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가을도 끝이 보인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by 안뇽안뇽안늉

계절이 가을로 바뀔 때마다 늘 기분이 묘했던 것 같다. 소위 가을 탄다고 할 때 느끼는 우울함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좋은 기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그 반대도 아니다. 좋음과 나쁨의 중간에서 얄팍한 진자 운동을 하는 것 같은, 여러모로 묘사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러니까 화려한 연말 분위기를 기대하며 느끼는 설렘과 한 해의 끝을 인지하며 느끼는 공허함을 동시에 느끼는 기간이 나에게는 바로 가을이 아닐까 한다. 다만 해가 넘어갈수록 공허함의 비중이 훨씬 더 커지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반짝반짝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떠올리며 흐뭇해지다가도 11월을 보내기가 못내 아쉬운, 그런 이상한 감정들이 마구 뒤섞인다. 올해는 특히 더욱 그렇다.

다만 나에게 있어 가을이란 위와 같은 감정의 동요 말고는 딱히 인상적인 계절은 아니다. 무언가를 시작했던 기억도, 끝을 맺었던 기억도, 요란한 에피소드도 없어 단지 겨울을 맞기 전에 흘러가는 계절 정도였던 것 같다. 그래서 가을의 갈무리는 감정적으로 어렵다. 지나가는 것은 아쉬운데 그렇다고 붙잡을 것도 별로 없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늘 가을을 그런 식으로만 대했다. 한 해의 끄트머리에 다가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가을을 온전히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회사에서는 가을이 되면 내년도 계획을 세워야 하고, 프로젝트 또한 올해가 가기 전 마무리를 해야 하므로 쉴 새 없이 바쁘다. 이처럼 12월의 휴식을 위해 희생되는 시간은 대부분 10월과 11월이다. 개인적으로 올 추석을 길게 쉬기는 했으나, 휴식 후에 밀린 업무를 쳐내느라 이직 후 처음으로 주말 출근까지 감내해야 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 얼른 연말이 되었으면 했는데, 막상 12월이 다가오니 가을에 뭘 했나 싶어 못내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가을에는 매번 이런 식이다. 흘려보내고 나니 막상 서운하다.


매년의 가을처럼 그냥 지나가버린 것들을 떠올려본다. 필연적인 이별도 있었지만, 대부분 내가 그냥 흘려보냈다. 순간순간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혹은 먼저 다가갔더라면 지금은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초라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움츠러드는 일이 많아지고, 미련이 남는 것들 또한 자꾸만 쌓여가는 느낌이다. 가을의 끝에서 느끼는 덧없음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올 가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예상컨대 올 연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면 좀 서럽기는 한데 이쯤되면 뭐 어쩌겠나 싶기도 하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덧없는 다짐을 올 12월에도 또 반복하겠지만, 그렇게 다짐하면서 먹어댈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생각하며 우울함을 조금 내려놓기로 한다. 헛헛함만 붙잡고 있기에는 12월의 밤은 너무 반짝반짝하니까 앞으로 다가올 것들만 생각해 보겠다. 다만 지나가버린 가을을 상기하며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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