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 칫솔과 고체 치약

by 햇살바람


대나무 칫솔은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바꾸는 물건이 아닐까 싶다. 나도 제로 웨이스트를 시작한 지 얼마 안 있어 처음으로 대나무 칫솔을 집에 들였다.


"대나무 칫솔 한번 써볼래?"

남편도 한번 써보겠다고 했다. 나무가 닿는 느낌이 불편한 사람도 있다고 해서 처음에는 남편 것과 내 것 한 개씩만 주문했었다. 막상 써보니 나는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고 남편은 나무가 입에 쓸린다고 했다. 그래도 못 쓸 정도는 아니라고 해서 우리는 그날부터 대나무 칫솔을 사용 중이다.


4년 전쯤 대나무 칫솔이라는 걸 처음 알았을 때는 내가 그걸 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런데 지금은 칫솔의 모가 닳기도 전에 미리 여분을 주문해놓고 있다.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 칫솔이 아직 썩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말을 들은 이후부터 플라스틱 칫솔을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다. 플라스틱 칫솔은 완전히 분해되는 데에 500년 이상이 걸린다. 그에 비해 대나무는 길어도 6개월이면 분해가 된다고 한다(참고로 칫솔 모에 쓰이는 나일론은 분해되는 데 30~40년 정도 걸린다고 한다). 게다가 플라스틱은 분해되는 과정 중에 미세 플라스틱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미세 플라스틱은 땅과 바다에 흘러들어 갔다가 결국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다. 그런데 이 미세 플라스틱은 분해될 때뿐만 아니라 칫솔질을 할 때도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 생각을 하면 대나무 칫솔의 유용함은 더 크게 다가온다.




대나무 칫솔을 처음 살 때 고체 치약도 함께 주문했다. 하얗고 동그란 작은 사탕처럼 생긴 고체 치약은 튜브 치약처럼 칫솔에 짜는 것이 아니라 입 안에 넣고 씹은 다음 양치를 하는 치약이다. 남편은 한번 써보더니 불편해서 못 쓰겠다고 했다. 이가 닦이는 느낌이 잘 안 난다는 것이다. 나는 치약을 씹을 때 고체가 이에 끼는 게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양치를 하고 입 안을 물로 헹구는 동안 바로 씻겨 나갔기 때문에 그다지 불편하지 않아서 계속 쓰기로 했다. 고체 치약을 몇 번 써보니 나름의 매력도 있었다.


튜브 치약은 튜브 본체가 보통 플라스틱 OTHER 재질이라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튜브 자체도 문제지만 치약에도 수분이 포함되어 있어(세균이 살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균의 번식을 막기 위해 방부제 등이 사용된다고 한다. 또 치약에 들어가는 계면활성제는 수질 오염으로 이어진다(양치 후 귤을 먹을 때 쓴 맛이 나는 것은 치약에 들어 있는 계면활성제 때문이라고 한다). 그에 반해 고체 치약은 그런 단점이 없다.


세수를 하러 들어갈 때 고체 치약을 미리 케이스에서 한 알 꺼내 둔다. 젖은 손으로 집다가 다른 치약까지 젖은 적이 많기 때문이다. 세면대 위에 걸려 있는 대나무 칫솔 두 개와 선반에 놓인 고체 치약은 나에게는 썩 기분 좋은 풍경이다. 자연과 가까워질수록 삶은 더 안온해지는 것 같다.


불필요한 포장을 하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 용품들은 택배를 받을 때도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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