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7코스 도전기

탐라유람기 아들 둘과 제주 한달살이 이야기

by 조이홍

한계를 뛰어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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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실 코스와 성판악 코스로 두 번의 한라산 등반 경험이 있는 우리 가족은 이번에 새로운 도전을 해 보기로 했다. 바로 제주 올레 걷기다. 가파른 한라산도 등반한 경험이 있는데 올레 길 정도는 쉽지 않겠냐는 자만심이 어느 정도 깔려 있었다. 다양한 올레 코스 중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해안길이라는 올레 7코스를 걷기로 하였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인지도 모른 채…


올레 7코스는 제주 올레 여행자센터를 출발하여 법환포구를 경유, 월평 아왜낭목 쉼터까지 17.6km에 이르는 난이도 중의 해안코스다(라고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다). 코스 전 구간이 해안 길은 아니지만 약 8~90% 이상이 아름다운 바다와 멋진 풍광을 즐기며 걸을 수 있는 코스이다. 분명 아름답지만 우리에게 난이도는 최상이었다. 올레 7코스에 도전한 날 공식 기온은 32℃이었지만 서귀포 지역 체감 기온은 35℃ 가 훨씬 넘는 것 같았다. 오전 10시 30분, 호기롭게 출발한 우리 가족은 초반에는 아름다운 경치에 넋을 잃고 사진 찍기에 정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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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정도 사진을 찍은 후 자연스럽게 아내와 준 그리고 나와 큐 두 팀으로 나누어 걷기 시작했다. 사실 아내는 한라산 등산할 때도 혼자 앞서 나간다. 신계에 속해 있는 존재라 인간계에 있는 남편 따위는 기다려 주지 않는다. 다행히 그날 컨디션 좋은 준이나 큐 중 한 명은 책임져 준다. 뒤쳐진 아이를 달래고 어르며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내게 주어진 임무다. 처음에 준, 큐 형제 모두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 오늘만큼은 큰 차이 없이 걸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30분 만에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최근 수영 대회를 준비하면서 체력이 더 좋아진 아내는 마치 날개라도 단 듯 우리 팀을 앞장서 나갔고, 얼마 안 되어 시야에서도 사라져 버렸다. 신계 위에는 뭐였더라? 다행히 큐도 크게 힘들어하지 않아서 우리도 쉬지 않고 꾸준히 걸을 수 있었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보이는 풍경은 하나하나가 마치 예술 작품 같아서 지루할 새도 없었다. 그러다 저만치 앞에 아는 얼굴이 보였다. 아내와 함께 걷던 준이었다. 아내의 강철 체력은 준도 감당이 안 되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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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에 지친 아이들을 달래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사 입에 물고 걷고 있는데 신계에서 문자가 왔다. '비상사태 발생'으로 해안가 끝에 있는 카페로 들어오라는 아내의 긴급명령이었다. 집이 아닌 곳에서는 볼일을 못 보는 아내도 지금처럼 많이 걷는 날에는 장 활동이 활발해져 묵혀 두었던 것들이 쑥쑥 배출되었다. 아내의 비상사태 덕분에 가족이 재회하게 되었다. 더위를 좀 식히기 위해 한라봉 주스도 한 잔씩 마셨다. 하지만 재회의 기쁨도 잠시, 큰일을 해결한 아내는 준과 함께 또다시 치고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더위 속에서 대략 10km 지점을 통과한 이후부터 큐의 근원적인 질문이 계속되었다. ‘왜 이 길을 걷고 있는 것인가’이는 곧 그만 걷고 싶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었다. 평소 동기부여가 강한 큐는 자극제만 있으면 불가능한 것도 가능하게 만드는 아이였다. 나는 온갖 감언이설로 큐를 달래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쉬는 시간이 많아졌고 아름다운 경치도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 앞에 보이는 섬이 범섬인지, 문섬인지, 섶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강정마을을 지나가면서 미리 공부해둔 구럼비 바위 이야기, 강정의 아픈 과거 이야기 등을 해 주다 보니 나도 큐도 잠시나마 힘든 것을 잊을 수 있었다. 낡고 닳아 헤어진 강정의 현수막들이 무심하게 펄럭이고 있었는데 빨리 이곳의 상처가 치유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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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약 15km 지점에서 아내를 다시 만났다. 종점에서나 만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밖이었다. 더군다나 아내는 힘들면 이쯤에서 포기하자고 했다. 그동안 한 번도 포기를 입에 담은 적이 없던 아내한테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오히려 오는 길도 걸어오자고 할 사람인데 어쩐 일인가 했다. 나는 이제 2km 정도밖에 남지 않았으니 끝까지 가보자고 했다. 아이들에게 힘든 과정을 딛고 작은 성공을 맛보게 해 주고 싶었다. 이전의 경험들로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 발가락에 엄청 큰 물집이 생겨 있었다. 걷는 내내 엄청 아팠지만 티를 내지 않은 것이다. 큐도 마지막 2km 구간에서 더는 못 걷겠다며 누워버리기도 했다. 사실 나도 마지막 2km는 20km처럼 느껴졌다. 해안 길을 벗어나 마을 사이로, 귤 밭 사이로 걷는 코스는 지루하고 더 힘들었다. 다행히 마지막 500m 정도를 남겨두고 작은 구멍가게가 나왔다. 큐에게 긴급처방으로 탄산음료를 사주었다. 다행히 효과가 있었다. 나도 박카스 한 병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올레 7코스의 종점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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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다는 내 욕심이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무리한 체력 소모를 강요하게 한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른 코스도 도전해 보자는 아이들의 말에 한 시름 덜었지만 올레 7코스를 한 여름에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걸어서는 6시간이나 걸렸는데 차로는 30분도 걸리지 않고 돌아왔다. 우리 모두 헛웃음이 나왔다. 뜨겁던 여름날 올레 7코스 걷기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모두 각자의 한계를 뛰어넘은 대단한 도전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면 분명히 좋은 추억이겠지?



<아빠가 알아두면 좋을 올레길 이야기>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좁은 골목을 뜻하며,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길이다. 도보여행 코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제주 올레길은 사단법인 제주올레에서 개발한 것이다. 2007년 9월 제1코스 (시흥~광치기 올레)가 개발된 이래, 현재까지 21코스까지 개발되었다. (부속 코스까지 총 26개) 각 코스는 짧게는 4km에서 길께는 20km까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15km 이내, 평균 소요시간이 5~6시간 정도이다. 제주의 해안지역을 따라 골목길, 산길, 들길, 해안길, 오름 등을 연결하여 구성되며, 제주 주변의 작은 섬을 걷는 코스도 있다. 기존 길을 탐사하고 걷기 좋은 길을 선별하여 서로 연결했다. 필요한 경우 폭을 넓히거나 장애물을 제거하는 식으로 걷기 좋게 만드는 작업이 수행되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통해 올레길이 세상에 태어났다. 제주 출신 언론인이었던 서명숙 이사장과 제주올레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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