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할 때 '런데이'라는 어플을 쓰고 있다. '러닝 훈련 프로그램'과 '자유 달리기 & 걷기', 그리고 '챌린지 러닝' 중에서 선택해서 실행할 수 있는 달리기 전용 어플이다. 처음 2주 동안에는 '자유 달리기'로 운동 기록을 남기는 용도로만 사용했었다. 하지만 대충 뛰려고 자신과 타협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이왕 달리기로 한 거 좀 더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에 '러닝 훈련 프로그램'을 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러닝 훈련 프로그램' 중 하나인 '30분 달리기 도전'이 시작됐다.
'30분 달리기 도전'은 나 같은 초보 러너를 위한 훈련 프로그램으로,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기'를 목표로 주 3회 달리기가 8주간 진행된다. 첫날에는 1분씩 5번 달리고, 둘째 날에는 1분씩 6번 달리는 식으로 서서히 달리는 시간을 늘리면서 마지막 날에는 쉬지 않고 30분을 달리게 된다.
아니, 지금 어플 설명을 하려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내가 사용한 어플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30분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어플의 도움 덕분이기 때문이다.
'런데이' 어플은 내가 달리는 동안 음악을 들려주기도 하고, 달리기에 관련된 다양한 정보(달리기 자세, 복장, 주의할 점 등)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틈틈이 응원과 격려를 해준다.
'아, 이제 더 이상은 못 뛰겠다.'
생각하는 순간에 트레이너가 외친다. "할 수 있습니다! 집중하세요!"
그리고 힘들게 뛴 다음에는 "대단합니다! 여러분은 지금 정말 대단한 일을 해내신 겁니다!" 하고 아낌없는 칭찬을 퍼붓는다.
조금 과하다 싶은 칭찬과 격려이지만, 달릴 때 큰 힘이 된다.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응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까?'
나는 달리는 동안 달리기 실력이 늘기도 했지만, 그런 응원과 격려의 힘에 대해서 새삼 생각해보게 됐다.
어플이 제공한 '응원과 격려'가 가장 빛을 발한 건 트레이닝의 마지막 날이었다. 평상시처럼 달리기 전에 워밍업으로 5분 동안 걷고 있는데, 트레이너가 깜짝 놀랄 말을 했다.
"오늘은 그동안의 트레이닝과 달리 제가 거의 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정도일 것입니다. 이왕이면 음악도 듣지 말고 귓가로 들리는 바람 소리를 느껴보세요."
덜컥 겁이 났다. 안 그래도 '30분을 안 쉬고 달릴 수 있을까' 걱정인데 그동안 했던 응원도 하지 않겠다니... 자신이 없었다.
트레이너는 정말로 "20분 남았습니다", "10분 남았습니다" 외엔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리고 절반 정도 뛰었을 때 처음으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 내가 끝까지 뛸 수 있을까? 지금 걸으면 편할 것 같은데...'
뛰고 있는 발을 멈출까 말까 갈등하는데 "포기하지 마세요! 할 수 있습니다!" 하는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이때까지 트레이너가 해주던 말을, 내가 나에게 해주기 시작했다.
'안 될 거야. 난 못할 거야.'로 크게 뚫려 있던 의식의 길에서, '어쩌면 할 수 있을지도 몰라.'로 길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그건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였다. 멈추고 싶은 순간마다 '할 수 있어! 집중하자!' 하고 스스로를 다독일 때마다 그런 나 자신이 대견했다. 달리기는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을 갖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른다.
30분 달리기가 끝나자 트레이너는 기다렸다는 듯이 칭찬을 쏟아냈다. 정말 잊을 수 없는 달콤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트레이너의 마지막 멘트,
"잠시 후 위대한 러너의 모든 트레이닝이 종료됩니다."
크으... 위대한 러너라니. '달리기뽕'에 제대로 취했다.
다음 목표는 10km 1시간 안에 뛰기(페이스 5분대로 만들기)다. 최종 목표는 10km 마라톤 여자 1등 하기... 꿈꾸는 건 자유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