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홍 Feb 11. 2020

아보카도 싹 틔우기

큐의 <오므라이스 잼잼> 따라잡기 

  우리 가족 모두 사랑하는 조경규 작가의 <오므라이스 잼잼>은 음식이라는 주제를 매 회 재미있고 정감 있으며, 또한 아주 맛나게 풀어내는 만화, 아니 작품이다. 현재 10권까지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있고 우리 집 책장에도 10권 모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조경규 작가는 나와 동년배인데 많은 부분 추억이 같으면서 취향은 달라 에피소드를 볼 때마다 배우는 것도 많고 느끼는 것도 많다. 기본적으로는 음식을 포함해 삶의 모든 것에 감사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많이 반성하곤 한다.  


  하지만 나보다 이 만화에 더 열광하는 독자가 한 명 더 있다. 바로 큐다. 어림잡아도 각 권마다 10번 이상은 읽었을 텐데도 여전히 틈만 나면 읽고 또 읽는다. 차를 타고 이동을 할 때도 두세 권은 꼭 챙겨 간다.  2박 3일 여행이라도 가면 가방 하나를 이 만화책으로 채우기도 한다. 아내가 음식을 하거나 관련한 내용을 물어보면 얼른 해당되는 에피소드를 찾아와 보여줄 정도로 그 내용을 꾀고 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잘 먹고 가장 날카로운 입맛을 가진 (그래서 가끔 아내의 음식에 당당하게 바른말을 하곤 해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지만) 큐는 그 어떤 책 보다 (심지어 학교 교과서보다) <오므라이스 잼잼>을 더 자주 본다. 내가 <슬램덩크>에서 농구를 배웠듯이 큐는 이 만화책에서 다양한 음식의 세계를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에피소드 중에 집에서 아보카도 싹을 틔우는 방법을 소개한 편이 있었다. 아보카도 씨는 껍질이 두껍기 때문에 싹을 틔우기가 여간해서 쉽지가 않은데 그 비법을 설명해 준 것이다. 소개된 방법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아보카도 씨앗의 위와 아래에 열 십(十) 자로 칼집을 내고 긴 이쑤시개 (떡꼬치용)로 역시 열 십자를 만들어 물을 받아 놓은 컵 위에 아랫부분이 살짝 닿도록 올려놓으면 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마침 집에 사다 놓고 먹지 않던 아보카도가 있던 터라  큐는 아내를 졸라 아보카도 싹 틔우기에 도전을 하게 되었다. 


  소개된 방법은 어려울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좀처럼 싹이 나오지 않았다. 늦어도 2주 정도면 싹이 나온다고 했는데 큐와 아내가 정성스럽게 만든 3개의 아보카도 씨앗들은 어느 것 하나도 싹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베이지색 (미색) 씨앗이 짙은 갈색으로 변해 버린 지 오래되었는데도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그렇게 첫 번째 도전은 실패로 끝이 났다. 준과 큐는 아보카도의 물컹한 식감과 밍밍한 맛 때문에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싹 틔우기에 도전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보카도를 먹고 또 먹어야 했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과일이라 평소에는 그렇게 먹어보라고 해도 먹지 않던 과일을 스스로 먹게 된 것이다. 역시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였나 보다. 


  결국 세 번째 도전만에 아보카도 싹 틔우기는 성공하였다. 관건은 칼집을 아주 깊게 내어 주는 것이었다. (거의 쪼개질 정도의 수준으로) 이 과정을 지켜보다 보니 도대체 자연에서는 어떻게 아보카도가 싹을 틔울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것이 자연의 섭리(攝理)라는 것인가? 

  싹을 틔운 2개의 아보카도 씨앗은 화분으로 옮겼다. 큐는 신기한 듯 매일 아침 쳐다보며 물을 주었다. 자기가 싹 틔운 아보카도라고 애정이 남달랐다. 그러고 보면 한 평 남짓한 텃밭에서도 자기만의 오이와 상추를 아빠로부터 분양받아 나름 열심히 가꾸는 큐는 자기(에게 속한) 것에는 특별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그 책임감이 끝까지 지속되느냐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큐는 자기에게 주어진 미션과 거기에서 발생하는 책임감을 즐기는 아이인 것이다. 


  둘째인 큐는 집에서 귀여움을 맡고 있다. 이제 4학년이 되지만 아직 내 눈에는 네 살짜리 어린아이 같다. 큰 눈망울이 예쁜 큐는 요즘 자기도 다 컸다며 몇 가지 일들(?)은 이제 혼자 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보카도 싹 틔우기도 성공했으니 이제 좀 믿어줘 볼까? 아주 진지하게 그리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편식 극복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