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기간에 호야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자 갑자기 내 시간이 많아졌다. 어떤 일을 해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실천한 것 중 하나가 플로깅이었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다. 2016년에 스웨덴에서 시작되었는데 스웨덴어로 이삭 줍기라는 의미의 plocka up과 조깅 jogging이 합쳐져서 플로깅 plogging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에 한강에서 줍깅(쓰레기 줍기+조깅) 운동회가 개최되면서 점차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조깅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면서 플로깅을 하기도 하고, 산책, 등산, 마라톤, 수영 등을 하면서 쓰레기를 줍기도 한다.
사실 쓰레기를 줍는 환경 운동이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쓰레기를 주우러 나가는 시간도 있었으니까. 최근에는 환경 운동으로 자리 잡아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되었다. 나는 집 앞을 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있는데 그렇게 일주일에 한 번씩 플로깅을 한 지 3주가 됐다.
플로깅 첫날.
플로깅 첫날에는 길에서 쓰레기봉투를 꺼내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집 앞 산책로에 나가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가방에서 주섬주섬 꺼내는데 괜히 사람들의 시선이 의식됐다.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팟캐스트를 들으며 모자란 배짱을 채웠다. 다행히 쓰레기 하나를 주워 담은 후부터는 쓰레기를 찾느라 분주해져서 다른 사람을 의식할 일이 별로 없었다.
그렇게 플로깅 첫날, 집 앞 호수공원을 한 바퀴 걸으면서 쓰레기를 주웠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곳은 관리가 잘되고 있어 쓰레기가 거의 없었다. 땅에 반쯤 묻혀 있는, 어디에 쓰인 물건인지 알 수 없는 고무나 녹슨 철, 마대 조각 같은 것들이 가끔 나올 뿐이었다. 플로깅에도 명소가 있는 것이다.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으니 옆을 지나던 할머니 두 분이 오셔서 말을 걸었다.
“거 뭐하는 거여?”
센 말투에 약간 움츠러들어 방어적인 태도로 대답했다.
“쓰레기 줍고 있어요.”
“쓰레기를 왜 줍는 거여?”
“쓰레기통에 버리려구요.”
“뭐하러~ 거기 그냥 놔도 돼~”
“아니에요. 쓰레기통에 버릴게요.”
“어이구 착한 아가씨구만~”
나무라는 말투인데 칭찬 한마디를 남기고 가셨다.
그날은 10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채우는 데 2시간이 걸렸다. 솔직히 쓰레기를 줍느라 허리를 너무 굽힌 탓에 허리가 아파서 쓰레기봉투를 꽉 채우지 못하고 3/4 정도 찼을 때 마무리했다. 집에 와서 그대로 뻗었다.
두 번째 플로깅.
두 번째 플로깅 때는 쓰레기가 없는 호수공원으로 가지 않고 집 앞 산책로 쪽을 돌았다. 쓰레기가 많은 쪽을 지난주에 봐 뒀기 때문이다. 길가에는 쓰레기가 계속 나왔다. 가장 많은 건 담배꽁초였고 빈 담뱃갑, 아이스크림 튜브, 아이스크림 막대기, 간식 포장지, 비닐봉지, 라면 봉지 등이 줄줄이 나왔다. 마지막에 컵라면 용기 네다섯 개가 뭉텅이로 나오면서 쓰레기봉투를 꽉 채웠다. 그렇게 두 번째 플로깅이 짧고 굵게 끝났다.
세 번째 플로깅.
세 번째 플로깅을 나간 오늘은 마침 식목일이었고 날씨도 더없이 좋았다. 저번 주까지만 해도 꽃들이 빼꼼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거리에 봄이 한껏 자리 잡았다. 부드러운 분홍빛 벚꽃과 따사로운 햇살, 살랑살랑 부는 바람까지. 햇빛 샤워를 받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밖에 나가야 하는 날이었다.
두 번의 플로깅을 경험한 이후로 플로깅은 1시간을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 나에게 맞는 플로깅 시간은 1시간 이내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몇 번 되지 않았지만 그새 제법 익숙해져서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척척 챙겨 저번 주에 걸었던 집 앞 산책로로 나갔다. 길에는 담배꽁초 쓰레기가 가장 많았다. 그리고 먹다 버린 아이스크림 튜브, 플라스틱 컵과 빨대, 음료수 캔, 일회용 마스크, 컵라면 용기 등.... 늘 줍던 쓰레기 외에 오늘은 배변봉투도 세 번이나 주웠다. 처음에는 묶인 비닐봉지에 담긴 덩어리의 정체가 뭔지 잘 몰랐는데 세 번째쯤 되니 개똥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남의 집 개똥까지 치울 줄이야...).
나무를 심는 대신 모처럼 식목일에 의미 있는 일을 한 것 같다. 몇 년 뒤에는 호야랑 같이 플로깅을 할 수 있을까? 호야랑 같이 플로깅을 하는 것도 좋지만, 길가에 플로깅을 할 만큼의 쓰레기가 없어서 환경을 위한 다른 실천 방안을 고민하게 된다면 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