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10. 아기자기하게 예쁜 도시 팔마 데 마요르카(11.11)
미로 속에서 발견하는 도시의 예쁜 풍경
팔마 데 마요르카(Palma de Mallorca)는 해변에서 도시가 형성되어 내륙으로 커진 것으로 보인다. 대성당도 해변에 있고 플라자 마욜(Plaza Mayor)도 도보로 10여분 거리이다.
지도를 보면 도시를 금세 다 알 것 같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미로이다. 지도를 보고 길을 찾기가 결코 쉽지 않다. 골목은 짧은 데 각각 이름이 있다. 긴 골목들을 연결하는 짧은 골목에도 각각 이름이 붙어 지도에 표현되어 있으니 돋보기를 쓰고도 판독이 잘 되지 않는다. 10 미터 길이 정도의 골목도 많다.
내 결론은 지도 무시하고 육감과 눈짐작으로 걸어 다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미 지나갔던 골목으로 다시 되돌아 오기도 한다. 골목을 돌다가 길 물어 볼만한 사람도 없다. 현지 사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고개를 갸우뚱하거나 설명해 줘도 정확하지가 않다. 구글 맵을 돌려도 골목이 짧아 방향 표시가 발걸음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 이틀 동안 실수하지 않고 호텔로 돌아온 적이 한 번도 없다.
방향 없이 골목을 돌다 보면 도시의 숨겨진 풍경을 본다. 물론 사람에 따라 보는 관점은 다르다. 나는 도시 속 한적한 풍경을 좋아한다. 종종 햇살이 만들어 내는 음영이 조화된 도시의 나른한 풍경은 마음에 평안을 준다.
내가 항상 늦은 오후에 분당 탄천을 산책하며 찾고 있는 햇살과 음영을 이곳 황토색을 띠고 있는 오래된 건물의 벽과 골목길에서 발견한다. 미로 속의 풍경들이 평화롭고 예쁘다. 그리고 그것을 카메라에 담아 놓는다.
사진을 찍다 아내를 찾아보면 행방불명이다. 그러나 골목에 늘어선 가게들 중 마요르카 진주 파는 가게를 들여다보면 어김없이 그곳에 고개를 박고 쳐다보고 있다. 19년 전 마드리드에서 살때 나름대로 준비했을 텐데 뭘 그리 열심히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아내도 자기가 보기에는 똑같은 풍경 그리고 별 볼일 없는 골목 풍경을 뭐 한다고 계속 사진 찍고 있을까 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대충 한 번 찍으면 그만이지.
햇살 속에 다시 본 대성당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다. 가랑비 내렸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여행객이 많이 보인다. 흐린 날씨 중 간간히 비치는 햇살 속 대성당 주변 풍경은 또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해가 구름 속에서 나왔다 들어갔다 해서 사진 찍는데 시간이 걸린다. 그래도 해가 나올 때까지 앵글을 맞추고 기다리고 있다가 찍는다.
대성당 사진을 찍으면서 도대체 이 섬에 왜 이렇게 큰 성당을 건축했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떠오른다. 보통 수준의 규모인데도 불구하고 해안에 있다 보니 크게 보이는 것 일까? 그런데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가까이 봐도 크다. 그리고 아름답다. 대성당을 여러 각도에서 카메라에 담아 둔다.
파에야 콘 보가반테와 새우 칵테일을 먹다
돌아다니다가 오후 2시경 해변에 있는 정갈한 식당에 들어갔다. 나는 전식으로 생선 수프를 아내는 칵테일 새우를 시켰다. 아내가 마드리드에서 새우 요리를 먹고싶어 했는데 그동안 새우 요리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데 이 식당에 칵테일 새우가 있다. 칵테일 새우는 차게 먹는 음식이다. 아내는 올리브유를 뿌려 프라이 팬에 익혀 요리한 따듯한 새우를 원했던 것 같다. 잠시 불만을 하더니 맛있게 잘 먹는다.
본식으로 파에야 콘 보가반테(Paella con Bogavante, 가제 파에야) 2 인분을 시켰다. 그런데 주문을 받는 종업원이 조용히 귀속 말로 전식을 먹게 되면 파에야는 둘이서 1 인분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친절한 종업원도 있다.
나는 꽤 오래전부터 특별히 먹고 싶은 것이 없어졌다. 그래서 맛집을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다. 가급적 집에서 먹는다. 또 아내가 내 식사를 잘 챙겨 주기도 한다. 탄수화물, 식이섬유, 단백질 등 영양 요소를 고려해서 음식을 준비한다. 밥도 거의 평생 돌솥으로 지어준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기는 별미를 먹고 싶어 한다. 그 종류도 많다. 방송에 나오는 음식 프로그램을 많이 보는데 아마 그 탓도 있을 것이다. 젊어서부터 원래 음식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다. 아내는 '자연인'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데 한 번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그들이 산에서 투박한 재료로 만들어 내는 음식을 보기 위한 것이란다. 좋은 일이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가재 파에야 건더기는 아내가 8할 내가 2할 정도 먹었다. 음식이 좋다. 거기에다 백포도주 한 잔도 비웠으니 후식은 먹지 않겠다고 한다. 좋아하는 엑스프레소도 사양한다. 정말 많이 먹은 모양이다. 비수기라서 식당은 한산하다. 그 덕분에 종업원이 열심히 서비스해 준다. 팁을 넉넉하게 놓고 나왔다.
아기자기하고 예쁜 도시 풍경
팔마의 엘 코르테 잉그레스(El Corte Inglés) 백화점
엘 코르테 잉글레스 라는 스페인 백화점이 있다. 위키피디아를 보면 이 백화점은 스페인의 유일무이한 백화점 체인 그룹으로 그 규모가 유럽 1위 세계 3위라고 한다.
영어로 'The English Cut'로 번역되는데 원래 양복점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1890년에 설립된 오래된 회사이다. 우리나라에도 바잉 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팔마가 작은 도시인데도 2개의 엘 코르테 잉글레스가 있다. 규모도 크다.
어두워질 때까지는 시간이 있어 눈에 보이는 백화점에 들어갔다. 월요일인데도 사람들이 꽤 있다. 마드리드와는 다르게 중국 관광객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인들이 아직 마요르카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마드리드 카스테야노 대로(Paseo Castellano)에 있는 엘 코르테 잉글레스는 중국 관광객이 점령했었다.
백화점 지하 슈퍼에서 물과 토마토를 사서 들어왔다. 아내는 점심때 먹은 빠에야에 소금이 많이 들어갔으니 물과 토마토를 섭취해서 나트륨을 빼거나 중화시켜야 한다고 한다.
토마토를 씻어 잘라먹었다. 속이 개운하고 시원하다. 문득 아내가 '건강하게 잘 먹을 수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 이라고 말한다. '누구 같이 병원에 누워 천만금이 있으면 뭐하냐' 고. 아프면 들어누워 먹지도 못하는데. 건강하니까 먹는 것이고 또 잘 먹어야 건강하다는 것이다. 평범하지만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