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 참가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평소에 4km 정도만 달리다가 갑자기 10km를 뛰려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달리기를 하기 전에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얼마나 힘들까' 하는 걱정이 늘 있었다. 걱정이 돼도 그냥 달렸고, 걱정했던 것만큼 힘들었고, 목표했던 양을 달리면 뿌듯했다. 그런 점에서는 평상시 달리기를 할 때의 걱정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평소에 4km 정도를 뛰었으니, 이번 기회에 5km를 쉬지 않고 달려봐야겠다는 작은 목표를 세웠다. 나의 달리기 코스인 집 앞 호수공원으로 향하면서, 달리기 앱을 켰다. '10km 거리 달리기'를, 눈을 질끈 감고 눌렀다.
귀에 꽂은 이어폰으로 음악이 들리고, 1km를 달릴 때마다 달린 시간, 거리, 페이스를 알려주는 음성이 들렸다. 4km 까지는 평소에 달리던 거리라 무난히 달렸다. 호수공원 반 바퀴를 갔다가 돌아오면 얼추 4km가 된다. 평소라면 그대로 집으로 갔겠지만, 오늘은 몸을 돌려 같은 코스를 다시 뛰었다. 5km, 6km, 7km까지 쉬지 않고 뛰었고, 7km를 뛰었을 때 걸린 시간이 55분이었다.
'역시 1시간 안에 10km를 뛰는 건 아직 무리구나.'
평소 달리던 코스를 두 바퀴 돈 다음에는, 기분 전환도 할 겸 달려본 적 없는 다른 길로 뛰었다. 1시간을 쉬지 않고 뛴 건 처음이라 기쁘기도 했지만, 내가 원했던 '1시간 안에 완주'는 실패한 상황이었고 아직 달려야 하는 거리는 3km가 남아 있었다. 그때부터 컨디션이 나빠졌다. 곧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고, 다리가 아프고 무거워졌다. 마스크와 옷은 땀으로 축축하고, 열이 오른 얼굴은 후끈거렸다. 결국 8km에 다다르기 전에 뜀박질을 하던 다리가 멈춰졌다. 나는 고개를 숙여 가쁜 숨을 토해내며 빠른 걸음으로 마라톤을 이어갔다.
이후에는 걷다 뛰기를 반복했다. 빨리 마라톤을 끝내고 싶은 마음에 힘내서 달리다가도, 체력이 다 되면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체력을 보충했다. 10km가 다 되어갈 때쯤엔 갈증이 심해져서, 식수대 주위를 크게 몇 바퀴 돌면서 뛰었다. 10km를 완주했다는 안내 음성이 들리자마자 식수대로 향해 손을 씻고, 세수를 하고,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리고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잠시 쉬었다. 시원한 가을바람이, '고생했다'며 더운 몸을 식히고 지나갔다.
10km 완주 기록은 1시간 22분 4초. 3년 전 기록보다 17분이나 늦어졌다.
'지난 4개월의 시간은 내게 의미가 없던 걸까?'
잠시 의기소침했지만 곧 생각을 고쳤다. 지난 4개월의 시간이 없었다면 이것보다 더 오래 걸렸을 거라고, 마라톤에 참가할 용기도 내지 못했을 거라고 말이다. 마음에 드는 기록은 아니지만 현재 내 위치를 확인하게 됐고, 여기서 또 앞으로 나아가면 그만이다. 게다가 오늘은 개인적인 기록이 많은 날이니 풀이 죽을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처음으로 7km까지 쉬지 않고 달렸고, 1시간을 쉬지 않고 달렸다. 네 달 전에 달리기를 시작한 후로 총 200km의 거리를 달렸다고, 달리기 앱이 알려주기도 했다. 오늘 저녁에는 맛있는 걸 먹어야겠다. 그리고 단잠을 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