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오지 않는다!

1월 10일, Door to Door 세상의 택배 파업

by 조이홍

CJ대한통운 택배 파업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 주문한 몇몇 물품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특히 세제가 간당간당해 빨래 공장 공장장 아내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기사 2만여 명 가운데 1천650여 명만 파업에 참여했다는데, 하필 경기도 성남 일대를 담당하는 기사님들 위주로 파업에 참여해 이 지역 주민, 소상공인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12월 28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택배 노조와 CJ대한통운 사측 간 갈등은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택배 노조는 사회적 합의로 이뤄낸 택배 요금 인상분 상당액을 회사가 독식하고, 택배 노동자들은 분류작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CJ대한통운은 요금 인상분 50%가량을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로 배분했으며, 새해 들어 5천500명 인력이 분류지원 업무에 투입되어 사회적 합의를 잘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양측 의견이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가 없다. 누군가 거짓말을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진실'은 언제나 거기에 있다. 진실에게는 죄가 없다. 그것을 '선택적'으로 취하는 것이 문제일 뿐. 코로나로 택배 물량이 200% 이상 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매출이 급증하면 더 큰 이윤이 남고, 이는 고스란히 기업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 이면에는 택배 노동자의 눈물이, 죽음이 있다. 사측이 통 크게 택배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기를 바란다.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의 세상에서 택배가 멈추면 우리네 삶도 멈춘다.




요즘 통 쓰지 못하고 있는 '한뼘소설'에서 <인터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한 택배 기사님을 가상 인터뷰한 짧은 소설이다. 택배 파업 시국이니 다시 읽어보면 좋겠다 싶었다. 노사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이 힘들지 않냐고요? 물론 힘들죠. 직장인들은 주에 52시간만 근무하잖아요. 우리는 70시간도 넘게 일해요.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라 근로기준법 보호도 못 받죠. 계절과 날씨에 영향도 많이 받고요. 눈비 오는 날은 더 힘들죠. 예고에도 없던 소나기라도 내리면 발을 동동 굴러요. 박스 젖으면 고객들이 싫어하거든요. 그래도 어디 힘들지 않은 일이 있나요? 이놈의 코로나 때문에 다들 어렵다, 죽겠다 하는데 우리는 그런 건 없으니까요. 언택트 시대잖아요. 배송 물량이 부쩍 늘었어요. 예전에는 8시면 마무리했는데 요즘은 10시 넘기기가 일쑤죠. 욕심 안 부리고 자기 체력 받쳐주는 만큼만 일하면 우리 세 식구 먹고는 살아요. 돈 많이 벌고 싶지 않냐고요? 벌고 싶지요. 돈 싫어하는 사람 있나요? 욕심부리면 끝이 없잖아요. 우리 택배 기사들이 벌써 몇이나 과로사로 떠났는데요…. 우리는 몸이 재산이라 건강해야 계속 일도 할 수 있잖아요.”


“요즘에는 회사도 달라지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요. 분류작업에도 인원을 투입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예전이요? 말도 꺼내지 마세요. 새벽에 출근해서 오전 내내 분류작업에 매달리면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요. 컵라면 하나 후딱 먹어 치우거나 배송하면서 빵이랑 우유로 대충 때웠죠. 바쁜 날에는 끼니를 거를 때도 많죠. 앉아서 짜장면 한 그릇 먹을 여유는 생겼으니 그게 어디예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남은 사람들은 또 계속 일해야 하잖아요. 얼굴도 모르는 동료 기사들의 희생 덕분이죠. 참, 기자님도 소식 들었죠? 우리 택배 기사들도 고용보험 적용받는데요. 그게 언제부터였더라? 아무튼, 힘들어도 내일은 나아질 거란 희망이 있으니까 버틸만해요."


“사람들 인식도 많이 좋아졌어요. 예전에는 택배 기사라면 다들 은근히 무시했는데 요즘에는 그런 사람 별로 없어요. 자기 가족보다 더 기다리는 사람이 택배 기사라는 농담도 있잖아요. 어떨 때는 너무 반갑게 맞아주셔서 제가 다 당황스럽다니까요. 그것뿐인 줄 아세요? 어떤 집은 문 앞에 고맙다는 편지도 써주고 한여름에는 고생한다고 생수나 음료수를 놓아두기도 하는걸요. 없던 힘도 다시 생기죠. 제 관할 구역은 아니지만, 어떤 아파트에는 아예 택배 기사 쉼터도 마련해 놨어요. 그런 걸 보면 이제 우리도 사람들한테 인정받는구나 싶어요. 몇몇 아파트를 담당하는 동료들은 아직도 힘들어하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조만간 나아지겠죠.”


“기자님, 인터뷰할 거 더 남았어요? 배송 물량이 많이 밀렸어요. 꿈이나 소원 같은 거 있냐고요? 글쎄요.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는데…. 아, 맞다. 하나 있어요. 총알 배송, 로켓 배송, 새벽 배송 이런 건 좀 없어지면 좋겠어요. 꼭 택배 기사들이 힘들어서 그런 건 아니에요. 세상이 너무 빨라지잖아요. 자동차도 우리 사는 세상도 과속은 위험해요. 너무 빠르다 싶으면 한 번씩 브레이크를 밟아줘야 해요. 정말 필요한 건 동네 마트나 골목 슈퍼에서 사면 되잖아요. 운동도 할 겸 마스크 쓰고 동네 한 바퀴 도는 거죠. 자영업자들 어렵다고 하는데 골목상권도 좀 살려야죠. 혼자만 빨리 가면 뭐해요? 천천히 다 함께 가야죠. 너무 뻔한 말만 했나요? 마지막 이야기는 기자님이 알아서 편집해 주세요. 이제 끝난 거죠? 내 얼굴, 실물보다 잘 생겨 보이게 해 주셔야 해요. 수고했어요, 기자님.”


택배 기사 K 씨는 모니터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아마도 그의 마지막 웃음이었으리라. 인터뷰 다음 날 새벽 K 씨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그와의 인터뷰는 ‘동행 취재, 택배 기사의 하루’라는 타이틀로 추석 다음 날 방영될 예정이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방송은 불발되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K 씨의 죽음은 산업재해로 인정받았다. 그의 말대로 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왠지 기분이 씁쓸했다. 그의 죽음을 과로사로 인정하는데 무려 5개월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어젯밤에 주문한 물건이 새벽에 도착하는 초고속 시대, 그 일을 온몸이 부서지도록 해낸 이의 죽음을 규정하는데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했을까? K 씨가 말한 세상의 브레이크는 정작 자기 죽음을 인정받는 데에만 작동했다. 창밖으로 먹구름이 몰려오는가 싶더니 갑자기 세차게 빗방울이 쏟아졌다. 일기 예보에 비 소식은 없었는데 달갑지 않은 소나기다. 어디에선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수많은 택배 기사가 떠올랐다. 기왕 퍼붓는 김에 오늘 하루쯤 세상이 멈추면 어떨까 물색없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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