정도에 따라서 등급이 몇 가지로 나뉘는데, 우리 가족은 가장 낮은 등급으로 가입했다.


  3) 생명보험 - $82/월

생명보험은 만기환급금이 전혀 없는 순수 보장형 정기보험(term life insurance)으로 가입했으며, 보장금액은 내가 사망 시 50만 불 받는 조건으로 월 $58을 납입하고, 와이프는 사망 시 25만 불 받는 조건으로 월 $24을 납입한다. 보험료는 가입 나이와 보장 기간에 따라서 크게 달라진다.


  4) MSP(의료보험) -  이때 당시에는 4인 가족 기준으로 월 $150 정도 납입했는데,  이듬해에는 저소득으로 분류되어 면제받았다. 주정부 정권이 바뀌면서 보험료가 인하되어 현재는 4인 가족 기준으로 $75 정도만 낸다.


  5) 집보험(Home Insurance) - $30/월

집보험은 콘도(아파트) 사시는 분들께 반드시 가입하라고 권유한다. 내가 크게 혜택을 본 일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의 나는 콘도 3층에 살았는데, 주방 싱크대의 배수구가 막힌 일이 있었다. 수리비 아끼려고 내가 직접 막힌 배수구를 뚫었는데, 그 과정에서 싱크대에 고여있던 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그런데 이 쏟아진 물이 고스란히 아랫집으로 쏟아진 것이다. 아랫집의 천정을 통해 떨어져 마룻바닥까지도 망가졌고, 수리비가 무려 1만 3천 불(약 천백만 원)이 나왔다. 집보험을 들어놓았기 때문에 다행히도 나는 deductible(면책금) $500만 내는 선에서 수습되었고, 나머지 비용은 모두 보험사에서 보상했다. 집보험을 들어놓지 않았더라면 큰 경제적 피해를 볼 뻔한 사건이었다.


우리 집에서 발생한 누수 사건은 물론 나의 무지(?)와 부주의에 의해 발생한 것이었지만, 간혹 신축 당시의 배관 등에 애초에 문제가 있었거나 노후되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도 책임은 거주자(집주인?)가 져야만 하는 것이니, 자가이든 렌트이든 집보험은 반드시 가입하는 것이 좋다.



2. 관리비 및 Utility - $485/월


콘도 관리비를 비롯하여, 전기, 수도, 온수, Property Tax 등을 합산한 금액이다.

당시 우리 가족은 2 bed, 2 bath, 약 850sq. ft. 크기의 콘도에 살았다.(한국 기준으로 25평 수준이지만, 베란다 공간이 훨씬 작아서 한국보다 실평 수는 작음)  이 정도 크기의 콘도 관리비는 $300~$350 정도가 일반적이다. 예외적으로 비싸거나 싼 경우도 간혹 있기는 하다. 수도와 가스 요금은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기타 전기와 온수 비용은 물론 쓰기 나름이겠지만, 대략 합산해서 $80~100 나오는 것 같다. Property Tax(재산세)는 주거가 자가인 경우에 내야 하는데, 금액은 대략 공시 가격의 0.5% 내외이다.(그 집에 렌트로 살 경우 내야 할 한 달 렌트비 정도)



3. 교육비 - $568/월


교육비는 특별히 사교육을 시키는 것은 아니고, 학교 급식비(1주일에 한 번 hot lunch)와 방과 후 커뮤니티 센터에서의 체육활동 등에 대한 지출이다.



4. 식료품 - $1,272/월


식음료(주류 포함-  $115/월) 구입 비용이다. 아끼려고 들면 더 아낄 수도 있는 부분이겠으나, 특별히 펑펑 쓰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이 부분에서는 특별히 절약을 위한 노력은 하지 않았다. (먹는 거 아끼려 들면 왠지 약간 서글퍼지는 마음이...)



5. 의류비 - $396/월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 있다 보니 주로 아이들 옷 구입이 많았다.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기도 한 금액인 것 같다.



6. 기타 물품구입 - $227/월


식료품과 의류를 제외한 기타 여러 가지 용품들에 대한 구입비용이다.



7. 기타 생활비 - $218/월


통신비, 미장원, 의료비(병원, 약값) 등에 지출한 비용이다. 캐나다는 특히 통신비가 비싸다. 휴대폰 두 대를 저가 통신사에서 싼 요금제로 있는데도 월 휴대폰 요금이 세금 포함 $120 정도 나온다.



8. 외식비 - $344


우리 가족은 주에 보통 2회, 많으면 3회 정도 외식을 한다. 한 번 외식에 지출되는 비용은 싸게 먹으면 $35부터, 기분 내서 좋은 것 먹으면 $80 선이다. 팁은 포함한 금액이고, 식사에 곁들여 와이프와 반주로 하우스 와인이나 맥주 한 잔씩 곁들이면 $100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9. 여가 - $155


주말에 여가를 보내면서 지출한 입장료 등과 여행에 지출한 비용 등이다.



10. 자동차 유지비 - $507


구입비용과 자동차 보험을 제외하고 자동차 유지에 들어간 금액이다. 유류대와 수리비, 세차비용, 주차비 등이 포함되었다. 보험료 부분에서 언급했듯이 우리 가족은 자동차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차가 두 대나 필요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내가 일을 비롯하여 외부활동을 하고, 동시에 와이프가 아이들을 학교에 실어 나르고 식료품이나 생필품 쇼핑을 하려면 하려면 차 두 대는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캐네디언들도 자동차를 가구당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다.




이상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초등학생이 두 명 있는 4인 가족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개략적으로 정리해 보았다.  글 머리에서 미리 밝혔듯이, 주거비를 제외하고도 대략 연간 6만 불 정도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펑펑 쓰지도 않았지만, 마른걸레도 쥐어짜듯 아끼지도 않았을 경우의 생활비이다.


개인이나 가정마다 소비성향도 다르고 소비패턴도 다를 것이다. 어떻게 사느냐, 얼마나 아끼느냐에 따라서 이보다 더 쓸 수도 있을 것이고 덜 쓸 수도 있겠지만, 대략적인 생활비에 대한 감을 잡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위의 금액들을 바탕으로 본인 가족의 생활비를 예상해 보고, 그 예상 금액에 맞춰 이민에 대한 자금계획과 비즈니스나 취업 계획을 세우는 것이 이민으로 인한 경제적 곤란을 예방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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