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그리고 사랑에 대한 그리움
그 여자,
미련이 남아요.
참 많이 좋아했거든요.
밀려오는 후회가 참 저를 아프게 해요, 지금까지.
다 저 때문이에요.
저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해서,
그래서 놓쳤어요. 그 사람을...
사실 그때는 짝사랑이었다고 생각하고 싶었어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라고 믿었거든요.
저 혼자 하는 사랑이어서
제풀에 지쳐가지고..
그래서 그 사람을 더 이상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서 혼자 지레짐작해버린 실수를 저질렀던 거죠, 제가.
그래서 자꾸..
생각나요, 멍청하게.
지지리 궁상 같아요.
빨리 잊고 다른 사랑에 좀, 최선을 다하고 싶은데.
그 남자,
예전에 여자친구랑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는 데
앞 좌석에 앉아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들어왔어요.
혼자 온 것 같았는 데 의자에 앉은 자세가 무척이나 편해 보였죠.
왜, 신발 벗고 양반다리를 해가지고 앉는 자세 있잖아요.
팝콘도 정말 맛있게 먹고 있었고요.
아, 그리고 영화에 얼마나 빠졌는지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 있었어요.
사실 그 여잔 자기가 어떤 자세로 영화를 보고 있는 지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보고 있자니 살짝 웃음이 났어요.
예전에 날 무척이나 설레게 했던 그 아이가 생각났거든요.
옆에 앉아 있던 여자친구에게는 미안했지만
기억에 남아있던 그 애의 잔상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정말 많이 좋아했거든요.
근데 다가가는 법을 몰라서 눈치만 보다가 그렇게 끝이 났어요.
조금만 용기를 내볼걸...
참 많이 후회했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도 후회가 되냐고요?
아니요,
아니죠.
그때 그 시절, 그 시간과 장소. 그리고 그때의 나와 그 애.
그게 사실 조금 그리울 때가 있을 뿐이에요.
그때의 그 순간으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으니까..
그 여자,
고백을 해보지 못한 거?
그게 제일 미련으로 남아요.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때 그 시간에서 나오질 못하는 게
아무래도 그 이유 때문인 거 같아서 더 많이 후회가 돼요.
사실대로 너를 좋아한다 말도 하고
앞뒤 안 보면서 뜨겁게 사랑표현도 해보고
후회 없이, 미련 없이, 그렇게 나를 다 보여주며 사랑할 걸... 이러면서
저를 자꾸 가두게 돼요.
참 못났죠?
알아요.
근데 참 오래가네요. 이 마음이 진짜
그 남자,
사랑에는 지금도 서툴러요.
나이를 먹어도 참 어렵네요, 그게.
그래서 그런가,
여자친구랑도 얼마 전에 헤어졌어요.
사소한 문제였긴 했는데
그동안 눌러왔던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서 크게 터져버린 것 같아요.
미련이 남지도 않을 만큼
생각이 나지도 않을 만큼
참 쉽게 헤어져 버렸는 데 그러다 보니 사랑 그게 별건가 싶더라고요.
그때 그 애에게도 미련 없이 그냥 사랑해줄 걸 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미련이라면 미련이겠네요, 이것도.
이렇게 사랑이 하나씩 지나칠 때마다 생각이 나는 걸 보면...
연락이요?
아니요, 안 하고 싶어요.
너무 많이 변해버렸잖아요, 달라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닌 거잖아요.
이건 정말 아닌 거잖아요..
잊고 있었는 데, 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나니까 네 생각이 났어.
이렇게 어떻게 말을 해요.
어우, 이건 아니에요.
그냥 좋은 추억. 거기까지인 거예요.
그 여자,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 믿음 아직도 잃지 않고 있어요.
가끔 드는 억울함이 있기도 했죠.
그렇다고 그 사람 소식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니니까..
여자친구도 잘 만나고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걸 아니까..
그러지 못하고 있는 제가 조금 불쌍하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상상을 해봤어요.
그 사람과 다시 만나게 되면 그때 그 마음 그대로 그 사람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었어요.
그 생각을 하고 보니까
제가 그리워했던 건 그 시절 그 녀석과 저였어요.
그때의 그 마음이었던 거죠.
사랑이 그리웠던 거예요.
미련이라 말해놓고 사랑을 하고 싶다는 숨은 의미를 부여했던 거예요.
웃기죠?
저도 참 웃겨요.
그 녀석이 아니어도
그냥 사랑이 하고 싶었던 거예요.
긴 시간 그리워했던 마음이
그렇게 사랑이 그립다는 걸로 이어졌던 거예요.
오래전 그 녀석과 했던 설레었던 사랑이
행복하고, 따뜻하고, 지루하지 않았다는 걸 아니까.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아니까.
그 생각을 하고 나니
그냥 외로워졌어요.
누군가를 만나야겠다, 내가 더 노력해서 찾아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죠.
좀 더 나은 저의 다음 사랑을 위해서 말이에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답이 참 단순하더라고요.
그렇더라고요, 그게.
히죽히죽 G
지나간 사랑을 후회하시나요?
무엇이든 가치가 없는 사랑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사랑에 더욱 최선을 다하면 되니까.
마지막 사랑을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사진출처: 히죽히죽 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