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칭 '열 단어 소설'의 명칭을 '센-텐스'로 정했다. '한뼘 소설'처럼 장르적 성격을 사람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어릴 때부터 나름 작명에 일가견이 있었다. 학교 다닐 때 과 동아리를 만들고 거기에 걸맞은 이름도 스스로 지었다. 심지어 우리 아이들 이름도 작명소가 아니라 아내와 상의해 직접 지었다. 그저 몸짓에 지나지 않는 대상에 이름을 지어준다는 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런 멋진 일이라면 직접 나서야 직성이 풀렸다. 열 단어 소설에도 근사한 이름을 선물하고 싶었다. 반나절 동안 고민해 떠오른 이름이 바로 센-텐스였다. 열 단어라고 해봤자 대부분 한 문장이나 길어야 두 문장 정도에 지나지 않을 터였다. 그 문장이 곧 소설이 되는 것이다. 문장=소설. 그런데 문장을 영어로 하면 'Sentence(센텐스)'니까 직관적으로 필(feel)이 딱 꽂혔다. 어, 이거 괜찮은데?
하지만 '문장'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Sentence로 '열 단어 소설'을 담기에는 무언가 부족해 보였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그럴듯한 의미의 외투를 한 겹 더 두를 필요가 있었다. 그때 문득 '텐스'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텐이라면 숫자 ten도 있잖아! 유레카! 영어 사전을 뒤져 보니 'tens(텐스)'는 '십의 자리'라는 뜻이었다. 여기에 '세다(강하다)'라는 우리말 '센'을 붙여 결국 센-텐스, 즉 '강한 열 자리(단어) 문장'이라는 의미가 완성되었다. 그런데 초경량 패딩을 입힌 줄 알았는데 왠지 덕지덕지 기운 누더기 옷을 두른 것 같은 기분은 뭐지. 기분 탓인가? 그때 <다시, 책으로>에서 읽었던 아래 문장이 기억났다(전부는 아니고 일부, 그래서 다시 찾아봐야만 했다).
‘문장(sentence)’이라는 단어가 말 그대로 ‘생각의 방법’이라는 의미를 감안하면…. 문장은 생각의 기회이자 한계임을 깨닫게 됩니다. 문장으로 생각해야 하고 또 문장 안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뜻에서 그렇습니다. 나아가 그것은 ‘느낄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느껴지는 감각의 양식(pattern)입니다.
문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 'Sentence'는 '생각의 방법'을 의미하는 라틴어 'sententi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를 저자 매리언 울프는 문장은 생각의 기회이자 한계이며, 느낄 수 있는 생각이기도 하며 동시에 느껴지는 감각의 양식이라고 설명했다. 문장이 곧 또 하나의 우주가 되는 것이다. 열 단어 소설 역시 열 단어로 생각해야 하고 또 열 단어 안에서만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열 단어 소설도 하나의 세계가 될 수 있다. 고작 열 단어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정말 소설 비슷한 것을 쓸 수 있을지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열 단어 소설이 작가로서 재능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줄 수목한계선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몇 편 쓰다 쥐도 새도 모르게 포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읽기와 쓰기는 후천적 재능이다. 우리는 제법 잘 진화된 최첨단 뇌를 물려받은 덕분에 해당 뉴런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주면 그 기능이 활성화된다. 현재로서 유일한 방법은 뉴런을 계속 자극하는 수밖에 없다. 계속 써본다는 말이다. 칼집에서 칼을 뽑았으니 두부김치라도 맛깔나게 만들어 볼 참이다. 어떻게? 꾸준히. 그래서 처음 이름을 선물한 김에 뚝딱 로고도 함께 만들었다. 나중에 백일장 할 때 필요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뭐지, 이 어마어마한 추진력은? 나 좀 멋진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