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동안 플라스틱 일기를 쓴 적이 있다. 플라스틱 일기가 뭐냐고? 매일 집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사진으로 찍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일상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나오는지 궁금해서 시작했다.
플라스틱 일기를 쓰면서 깨달았다. 생활 속에 일회용 플라스틱이 생각보다 너무 많이,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다는 걸. 특히 포장용기가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고기, 두부 등 식자재를 살 때는 물론, 키위나 딸기 같은 과일을 살 때도 일회용 플라스틱 포장지가 따라왔다. 배달 음식을 먹을 때도 플라스틱 쓰레기가 무더기로 나왔다. 소스나 반찬이 많은 음식은 특히 더 그랬다. 이렇게 쉴 새 없이 흘러들어오는 플라스틱을 무슨 수로 막을 수 있을까? 이럴 때면 환경 문제는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기업과 시스템의 변화가 필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명절에 선물세트를 친환경 포장으로 선보인 기업이 많다는 소식은 환영할 만하다.
아무튼 플라스틱 일기를 쓴 덕분에 새삼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바로 사서 마시는 물로 인해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양이 만만치 않다는 거다. 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사진으로 찍어 놓으니 며칠마다 한 번씩 생수 플라스틱 통이 떡하니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생수를 사 마셔왔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나온 걸까 생각하니 아찔했다.
플라스틱 일기. 많이 나온 날도 있고 적게 나온 날도 있지만 아직까지 쓰레기가 나오지 않은 날은 없었다.
눈으로 확인한 이상 물을 계속 사서 마시고 싶진 않았다. 아무리 깨끗한 물이라고 해도 플라스틱 안에 담긴 물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생수를 사 마시는 대신 수돗물을 끓여서 마셔보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수돗물을 끓여서 마시면 안전하지 않다는 말과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말 등 의견이 분분했지만 그동안 라면도 찌개도 커피도 수돗물을 끓여서 먹었는데 무슨 걱정인가 싶었다.
"물 끓여 마셔볼까?"
슬쩍 남편에게 제안했지만 남편은 내키지 않는 눈치라 혼자 바꾸게 됐다. 그래도 플라스틱 물통을 반은 줄일 수 있다.
물을 대신해서 마실 수 있는 차는 보리차랑 옥수수차, 현미차 정도라고 한다. 곧바로 보리차와 옥수수차를 주문하고 차를 담을 물병도 샀다. 다음으로 끓이는 방법을 찾아보니 방법이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수돗물을 몇 분간 틀어놨다가 받아서 끓이라고 하고, 누군가는 물을 받아놓고 며칠 있다가 끓이라고 했다.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방법들은 택하지 않고 다음의 방법으로 물을 끓여 마시고 있다.
뚜껑을 연 채 10분 동안 끓인 물에 보리차를 한 줌 넣고 10분 끓인다.
불을 끄고 10분 우린 다음 보리를 건져낸다.
물병에 담아 냉장 보관한다(냉장 보관은 개인 취향).
오랜만에 마시는 보리차는 고소했다. 옥수수차도 눈이 동그래질 만큼 고소하고 맛있어서 두 개를 번갈아가며 마시고 있다. 물을 끓여 마시는 게 조금 귀찮지만 그만큼 쓰레기도 줄일 수 있고 맛있는 차도 마실 수 있으니 앞으로도 기꺼이 귀찮을 예정이다.
옥수수차 끓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