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내세요

by 햇살바람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쓰레기를 줄이는 일에 관심을 가진 지 반년쯤 지났을 때,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지만 여러 실천들 중 유독 어려운 게 '용기'를 내는 것이었다. 용기내 챌린지는 음식 포장으로 인해 불필요하게 발생되는 일회용 용기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가정 내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포장해 오는 운동을 말한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배달이 2019년 대비 76.8% 급증했다고 한다. 어딘가에 썩지 않는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을 것이다.


예전에 집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일기를 쓰며 느낀 것 중 하나가 '마트에서 산 물건의 포장 쓰레기가 많고, 배달 음식을 먹을 때 발생하는 쓰레기는 더 많다'는 거였다. 평소에는 쓰레기가 적게 나오다가도, 포장음식을 먹은 날은 속수무책으로 쓰레기 양이 몇 배로 늘었다.


물론 나는 완벽한 실천가는 아니기 때문에 배달음식이나 포장음식을 완전히 끊을 자신은 없다. 맛있는 음식을 손쉽게 먹으면서 풀리는 스트레스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이 전처럼 편하지만은 않기 때문에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늘 고민한다. 배달보다 방문 포장을 이용해서 '용기내'를 실천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겠지만 여의치 않을 땐 일회용 수저나 비닐봉지라도 받지 않는다.


배달음식을 한 번 먹을 때 나오는 일회용 용기들.


꼭 식당에서 음식을 포장할 때뿐 아니라 '용기내'는 다양한 곳에서 실천되고 있다. 시장에서 고기나 채소를 살 때 다회용 용기나 프로듀스백에 담아 오는 것도 용기내의 한 방법이다. 분식집이나 빵집, 아이스크림 가게에서도 일회용 용기 대신 다회용 용기에 받아올 수 있다. 용기를 내본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용기내'를 비교적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곳은 빵집과 분식집, 그리고 마트의 과일 채소 코너인 것 같다.


빵과 김밥, 칼국수를 먹으며 용기를 낸 날.



'용기내'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용기가 필요한 지 모르는 상태에서 외출할 때가 많기 때문에 처음부터 용기를 챙겨놓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길을 걷다가 갑자기 어떤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내 손에 용기가 들려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텀블러 정도라면 모를까, 사용하게 될지 확실하지 않은 용기를 매번 들고 다니기는 쉽지 않다. 한 번은 마트에 장을 보러 갈 때 큰 맘먹고 용기와 프로듀스백, 텀블러를 바리바리 챙겼다가, 하나도 쓰지 않고 그대로 들고 온 날도 있다. 그날따라 그것들이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다. 물건을 사기도 전에 장바구니에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들 때문에 남편의 미간이 좁아지는 것을 보고 일 보 후퇴해서 요즘에는 장 볼 때 프로듀스백 정도만 챙긴다.


마트에서 '용기내' 실패한 날



'용기내'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식당에 용기를 챙겨 가도 식당 주인이 난색을 표해서 헛수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집 앞에 있는 횟집에 갔을 때다. 회를 뜨는 과정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칼로 회를 떠서 그것을 그릇에 담기에 내가 가져간 용기가 좀 깊지 않나 하는 걱정을 하기는 했다.


"저... 혹시 여기에 담아 주실 수 있나요?"


개미 소리만 하게 묻는 내 목소리에 식당 주인은 내 손에 있는 용기를 흘깃 보더니 "거기예요?" 하고 되물었다.


"아, 네. 용기가 깊어서 힘들겠죠?"


주인의 표정을 살피며 주춤 물러나니 주인은 내 말을 바로 받아 "힘들 것 같은데~" 하고서 회를 뜨기 위해 안으로 들어갔다. 어쩐지 괜한 말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다가 얼결에 회를 담은 비닐봉지까지 받아오고 말았다(웬만하면 비닐봉지는 거절하는 편이다).


횟집처럼 '용기내' 레벨이 높은 곳들도 분명 있는 것 같다.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의 용기를 준비해야 하는 걸까 고민도 된다. '용기내'를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지만 성공했을 때(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소비를 했을 때) 느껴지는 쾌감 때문에 '용기내'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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