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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밴쿠버 딸기아빠 Feb 22. 2019

이민 가서 자리 잡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밴쿠버의 명물인 개스타운 증기시계(Steam Clock)


"이민 가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까?"


이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품고 있는 의문이 아닐까 싶다. 과연 이민을 가서 자리를 잡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때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해 내가 생각하는 답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아래와 같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장난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포괄적이며 일반적인 답이다. 하지만 동시에 너무 모호한 대답이기도 하니, 좀 덜 일반적이더라도 더 손에 잡히는 답도 한 번 생각해 보자.


더 손에 잡히는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리를 잡는다'라는 말의 의미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민자에게 '자리를 잡는다'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첫째는 '안정된 신분의 확보', 즉 영주권을 취득하는 것이고, 둘째는 '최소한의 경제적인 안정', 즉 먹고살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것이다.


영주권 취득에 걸리는 기간은 말 그대로 '케바케'다.  나의 경우에는 운 좋게도 캐나다로 이주하기 전에 미리 영주권을 받을 수 있었는데, 나처럼 운이 좋거나 혹은 뛰어난 능력을 가져서 영주권을 선 확보하고 이주할 수 있는 경우라면 첫 번째 의미의 '자리잡기'는 이주와 동시에 해결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이민 와서 보니 나처럼 운이 좋은 사람들은 극히 소수이고, '선이주 후영주권'이 대부분의 이민자들이 밟고 있는 트랙이었다. 이런 경우에는 영주권 취득에만  짧으면 2~3년, 길면 7~8년까지 소요되었고, 긴 시간을 보낸 후에 끝내 영주권을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경제적인 안정'의 관점에서 본 '자리잡기' 역시 '케바케'인 것은 마찬가지다.  우선 이미 충분한 재력을 보유하고 있어서 이주한 국가에서 특별히 경제활동을 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의 경우에는 애초에 '경제적 안정'이라는 문제가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은 극소수일 것이고, 대부분의 이민자들은 취업이나 사업을 통해 이주한 국가에서 새로운 경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이주 후에 즉시 취업해서 바로 안정적 생활이 가능한 자격이나 기술을 가진 소수의 능력자들이 있다. 이런 능력자들의 경우 역시 '자리잡기'는 이주와 동시에, 혹은 1년 이내의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완성된다. 하지만 절대다수 평범한 이민자들의 경우에는 취업이나 사업을 통해 안정적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그리고 이 기간 역시 '케바케'인 것은 마찬가지다.


결국 결론은 '이민 가서 자리 잡는데 걸리는 시간은 케바케다'가 되는 것일까?  통계적인 데이터가 없으니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서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답을 내놓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위에서 내가 한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최대한 '일반화'된 케이스를 상정해 본다면 상당히 개연성있는 가설까지는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먼저 영주권부터 따져보자. 영주권이 없이 이주했다면 영주권 취득까지 평균적으로 4~5년의 시간이 걸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짧으면 2~3년, 길면 7~8년이니, 산술적 평균은 4~5년이다)  영주권이 해결이 되었다면, 이제 남은 문제는 경제적 안정이다. 우선 사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세상에 성공이 보장된 사업 같은 것은 없지만 무조건 성공한다고 가정하더라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는 데까지는 최소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취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만들려고 할 때에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최저임금을 주는 직장에 취업을 한 후 열심히 일을 해서 능력을 인정받고 매니저 급까지 올라가는 경우다. 이런 경우에는 빨라도 4~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른 하나의 경우는 처음부터 일정 수준 이상의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직장에 취업을 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특정한 자격이나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자격과 기술이 미리 갖추어진 경우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격을 얻기 위한 교육을 받아야만 한다. 교육 과정을 무사히 마친 후에 취업할 때까지는 3~4년의 시간이 걸린다.(물론 취업한다는 보장은 없다)


