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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현서 Dec 20. 2019

아내와 스페인 가을 여행(33)

결혼 40년 되던 해 2019년 늦가을

스페인 가을 여행 후기(1)


아내의 성격 그리고 먹성에 대한 변명


1. 아내는 성격이 밝은 편이다. 결혼 전 만날 때 나는 그녀의 밝고 명랑한 성격이 좋았다. 우선 내가 명랑하지 못하고 딱딱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그 반대되는 성격을 원했던 것 같다. 그때 그 판단은 매우 옳았다. 나이 들어서도 매사 밝게 생각한다.


밝음은 아내의 타고난 성격이기도 하지만 비결이 있다. 아내는 자기가 감당할 만큼만 고민한다. 나는 같이 살면서 같이 고민해 주지 않는다는 불만도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것이 옳았다.


아내가 과거에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당신도 고민하고 나도 고민하면 집안 분위기가 우울해지지 않겠는가? 고민은 당신만 하고 나는 아이들도 키우고 생활을 해야 하니 고민하지 않겠다. 또 전업주부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여행도 즐겁게 했다. 최고의 수행원을 곁에 두고 자기 같이 편하게 여행하는 사람이 있겠냐고 하면서. 매사 펀하게 생각하고 낙관적이다.


그러나 한편 뒤집어 보면 맹랑한 것이다. 자기 방어를 영리하게 하는 것이다.


2. 아내는 음식을 좋아한다. 그러나 음식을 천천히 씹으며 양보다는 맛으로 먹는 편이다. 그렇다고 먹는 양이 적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적당하게 먹는다.


음식에 대한 지식과 관심과 이해가 많다. 요리 학원도 다녔고 레시피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대강 만들어 낸다. 결혼 이후 지금까지 간장, 된장, 고추장을 담근다. 아파트 베란다에 이들을 담아 놓은 항아리가 열몇 개 된다.


또 계절이 되면 청을 만들어 음식 소스로 사용한다. 매실 청, 오미자 청은 떨어지지 않는다. 모과 나올 때는 가락시장에서 모과를 박스로 사서 모과차를 만들고 나는 겨울 내내 그것을 마신다. 올 해는 모과차 대신 레몬차를 마시고 있다.


특히 서양 음식에 관심과 호기심이 많다. 해외 생활하며 경험도 있지만 주로 푸드 방송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 그래서 먹어보고 싶어 한다. 이 번 여행에서 내가 아내의 먹거리를 신경 쓰고 챙긴 이유 중 하나이다.


아내가 탐식 때문에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탐식을 경계하고 자제하는 편이다. 매일 체육관에서 운동하는데 운동효과 상쇄한다며 과식을 매우 조심한다. 아내를 위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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