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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홍 Jul 10. 2021

낚시에 진심인 아이

낚시가 주는 뜻밖의 효과(?)

 코로나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첫째를 두고 아내, 둘째와 함께 동해바다로 바람 쐬러 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느 때보다 중요했지만 삶이 피폐해졌다. 리프레쉬, 충전 무슨 말이든 상관없었다. 맑은 공기와 푸른 바다가 그리웠다. 첫째는 시험 기간에 어딜 가냐며 눈치 주었지만(도대체 무슨 기말고사를 두 달 전부터 준비하냐고!), 둘째는 오랜만의 '외동아들' 놀이에 설레 했다. 날씨가 따뜻하면 족대(주로 민물에서 사용하는 물고기 잡는 도구)를 챙겨가 바닷물에서 물고기도 잡고 신나게 놀 수 있지만, 아직 바다에 들어가기 추운 6월 초라 바다낚시를 하기로 했다. 천렵을 특히 좋아하는 둘째는 물고기 잡을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풀었다. 아빠가 먹고 싶어 하는 생선회를 자기 손으로 잡아주겠다며 큰소리쳤다. 그럴 만도 했다. 둘째는 우리 가족 첫 바다낚시에서 유일하게 물고기를 잡은 진짜 낚시꾼이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월척을!


낚시왕의 탄생 


 평소 낚시에는 전혀 관심이 없던 아내도 '도시 어부'라는 프로그램 덕분에 낚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요즘에는 '골 때리는 그녀들'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에 축구에...) 제주 한달살이 중에 낚시는 중요한 생산활동(계획)이었다. 처음에는 '제주에 왔는데 적어도 생선은 사 먹지 말고 잡아서 먹자'라는 원대한 꿈을 꾸었더랬다. 아~ 뭍사람의 판타지라니! 제주에 사는 회사 동료도 생선은 시장이나 마트에서 사 먹는단다. 아무튼 그때는 낚싯대만 있으면 가능하리라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 낚시 경험이 전혀 없던 터라 우선 '배낚시 체험'부터 하기로 했다. 


 마침 숙소와 가까운 위미항에서 바다낚시를 체험할 수 있었다. 1인 당 1만 5천 원, 이동 거리 포함해서 2시간 동안 위미항 앞바다에서 낚시했다. 바다낚시는 우려와 달리 무척 간단했다. 낚시 바늘에 미끼로 사용하는 새우를 끼우고 바다에 던진 다음 봉돌이 바닥에 닿으면 릴을 3~4회 정도 감아 주면 되었다. 아이들도 처음에는 새우 미끼를 바늘에 끼우지도 못 하고 어려움을 호소했지만 직접 몇 번 해보고는 금방 적응했다. 한 20여 분 지났을까? 아내와 나는 낚시 불가능 상태에 이르렀다. 우리뿐만 아니라 대부분 어른들이 그랬다. 뱃멀미 때문이었다. 나는 선실에 누워 일어나지 못했고, 아내는 시계추처럼 화장실에 왔다 갔다 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은 모두 멀쩡했다. 아내와 나는 거의 기절 상태까지 갔지만, 아이들은 흔들리지 않고 계속 낚시에 몰두했다. 텔레비전과 다르게 입질이 금방 오지 않는 게 문제였다. 입질이 왔는데 아이들이 너울과 입질의 차이를 구별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아무튼 한 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려가며 낚시한 결과 둘째만 무려 22cm 크기의 쏨뱅이를 잡았다. 첫째는 아무것도 잡지 못했다. 배에서 가장 큰 물고기를 잡은 사람이 둘째였고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그날의 낚시왕이 되었다. 이후에도 위미항에서, 금능 해변에서, 하효항에서 낚시를 했지만 둘째 기록은 깨지지 않았다. 둘째가 지금까지 가족 낚시왕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까닭이다.  


낚시에 진심인 둘째 아이  

  

 둘째는 황금손이다. 운이 참 좋다. 은근히 둘째의 황금손을 믿었다. 바닷가에서 낚싯대를 구입하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두 사람 미끼와 예비 낚싯바늘까지 구입하니 10만 원에 달했다. 제주에서 낚시를 하고 2년이 다 되어갔다. 다행히 낚시 용품점 사장님의 설명을 듣다 보니 제주에서 낚시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났다. 자리를 잡고 낚시를 시작했다. 둘째는 2년의 시간이 무색하게 능숙했다(역시!). 혼자 미끼를 끼우고 캐스팅도 훌륭했다. '저러다 진짜 큰 물고기 잡는 거 아니야' 싶었다. 날이 흐리고 낚시하는 사람도 우리 말고는 한 두 팀(가족) 뿐이었다. 우리처럼 낚시 용품점 사장님의 추천을 받아 이곳으로 온 게 틀림없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게 있다고 바닷물 흐름이 낚시하는 데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몇 번 줄 엉킴을 겪고 두 시간 정도 경과되었지만 제대로 된 입질은 맛보지 못했다. 둘째는 몇 번 입질이 있었다며 챔질을 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진짜인지 살짝 의심했지만 입질이 분명하다고 힘주어 말하니 믿을 수밖에. 결국 별다른 수확이 없어 자리를 옮겼고, 다른 곳에서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낚시왕'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은 부끄러운 조황이었다. 한나절 꿈은 꿈으로 끝났다.    


 둘째가 아직 회를 먹지 못하기에 중앙시장에 들러 닭강정과 꼬마 김밥, 메밀전을 샀다. 횟감은 단골집이 있는 동명항에서 구입했다. 5만 원, 아내와 내가 단 둘이 먹기에 횟감은 5만 원이면 충분했다. 차라리 낚싯대 사지 말고 그 돈을 보태 근사한 횟집에 가서 먹을 걸 그랬나 하는 마음도 살짝 들었다. 낚시의 목적이 횟감을 구하는 것이었다면 그랬어야 했다. 사실 진짜 목적은 다른데 있었다. 집중력과 지구력이 다소 부족한 요즘 아이 둘째는 낚시할 때만큼은 무척 진지하다. 낚시에 진심이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읽거나 컴퓨터 게임을 할 때 이상으로 낚시에 몰입한다. 옆에서 보면 정말 신기할 정도다. 그만두자고 하지 않았다면 몇 시간이라도 더 버틸 수 있을 터였다. 온라인 수업 시간에 앉아 있기 버거워하는 둘째에게 '거 봐! 너도 집중할 수 있잖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낚시하는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해라, 쫌!' 하는 말이 목구멍을 넘어오는 걸 간신히 다시 밀어 넣었다. 평소에도 잔소리 많은 아빠가 바닷가에 놀러 와서까지 할 말이 아니었다. 모처럼 '외동아들' 놀이에 기뻐하는 아이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슴슴한 메밀전을 입에 잔뜩 물고 '손맛'의 생생함을 신나게 설명하는 둘째를 아내와 함께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라는 생각이 두 사람 머릿속에 떠올랐으리라. 비록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지만, 낚시 효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제법 괜찮았다.  


 이번 여름 방학 아이들 독서 목록에 '페인트(이희영 저)'를 추가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가 함께 읽기에 좋은 책이다 싶었다. 아이들 독서 목록에 넣기 전에 되도록이면 먼저 읽는데 부모로서 생각할 게 많았다. 답이 아니라 질문을 던져주는 책, 빨리 읽어 내려가는 게 아쉬운 책이다. 넷이 모두 읽으면 '독서 모임'을 가져볼까 한다. 아이들이 그리 좋아할 것 같지는 않지만 말이다. 물론 아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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