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달님이다."
잠자리에 든 지오가 창밖을 올려다보며 탄성을 지른다.
"엄마도 빨리 누워봐. 안 그럼 달님이 없어져 버릴 거야"
전날 밤에도 달이 보였다가 사라져 버린 걸 기억한 아이는 어서 누우라고 나를 재촉한다.
아이 옆에 누워 창밖을 보니 구름 사이로 둥근달이 걸려있다. 감탄사가 나올 만큼 달빛은 환하고 영롱했다.
구름을 벗어난 달과 눈이 마주친 순간 금가루 같은 빛이 작은 창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이는 앤처럼 두 손을 모으고 어깨를 으쓱하더니
"엄마, 달님이 너무 아름다워. 달이 너무 예쁘고 너무 아름다워."
하며 달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세모 지붕에 뻐꾸기 창을 가진 2층 다락방.
이곳에 누워 위를 올려다보면
마치 고래 뱃속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천장 중앙에 놓인 보는 고래 등뼈,
보에서 양쪽으로 뻗은 서까래는 갈비뼈.
우리가 어쩌다 이곳에 들어오게 됐을까?
출렁이는 바닷물에 몸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철얼썩 처얼썩 창 밖에서 들려오는 거친 파도소리.
달빛에 물든 검은 바다를 항해한다.
우리를 집어삼킨 거대한 고래와 함께.
고래야, 어디로 가는 거니?
저 달빛을 따라 가면 길이 나오려나.
쓸데없는 상상을 하는 동안 아이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달빛을 받은 아이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평온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