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최선
그 여자,
밤새도록 그 남자 집 앞에서 왜 기다렸냐고요?
보고 싶었으니까요.
만나주질 않으니까요.
간절했으니까요.
이유가 없었어요.
'여자인데?'라는 말이 어디 있어요.
그럴 정신조차 없었는데..
누구보다도 그 사람 놓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꾸 나쁜 생각만 들었어요.
그 사람을 잃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요.
나는 그 사람이 내 곁에 없는 걸 상상해 본 적도 없는데..
친구들이 저보고 그래요.
네가 아쉬울게 뭐냐고,
여자로서 자존심도 없냐고..
맞아요.
그깟 자존심, 그 사람 때문에 하나둘씩 포기하다 보니
죄다 내려놓았어요.
그것보다 중요한 게 그 사람이었으니까..
그 남자,
한 두 번 그녀가 힘들어할 때마다 저한테 기대었던 거..
괜찮았어요. 좋아했으니까,
한 두 번 토라지거나 맘에 들지 않은 행동을 지적하는 거..
괜찮았어요. 정말 좋아했으니까,
근데요...
잠시 동안이라도 제 시간을,
저 혼자 생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는 거잖아요.
친구를 만나도,
집안에만 있어도,
일을 하더라도,
어디냐 묻는 그녀의 연락에 이제는 제가 너무 지쳐 버렸어요.
더 이상, 사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말했어요.
생각할 시간을 가지자고.
그 여자,
전화를 걸었어요.
받질 않아요.
문자를 남겼어요.
분명 읽었는 데 답장이 없어요.
무서운 생각까지 들게 됐어요.
마지막 연락과 그의 뒷모습을 자꾸 되짚어 보면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했어요.
말 한마디, 행동 한 가지...
그의 표정, 시선, 행동 그 모든 걸 반복해 떠올렸죠.
'잘못한 게 있다면 사과해야지.
아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거지?
연락은 왜 안 되는 거야. 불안하게..
헤어지자 하면 어떡하지,
보고 싶다 자꾸 전화한 게 화근인 건가?
같이 있고 싶어서 칭얼된 게 잘못된 건가?
그만하자 하면 어떡하지..?'
기승전결 속 결말은 항상 헤어지게 되는 상상이었어요.
슬퍼서 눈물도 나고,
불안해서 잠도 안 오고,
그래서 그의 집으로 찾아가서 그를 다짜고짜 기다렸어요.
새벽 2시쯤이었나...
멀리서 그가 보이더니 저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어요.
그리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하더군요.
시간을 좀 가지자고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왜 그러냐고.
무슨 일인 거냐고.
물어봐도 답이 없었어요.
한 동안 제 얼굴조차 잘 못 쳐다보더니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만 하고는
그냥 집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 사람.
참 나빴는 데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 사람이 너무 미웠는 데
날 밀어낸 그 손이 야속하기만 했는데, 근데
다신 볼 수 없을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가장 아려왔어요.
그래서 그 상황이 그저 막막하기만 하더라고요.
그 남자,
헤어질까? 생각했었죠.
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그녀가 저를 보고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그녀를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사실을 말하자면
그녀가 회사에서 회식을 한 후에 저한테 전화를 한 적이 있었어요.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잘 달래서 집으로 들어가라고 말을 하니까
계속 보고 싶대요.
근데 그녀의 말이 시끄럽게만 들려왔어요.
설레지도 기쁘지도 않았어요.
당시 반복되는 야근 때문에 지쳐있을 때였어요.
미리 사정을 이야기했음에도
그녀는 제가 아니니까 잘 이해하지 못했던 거 같아요.
아니, 그냥 저는 저만으로도 너무 벅찼던 거예요.
그녀를 볼 여력이 없을 정도로..
그 여자,
기다리는 방법뿐이라는 것도 알고,
그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았어요.
머리로는 이해가 잘되었는데
마음이 그렇지를 못했어요.
답답하게만 느껴졌었죠.
그래서 참지 못하고 연락을 몇 번 했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안부나 제가 현재 느끼는 감정, 마음 그런 것들을 전했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길 바랬으니까.
매번 답장이 오거나 전화를 받지는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이 저는 계속 이렇게 연락을 시도해 볼 것 같아요.
마음이 자꾸 그렇게 하라고 하니까.
그게 제 간절함이니까.
기다리면서도
무언가를 해야 할 거 같으니까
그 남자,
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친구랑 술 한 잔 하게 되었어요.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해봤죠.
내가 내 상황에 너무 지쳐서
그녀를 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행복하게 해줄 자신도 없고
그녀를 봐도 웃을 수가 없다고.
친구 녀석
말없이 술 한잔 따라주더라고요.
같이 몇 시간을 그렇게 말없이 술을 주고받았어요.
서로 어느 정도 취기가 올랐을 때쯤
그 녀석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녀가 보고 싶지 않냐고.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동안 무척이나 보고 싶었거든요.
사실 그녀에게 기대어 다 말하고 싶었어요.
일 때문에, 여유가 없는 것 때문에
그녀를 만나면서 참아지는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벅차고 힘들고 지친다고.
근데 말 못 하였어요.
그녀에게는 큰 사람처럼 보이고픈 자존심 때문에.
친구 녀석
울고 있는 저에게
술 한잔 따라주면서
꼭 사과하라고 하더라고요.
마음속에 있는 네 자존심 때문에
그녀를 잃지 말라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그녀에게 사과하기로 마음먹었죠.
그러면서 제 지금 마음도 사실대로 이야기하기로 다짐했죠.
사랑하는 그녀를 놓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히죽히죽 G
함께 하는 거...
그게 사랑이죠.
오래 고민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답은 항상 마음속에 있는 거 아니까.
괴로운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사랑이 후회가 될 수도 있으니까.
과거의 실수가 되고 싶지 않다면 용기를 가지세요.
당신의 사랑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게 참 멋진 거예요. :)
사진출처: 히죽히죽 G