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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뼘소설 시즌2를 시작합니다.

by 조이홍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지만 '한뼘소설'을 다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제 심보 참 고약하죠? 모처럼 한가한 주말 오후라, 주말 출근이 갑자기 취소되는 행운 덕분에, 예전 글들을 읽어 보았는데 역시 한뼘소설이 동료 작가님들이나 몇 분 안 되는 독자분들께 좋은 호응을 얻었더라고요. '좋아요' 따위 의식하지 않기로 했지만, 독자에게 읽히지 않는 글이란 아무도 찾지 않는 맛집과도 같을 테지요. 그래서 아주 조금 의식하기로 했습니다. 흠흠흠….


<이래 봬도 소설입니다>라는 제목으로 브런치북을 발행했고, 그 안에 모두 서른 편의 한뼘소설을 담았더랬습니다. 이번에 시작하는 작품에는 그 안에서 다시 쓰는 것도 있을 테고, 완전히 새로 쓰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한뼘소설을 다시 쓸까 의아해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연재 브런치북>으로 팔자 한 번 고쳐 보려고? 하시는 분도 있을 테고요. 지극히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그럴 마음이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습니다. 저도 사람인 걸요. 흠흠흠….


최근 2주 정도에 걸쳐 무라카미 하루키의 신작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었습니다. 그간 공부(?) 관련 책들을 주로 읽은 터라 순수 문학은 오랜만에 맛보는 군것질거리 같았습니다. 그렇게 맛있지도 않지만 한 번 맛보면 헤어 나오기 힘든 그 맛 말입니다. 하루키에 약간 시들했었는데 이번 작품으로 다시 '하루키력'이 반쯤은 채워졌다고나 할까요. "역시 하루키 씨답군." 중얼거리게 되더라고요. 이 책이, 하루키가 다시 제 순수 문학 창작 욕구에 불을 지펴주었습니다. 센-텐스(열 글자 소설)로 할지 잠깐 고민도 했지만, 아직 제 역량이 열 글자로 '이야기'를 담기엔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한뼘소설을 택했습니다. 한뼘소설 쓰는 데도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지만, 어떻게든 써나가 보겠습니다. 흠흠흠….


그럼 그냥 조용히 시작하면 될 것인지 뭐 대단한 걸 한다고 이렇게 '출사표'까지 던지느냐고요. 네, 충분히 합리적인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공표하지 않으면 스스로 금방 시들해지니까 일종의 자기 자신, 그리고 몇 분 안 되는 독자분들과 약속이라도 해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야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지 않을 테니까요. 이제 일주일에 한 번, 한뼘소설로 찾아오겠습니다. 물론 중간중간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다운 글도 쓸 것이고요. 작가가 별건 가요. 쓰는 사람이 작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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