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May 19. 2024

모정(母情)

<한뼘소설> 17화

"엄마, 더 놀고 싶어요. 아직 졸리지 않단 말이에요."

"늦었단다, 아가야. 이제 자야 할 시간이란다. 우리 아가 착하지." 

"두 눈이 말똥말똥한 걸요."

"눈 감고 찬찬히 별을 헤아려 보렴."

"이곳은 정말 재미있어요. 신기한 것들도 많고요."

"그래도 우리 집만은 못한 걸. 엄마는 벌써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소리가 그리운 걸."

"그건 그래요. 집이 최고죠. 그런데 아까부터 눈이 따끔거려요, 엄마"

"이제 자야 할 시간이란다. 엄마가 우리 아가들이 좋아하는 자장가 불러줄게."

"정말이요? 역시 엄마가 최고예요. 엄마, 사랑해요."

질그릇 속으로 캄캄한 어둠이 사뿐히 내려앉았다. 뱃속에 한가득 알을 품은 엄마 꽃게가 자장가를 불렀다. 시큼한 간장이 뽀글거리며 조금씩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엄마 꽃게는 고향이 그리웠다. 오늘 밤 꿈에서 꼬물꼬물 새끼 꽃게들과 에메랄드빛 바다로 소풍 가고팠다. 밤공기에서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전해졌다. 

이전 16화 슈퍼히어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