이렇게 일반화된 경우를 상정하고 생각해 보면 영주권 취득에 4~5년의 시간이 걸리고, 다시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데 3~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니, 결과적으로 이민 가서 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대략 7년에서 10년의 기간이 소요된다는 가설이 성립된다.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요? 너무 길게 보시는 것 아닌가요?'라고 반문하고 싶은 분들이 많으실 것 같다.  소수이긴 하겠지만, 이보다 훨씬 빨리 자리를 잡는 분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고,  이 정도가 평균이라고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다.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서는 실제 사례를 이 가설에 대입해 보면 된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할 것 없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경우를 이 가설에 대입해 보자.  위에서 이미 밝혔듯이 나는 영주권을 먼저 받고 이민을 왔다. 따라서 나의 경우에 '자리 잡기'는 두 번째 문제인 '경제적 안정'만 해결하는 되는 것이었다.  우리 가족이 밴쿠버로 온 것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으로 부터 약 5년 6개월 전이다.  '영주권'이라는 문제가 해결된 채로 이주했으니 나는 매우 유리한 위치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한 셈인데, 그렇다면 나는 과연 이 '자리잡기'라는 문제를 이미 해결했을까? 스스로에게 자문해 본다면 답은 '아니오'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업이 아닌 취업을 통해 경제적 기반을 만들겠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이민을 왔다. BCIT에서 새로운 기술을 배워 취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는데, 이주 후에 BCIT에 입학하는데만 1년 반의 시간이 필요했다. 6개월의 교육과정을 거쳐 Electrical Apprentice로 취업을 했고, 현재 4년차 Apprentice로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정도의 벌이는 하고 있지 못하다. 얼마나 벌어야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일단 나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수입은 세전 연봉 기준으로 대략 6만 불 정도인데, 이는  Journeyman Electrician이 되면 받을 수 있는 연봉이다. 


결국 내가 최소한의 '경제적 자리잡기'를 완성하는 시점은 2020년 하반기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내가 이주한 후로부터 대략 만 6년이 되는 시점이다.  결과적으로 영주권을 가지고 이주한 나도 완전히(?) 자리를 잡는데 6년 정도의 시간이 걸리게 되는 셈이다. 그러니 영주권이 없이 이주를 한 사람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으려면 보통 7년에서 10년이 걸린다고 보는 것이 무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일반론이며, 뛰어난 능력과 치밀한 준비를 통해 훨씬 빠른 기간 내에 자리를 잡는 이민자들도 소수이긴 하겠지만 분명히 있을 것이다.



- (가능하다면) 영주권과 경제적 기반 만들기를 하나의 트랙으로 추진하라


위에서 영주권을 먼저 받은 후에 경제적 기반을 만드는 경우를 상정하고 가설을 세웠는데, 이는 실제로 많은 이민자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자리 잡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영주권과 경제적 기반 만들기를 하나의 트랙으로 동시에 추진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유학 후 이민'이 될 것 같다. 이런 경우에는 계획대로 잘 추진이 되기만 한다면 훨씬 단 기간(대략 3~4년)에 자리잡기가 가능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꼭 유학 후 이민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자리 잡기'에 관해서는 영주권과 경제적 기반 만들기를 단일 트랙으로 가져가려는 최대한의 노력이 필요하다.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이렇게 했을 경우에 훨씬 단 기간에 자리 잡기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 트랙으로 갔을 경우에 7~10년이 걸린다면, 단일 트랙의 경우에는 3~7년 정도의 시간이면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실제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심지어 유학 후 이민을 추진하는 경우에도 '유학'을 단순히 영주권 취득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경우도 많은데, 학업에 투자된 돈과 시간을 생각한다면 정말 큰 기회비용을 치르게 되는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 특히나 '유학 후 이민'을 추진하는 경우라면, 길게 보고 일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겠다.


글이 좀 두서없게 길어진 것 같은데, 이 정도에서 정리하면서 마무리해 보자.



질문 : 이민 가서 자리 잡으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 케바케이지만, 대체로 생각보다 훨~씬 오래 걸립니다. 영주권이 있다면 대체로 3년에서 7년 정도 걸리고, 영주권이 없다면 7년에서 10년 정도 걸립니다. 물론 계획대로 성공했을 경우이고, 이렇게 긴 시간을 투자하고도 결국 실패하고 캐나다를 떠나는 사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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